“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신세가 아니었더냐.”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데릭 쇼빈을 비롯한 백인 경찰들의 과잉진압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다.
플로이드로 인해 다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차별은 여전히 그것을 인지하는 이들에게만 차별일 뿐이었다.
SNS에서는 플로이드를 희화하는 사진들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나는 이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너희 땅에서 몸 붙여 사는 나그네를 짓누르지 말고 못살게 굴지 말아라. 너희 자신을 아끼듯이 아껴 주어라.” (레위기 19장 33~34절)
나그네, 외국인, 여성, 소수자를 네 몸과 같이 보살펴줘라.
구약성서에는 레위기 19장 33~34절과 비슷한 글이 많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적혀있다. 가령
“너희는 땅의 소출을 거두어들일 때 밭모퉁이에 있는 곡식까지 모조리 다 거두어들이지 말아라. 또 너희가 곡식을 거두다가 밭에 떨어뜨린 이삭도 줍지 말아라.
포도원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일 때에도 포도송이를 모조리 따지 말고 땅바닥에 떨어진 포도송이도 줍지 말아라.
이것을 너희와 함께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과 너희에게 몸 붙여 살고 있는 나그네를 위해서 남겨 두어 그들이 먹고살게 하여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다.” (레위기 19장 9~10절)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르고, 그를 희화한 미국인들은 이러한 성경 말씀을 몰랐을까?
미국의 종교 비율을 보자. 2017년 기준 개신교(48.5%), 카톨릭(22.7%), 몰몬(1.8%), 유대교(2.1%), 이슬람(0.8%)이다. 무교나 다른 종교를 믿는 24.1%를 제외하고 이들 종교는 모두 구약성서를 그 뿌리로 한다.
75%의 사람들이 구약성서의 말씀을 공유하는 국가에서
누군가를 문자 그대로 ‘짓누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일단 그들은 성경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교회는 다니면서
성경 한 줄 읽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교회에서 그저 듣고 흘려버리고
출석체크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자위한다.
두 번째 이유는 레위기 19장 33~34절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너희 땅에서 몸 붙여 사는 나그네를 짓누르지 말고 못살게 굴지 말아라. 너희 자신을 아끼듯이 아껴 주어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살 때 저들과 같이 나그네 신세가 아니었더냐.”
성경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하나님은 명령하시지 않고 부탁하신다는 것이다.
그러실 필요까지 있을까 할 정도로
늘 그 부탁의 이유까지 세심하게 설명하신다.
“너희도 애굽 땅에서 살 때 저들과 같이 나그네 신세가 아니었더냐.”
너희들도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너희들도 그곳에서 남의 집에 얹혀사는
차별받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나님이 그들을 애굽에서 이끌어내시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인들은 평생 노예였을 것이다.
미국인 역시 그 뿌리는 모두 나그네였다.
본국에서 천대받고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었다.
이들 역시 하나님의 힘이 없었다면 위대한 국가를 세우지 못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누군가의 위에 올라서서 그의 목을 짓눌렀다.
“너희도 애굽 땅에서 살 때 저들과 같이 나그네 신세가 아니었더냐.”
이제 이 말을 보편적으로 해석해보자.
“하나님의 힘이 없었다면 너와 나, 우리 모두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미국인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차별은 얼마나 만연한가.
애초에 위아래는 없다.
차별은 이 진리를 기억하지 못할 때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