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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일 Jul 08. 2020

성차별이 싫어 기독교를 떠났다면...

신약성경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글이 많다. 

그래서 성경을 싫어하게 되기도 하는데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는 나도 신약성경의 일부 구절들을 싫어했다.

그것은 마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가 외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가족이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가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할 때의 감정이었다. 


그런데 신약성경이 여성을 차별한다는 내 편견은 

성경을 깊이 공부할수록 깨졌다. 


가장 먼저,   

신약성경은 글자 그대로 믿고 따라야 할 절대적인 텍스트가 아니었다.

대다수 성경 전문가들은 신약성경의 본문이 수없이 수정되고 변경됐으며 그 저자를 명확히 알기 힘든 집단 저작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심지어 신약의 최고 근간을 이루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복음서, 이른바 사복음서의 저자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아니라 초기 교회 구성원들의 공동 작품이다.

예수님의 행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실화에 편집을 가한 저작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몇백 년 동안 신약성경은 그저 신앙의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았고

이에 더해 오랜 시간 동안 그 내용이 수없이 추가되고 수정됐다.

당시 사람들이 임의로 수정해도 괜찮다고 여길 정도로 신약은 권위가 부족했다.   

현재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성경 필사본은 5,800종이 넘는데, 그 어떤 것도 다른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신학자들은 지금 이 시간까지도 논쟁을 거듭하며 신약성경을 수정하고 있다. 

현대에 제작되는 신약성경일수록 (절 없음)이라고 표기된 삭제된 절들이 늘고 있고

원문에 논란이 있는 경우 여러 부호로 그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정기문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책 ‘교회가 가르쳐주지 않은 성경의 역사’에서 이러한 근거를 들며 “신약성경이라는 텍스트에 쓰여 있는 한 구절 한 구절을 글자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은 어리석음이요 맹신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여성을 혐오하는 구절도 후대에 추가된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초기 기독교에는 성차별이 없었으며, 오히려 여성을 남성보다 우위에 두는 흔적들이 많았는데 

70년 이후 기독교가 로마제국으로 전파돼나가고 기성 종교로 성장해가면서 신약은 여성 혐오적으로 바뀌었다.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신약성경을 이용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가령 이 유명한 구절은 가장 많은 학자들이 의도적으로 끼워 넣어졌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교회 집회에서 잠잠하십시오. 율법에 규정되어 있듯이, 그들에게 말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남자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집에 돌아가서 남편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고린도전서 34~35절)   


그러니 만약 당신이 성경이 성차별적이라고 생각해 성경이 싫어졌다면

더 깊이 공부해 보라. 

성경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깊이 공부할수록 차별하지 않는 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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