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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pr 07. 2020

그녀들의 ‘있는 그대로’…세계는 신뢰한다

[치유 WITH YOU]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고 있는 두 사람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보면서 무엇이 신뢰를 주는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 신종 감염병이다.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연말 시작해 지금 전 세계로 퍼졌다. 확진자가 ‘0’인 나라는 거의 없다.

많은 사람이 당연히 세계보건기구(WHO)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서든, 대처 방법을 알기 위해서든.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 관한 관심도 그중 하나였다. 세계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국제단체인 만큼 코로나19 차단과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들은 짧은 시간에 WHO와 사무총장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다.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WHO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패싱(Passing)’ 당하고 있다. 관련 정보 파악도 늦고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에 대한 신뢰는 거의 ‘0’에 가깝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급속히 퍼질 때도 “중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사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가 늦었다. 전 세계적 재앙으로 치달았다.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늑장과 뒷북치기로 일관했다.

사람들은 WHO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WHO가 그 일을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니 신뢰를 주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전 세계적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이다. 또 다른 한 명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 과학과 엔지니어링센터 로렌 가드너 박사이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정은경 본부장을 소개하면서 “그는 SNS도 하지 않고 24시간 긴급 상황실에 대기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은 1시간 정도 잔다는 소식도 전했다. 정은경 본부장에 대한 신뢰의 배경으로 보태지도, 더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자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언스 지는 최근 로렌 가드너 박사에 대해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상황판은 10억 클릭 수를 자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언스 지는 “전 세계 코로나19 통계와 관련해 가장 먼저 실시간으로 종합하고 분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녀 역시 코로나19 통계를 분석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정은경

‘있는 그대로’에 방점 찍혔다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정은경 본부장

늘 그 모습이다. 무표정이다. 담담하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브리핑할 때도. 담당자에게 자료를 요청할 때도. 기자들 질문을 받을 때도. 변함이 없다. 코로나19(COVID-19)가 1월부터 전 세계로 퍼질 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곳에 서 있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방역대책본부장이다. 6일, 한 달 보름 만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0명 이하(47명)로 줄었다. 주목할 일이다.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고 봐도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면 관련 브리핑을 어떻게 했을까. 브리핑하러 오는 순간부터 들떠 있을 것이다. 마침내 50명 이하로 신규 확진자를 막는 데 성공했다며 야단법석일 것이다. 기자들 질문에는 ‘47명만 추가돼 코로나19 방어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알아달라’고 호소했을 것이다. 확산세가 확실히 꺾였다고 온갖 수사는 다 갖다 붙였을 것이다.

통계는 객관적이다. 문제는 이 통계를 특정 목적을 갖고 이용하면 왜곡된다. ‘정은경의 그래프’는 정치적 목적과 거리가 멀다. 특정 목적을 위해서도 사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감염시켰다. 우리나라는 요동쳤다. 신천지교인인 31번째 확진자 이후 대폭발했다. 감염병 재생산지수(R0)가 치솟았다. 이후 수백 명씩 감염자가 속출했다. 대구는 속수무책이었다. 6일 한 달 보름 만에 처음으로 신규 감염자가 50명 이하로 줄었다. 6시 0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47명 추가됐다. 그동안 코로나19 최일선에서 국내 방역을 총괄했던 정은경 본부장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6일 정례브리핑에 섰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담담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정은경의 그래프’에는 희극과 비극이 뒤섞여 있다. 6일 현재 나타난 우리나라 코로나19 통계를 보더라도 그렇다. 6일 현재 국내 총 누적 확진자는 1만284명이다. 완치(격리해제)된 사람은 6598명이다. 치료 중(격리 중)인 환자는 3500명이다. 사망한 사람은 186명이다. 6일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환자는 3500명이다.

4월 1일부터 6일까지 그래프를 보면 ‘희극적 흐름’을 느낄 수 있다. 4월1일부터 완치자와 신규 확진자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완치자(신규 확진)는 4월 1일 159명(101), 2일 261명(89), 3일 192명(86), 4일 304명(94), 5일 138명(81), 6일 135명(47)으로 집계됐다. 완치자가 며칠 사이 159명에서 304명에 이르기까지 매일 증가했다.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났다.

반면 신규 확진자는 1일 101명에서 6일 47명에 이르기까지 낮아졌다. 회복된 사람은 늘어나고 감염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내일이면 또 어떤 곡선을 그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희극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극적 상황도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치명률이 매우 낮았다. 3월 중순까지 코로나19 국내 치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9% 수준이었다. 6일 현재 치명률은 상승했다. 1만284명 누적 확진자에 사망이 186명으로 치명률은 1.80%, 3월 중순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응의 기본은 감염자를 빠르게 파악하고, 감염된 사람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중증과 위중 환자를 빠르게 치료해 사망에 이르지 않게 하는 데 있다. 치명률이 높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 본부장은 6일 정례브리핑을 끝내면서 “6일 확진 신규환자가 50명 이하로 떨어졌다”며 “이는 일선 현장에서 환자 진료와 진단에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 역할이 컸다”며 의료진과 국민 몫으로 성과를 돌렸다. 다만 “해외유입 위험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집단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여전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감염 재생산지수(R0,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파악하는 지수)를 언급하면서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가 있었을 때는 R0가 매우 높았다”며 “지금은 상황에 따라 다른데 방역 당국의 목표는 R0를 ‘1’ 이하로 떨어트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래프는 지금도 그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프는 희극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극과 희극의 그래프를 보며 정 본부장은 잠 못 드는 밤과 고민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국민은 그것을 알고 있다. 가식으로 미장한 정치인보다 정직으로 맨얼굴을 한 정 본부장을 국민이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정은경의 그래프’는 ‘국민의 그래프’이기도 하다.     


로렌 가드너

‘있는 그대로’에서 위험평가 할 수 있다

"우린 110% 노력해야 한다"

로렌 가드너 박사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이들은 매일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인다. 코로나19는 북미,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을 따지지 않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매일, 혹은 매시간 업데이트되는 관련 통계를 보는 것은 어쩌면 ‘힘든 작업’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관련 데이터가 제시하고 있는 의미이다. 실시간 코로나19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대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다. 쌓이는 데이터와 실시간 변화하는 항목을 입체적으로 점검하면 지금 어느 지역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일 상황판은 이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곳은 많다. 각국 정부의 보건당국이 집계하고 있고, 다른 전문 사이트도 있다. 이중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이 미국 존스홉킨스대이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판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별로 몇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지, 사망자는 얼마인지 등을 집계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하는 통계보다 빠르다. 전 세계 언론들은 존스홉킨스대 상황판을 통해 코로나19 현황을 파악한다.

하루에 10억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상황판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됐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은 물론 각국 정부의 보건당국에서도 참고한다.

코로나19 상황판은 로렌 가드너(Lauren Gardner) 존스홉킨스대 시스템 과학과 엔지니어링 센터 박사가 이끌고 있다. 가드너 박사는 홍역과 지카(Zika) 바이러스 전염병 공간 모델링에도 참여했다.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지는 최근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5만 명을 초과한 가운데 가드너 박사는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통계를 집계하고 현황을 소개하는 사이트는 많이 있다. 존스홉킨스대 상황판이 전 세계적 기본이 됐다.

“아마도 가장 먼저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질 때 시작했다. 당시 중국인이었고 대학원생이었던 제자가 개인적으로 관심도 가졌다. 이렇게 만든 상황판을 1월 22일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이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판은 WHO 데이터에서부터 뉴스 기사, 소셜 미디어 보고서 등 수백 가지 관련 데이터를 기본으로 한다. 잘못 계산될 수도 있을 텐데 정확성은 어떻게 담보되는지.

“기본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수백 만개가 있다. 우리가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으면 관계자들이 빠르게 우리에게 ‘이런 부분이 빠졌다’며 연락이 온다. 수천 개의 이메일을 받는다. 그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이런 보완책과 함께 자동 수집된 보고서에 대해 불일치할 경우 이를 알려주는 이상 탐지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나.

“CDC에서는 미국 주 수준의 데이터만 제공한다. 그것도 24~48시간 뒤늦게 제공된다. 그보다 작은 지역인 카운티 수준에는 그 어떤 데이터도 없다.”

-관련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6명 정도로 시작했다. 이후 내부적으로 지원이 있었고 데이터 기술 지원,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관리 등으로 확대됐다.”

-작업량이 많을 것 같다.

“그동안 2개월 이상 자료수집 위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집계 방법과 유효성 검사에 대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수동으로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돼 있다. 매시간 정보가 업데이트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업무량도 많아진 것 같은데.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수동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흐름이 자동화돼 있다. 지금은 다른 유형의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질병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이다. 구글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실시간 위험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현재 어떤 지역이 위험한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정책 결정권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휴식은 제때 하고 있는지.

“다들 지쳐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계속 관련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작업이 짧은 시간에 끝나지 않으리라고 본다는 데 있다. 몇 달, 아니 1년 동안 코로나19 발생 추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계속 퍼지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110%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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