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은 고통을 수반한다.
가령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어땠는가.
모피어스가 그에게 빨간약과 파란약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을 때
그는 빨간약을 선택했다.
파란약을 먹으면 거짓된 세상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으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빨간약을 택하고 추한 진실을 알게 된다.
네오의 표정과 말투는 빨간약을 먹기 전과 후가 극명히 다르다.
세 번째 시리즈가 나올 동안
네오의 표정은 내내 경직돼있고 말투는 딱딱해진다.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웃는다는 것은 곧 죄악임을
결코 웃고 살 수 없는 세상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네오는 죽지도 못하고, 또 웃지도 못하고 산다.
계속해서 고통받으면서.
네오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머리가 커가면서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진다.
알면 알수록 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을 때
누군가는 숨 막히는 더위에서 굶어 죽고 있음을 알게 되면
송아지 고기를 먹으면서 어미의 눈망울에 맺혔던 눈물을 알게 된다면…
결코 웃지 못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우리의 존재 자체가 죄악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앎이 시작됐던 최초의 순간으로 가보자.
뱀의 꾐에 넘어간 하와가 아담과 함께 선악과를 먹는다.
선과 악, 미와 추를 알 수 있게 하는 열매다.
그래서 그들은 열매를 먹고 가장 먼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몸을 가린다.
벌거벗었음을 알게 된 순간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이 그가 첫 번째로 만드신 사랑하는 아들 아담을 부르신다.
“네가 어디 있느냐”
아담이 답한다.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
하나님께서는 몹시 화를 내시며 저주를 내리신다.
“누가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내가 먹었느냐.”
뱀에게는 죽을 때까지 기어 다니며 흙을 먹게 하셨고, 여자에게는 산통을 얻게 했다. 남자에게는 평생 죽도록 일해야 먹고 살 곡식을 거둬들일 수 있게 했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화를 내셨을까. 인간이 당신과 마찬가지로 선악을 알게 된 데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오해다. 전능하신 분에게는 인간의 앎은 아무 위협도 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화를 내신 이유는 다음 말씀에서 알 수 있다.
“자, 이제 사람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 일인지를 우리처럼 똑같이 알게 되었구나. 이제 우리처럼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 일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를 따 먹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었다가는 죽지도 않고 영영 살겠지.”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었다가는 죽지도 않고 영영 살겠지.”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열매를 먹지 못 하게 하신다.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받는 네오처럼
아들과 딸들이 그렇게 살게 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통은 어떤 것이 아름답고 어떤 것이 추한지를 알게 됨에서 시작된다.
아담과 하와는 당장 무화과나무 잎으로 자신을 가렸지만
이후 어떤 것으로 가려야 더 추하지 않을지에 대해 생각하며 끊임없이 고통받을 것이다.
자손이 증가하고 사회를 이루게 되면
또 어떻게 해야 남들보다 더 추하지 않을지 고민하며 고통받을 것이다.
그것으로 서로 싸우고, 심지어는 전쟁도 일으킬 것이다.
매일 미와 추에 대해 고민하며 스트레스받는 우리처럼 말이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었다가는 죽지도 않고 영영 살겠지.”
하나님께서는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흙으로 돌아가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말에는 하나님의 큰 사랑과 함께 큰 슬픔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