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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Dec 07. 2020

말이 많은 시대…'멍때리는' 시간

[기후변화 WITH YOU] 기후변화, 동물이 먼저 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24시간 글을 쓰다 보니(직업이 기자)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기사도 제대로 쓰면 모르겠는데 속보에, 분석에, 전망까지 쓰다 보면 맞춤법에, 오타에, 도대체 내가 뭐 하는 것이지 절망감.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마저 겹쳐 지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브런치’에 들렀는데 새로운 구독자가 있었습니다. ‘시아’님입니다. 시아님은 자기소개로 “호모그라피쿠스. 관찰하고 읽은 것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시각적 인간입니다. 일러스트에세이를 발행합니다. 말하기 보다는 그리고 쓰는 것을 선호합니다. 수다공포증이 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정말 지금 같은 시간에서는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말이 앞서기보다는 생각하고. 도대체 왜 이 일이 생겼는지 곱씹어 보는 시간. 그 과정을 통해 어떤 결론에 이르지 못할 지라도 지금 우리에게는 ‘말을 잠깐 멈추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시아님의 말처럼 우린 ‘말이 너무 많은 시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새로운 구독자가 제 브런치를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적은 제 기사 중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오랜만의 인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기후변화는, 동물이 먼저 안다

북극 동물, 이전과 다른 이동성 보여     


북극 여우가 알을 물고 달리고 있다. 목에는 GPS 장치를 달았다. 많이 야위여 보인다.[NASA Climate]

기후변화는 동식물이 인류보다 먼저 아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존의 문제이다. 실제 북극에 사는 동물에 기후변화로 여러 변화가 찾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의 이동 유형에서 벗어나 다른 이동성을 보여 연구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류도 다르지 않다. 포유류에 속하는 인류는 그동안 자연에 적응해 왔다. 여러 과학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다른 동물과 달리 인류는 적응뿐 아니라 개발 등을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을 훼손해 왔다. 화석자원을 캐 올려 석탄과 석유를 만들고 이를 무차별 이용했다. 온실가스는 급증했다. 갈수록 지구 가열화(Heating)가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의 편의와 편리를 위해 사용된 모든 게 ‘지구 가열화’라는 악재로 인류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각국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C 상승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1.5°C 방어에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위기에 처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2020년 지구촌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2°C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2024년 전에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지구 평균 온도가 치솟고 있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2011~2020년은 그동안 가장 따뜻했던 10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2015~2020년까지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고온의 6년이라는 게 WMO의 분석이다.     


올해도 기후변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재앙이 일어났다. 폭염은 물론이고 산불과 홍수가 기승을 부렸다. 여기에 올해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에는 가장 많은 폭풍이 발생해 이름이 부족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가뜩이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로 건강과 경제적 안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올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지 5년이 되는 해”라며 “최근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인데 여전히 우리는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으며 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2020년에 호주와 시베리아, 미국 서부와 남미 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대서양에서는 이전 기록을 갈아치우는 허리케인이 발생했다”며 “아프리카와 남동아시아에서는 홍수가 발생해 수백만 명이 식량 위기에 처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구촌 다른 지역보다 지구 가열화가 두 배 정도 빠른 북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이다. 북극 바다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올해 9월은 42년 인공위성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작은 규모를 보였다. 올해 7월과 10월은 다른 해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수면 상승 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1993년 초 이래 해수면 상승률은 연간 ‘3.3±0.3mm’에 이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북극과 그린란드 등 해빙과 대륙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극 동물 움직임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자칫 이 변화된 움직임으로 북극 전체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 예로 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들었다. 독수리는 여름 동안 북쪽으로 날아간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팀은 독수리가 북쪽으로 떠난 시기를 분석했다.      


1991~2019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년 그 시기가 반나절 정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25년 동안 독수리는 이전보다 2주 정도 일찍 북쪽으로 떠나게 된 셈이다. 물론 그 이유는 기후변화였다.  이 때문에 독수리가 짝짓기 시간을 놓치는 등 서식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다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의 상징 ‘북극곰’의 생태계도 조금씩 파괴되고 있다. 먹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곰의 경우 21세기 말쯤엔 멸종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NOAA 측은 물론 아직 기후변화로 모든 동물에게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실제 순록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순록의 경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후변화로 북극 동물의 달라진 이동과 움직임이 이들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 피해를 줄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제했다.      


NOAA 측은 “다만 이들의 움직임이 최근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이 현상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큰일이 북극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질 보러(Gil Bohrer)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환경공학자는 “북극은 기후변화에 있어 극심한 지표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이 때문에 바다 얼음이 줄고, 강수와 적설량도 변하고, 동토 지역이 녹아 녹색 지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북극 동물의 변화된 이동 등은)북극 동물이 이런 변화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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