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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Mar 06. 2023

나로 살고 싶은 모두에게 바치는 감동의 영화

<더 웨일>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


인생의 상처로 폭식을 택한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그 탓에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거구가 되었다. 거동도 불편한 몸을 드러내지 않고 대학교 온라인 수업으로 작문을 가르치는 찰리를 돌보는 건 간호사 리즈(홍 차우)의 몫이다. 병원에 가는 것도 거부하고 죽을 날만 향해 가는 찰리가 생이 끝나기 전에 풀고 싶은 마지막 과제는 그의 딸 엘리(세이디 싱크)다. 자신이 선택한 삶으로 인해 8년 전 딸과 아내의 곁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찰리였지만 그의 삶의 바람에서 엘리가 지워진 적은 없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뇌리에 맴도는 문장이었다. 학생들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칠 때뿐만 아니라 8년 만에 만난 딸 엘리에게도 찰리가 강조하는 건 자기 이야기를 쓰라는 것이다.  어디에 기록된 정보나 누군가 써놓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베끼는 게 아니라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쓰라는 것이다. 아내 메리(사만다 모튼)는 악마성이라고 말하는 엘리의 행적에도 웃음을 터뜨리며 작문 실력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은 찰리의 긍정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며 딸에게 유산처럼 남기고 싶은 단 한 가지를 이미 어린  딸은 갖고 있었고, 찰리는 그것을 딸이 잃지 않고 간직하기를 바라며 인생의 마지막 숙제를 풀고 싶었을 것이다.



나로 살고 싶고, 나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서로를 해치지 않으며 공존하고, 각자 자신만의 방향을 향해 서 있지만 자칫 휘청이며 넘어지더라도 그 공존의 간격 덕에 넘어지지 않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치의 구원임을 <더 웨일>은 이야기한다.

찰리의 선택이 찰리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희생이나 시련을 겪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인간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의 구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를 위해 선교하는 토마스(타이 심키스) 캐릭터까지 이들의 영역에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탄탄함을 배가시킨다. 



자칫 어둡고 쓸쓸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쓴 에세이 몇 줄로 인생과 인생의 방향을, 그리고 인생의 긍정을 이야기하는 영화 <더 웨일>. 대런 애로노프스키 영화 중에서 메시지가 이미지보다 더 선명한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다. 충격에 얼얼한 기분보다 마음속 살얼음 한 조각 녹는 기분이 드는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더 웨일>은 <애프터썬>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애프터썬>의 아빠 캘럼이 딸 소피의 삶에 바랐던 단 한 가지가 <더 웨일>의 아빠 찰리의 바람과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더 웨일>의 딸 엘리도 나중에 지금의 아빠 찰리만큼 나이가 들어서 이때를 회상한다면 <애프터썬>의 딸 소피처럼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까. 소피에게 캠코더 영상이 있다면 엘리에겐 자신이 찍은 사진과 [모비 딕]을 읽고 쓴 에세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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