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여름나라, 치앙마이 #1
겨울의 여름을 처음 산다.
원하는 것은 이뤄진다.
가슴 답답증 때문에 비행기 타는 일이 곤란했었다. 치앙마이로 떠나오기 전 첫 준비는 "약"이었다. 병원에 들러 미리 익히고 간 낯선 약명을 읊었다. 엷은 난색, 거듭된 간청. 받아 낸 약들 덕분인지 비행은 순조로웠다. 순한 안정제를 먼저 먹고 비행기에 올라타기 직전에 잠이 오는 약을 급한 대로 씹어 먹었다. 그대로 잠들지 못하고 오락가락 터지듯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오랜만의 국제선 기내식을 맛보고선 짧은 잠에 빠졌다.
예상대로 귀엽고 소박한 치앙마이 국제공항 특유의 무드에 마치 두 번 세 번 와본 곳인양 익숙해하며 짐을 찾고 공항 밖을 나섰다. 나같이 첫 도시에 대한 여행 준비가 덜 철저한 어리숙한 여행자를 상대로 한 노련한 분들을 만나서 150바트면 온다는 호텔에 300밧, 빳빳한 새 지폐를 두 손으로 드렸다. 무사히 도착했으니 괜찮다. 마이 뺀 라이.
어둡고 더웠다. 구글 맵을 동시에 켜고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챙기느라 긴장하면서도 밤의 풍경에 눈길을 보낸다. 치앙마이라고 하면 나에겐 익숙하고 낯선 도시. 트립풀 치앙마이를 홍보했던 경험 때문에 도시를 다 알 것 같으면서도 읽은 경험은 걸어본 기억을 넘어설 수 없으니 당연히 낯설 밖에.
이번 여행은, 느닷없이 충동적으로 결정되었다. 마일리지 티켓으로 순발력 있게 티켓팅을 마친 배경에는 퇴사 후 새로 시작하는 내 일의 첫 아이템을 발견하기 위한 비즈니스 여행이라는 이유가 있다. 이 즉흥성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한 요소라서 인정해 주고 싶다. 이곳에서 아름답고 쓸모 있으면서 지구에게 무해한 것을 찾겠다.
잠자리에 민감한 나여서, 여행지마다 숙소 타협점이 별로 없다. 치앙마이에 호텔이 즐비하지만 우선 귀가 덜 피로해야 하므로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자연의 자연에서 한낮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신과 같은 나무가 우뚝 선 이곳을 선택했다. 결국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묶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핑강 옆의 #림핑 빌리지
20만 원 초반대로 4인이 묶는 패밀리룸으로 예약이 되었구나, 도착해 알았다. 살아보니 치앙마이에서는 엄청 큰돈이고 굳이 이렇게 비쌀 필요가 있느냐고 날 타박하는 소리가 자꾸 들릴 때마다 위로했다. 마이 뺀 라이. 드라마틱한 욕조와 거짓말 같은 과일들. 한낮의 수영과 이른 지난밤 처리할 일들과 함께 시작하는 평화로운 조식 타임을 잊을 수 없다.
치앙마이의 모든 게 마이 뺀 라이 한,
첫 밤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