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대통령'

[자연 WITH YOU] 노무현, 그분을 추억한다

by 정종오

2007년 2월 27일 쓴 칼럼이다.

그때

그는 쓸쓸했고

그는 고독했고

그는 갑갑했고

그는 답답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그를 생각해 본다.

마당에 핀 노란 붓꽃을 그분에게 던져본다.


“친구 같은 대통령”

친구같은 대통령.jpg [사진=노무현재단]

여기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최고 권력자의 권위를 거부했다. 가능한 권력을 분산시켰다. 시민과 함께 오붓하게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국민과 소통하고 싶었다. 200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5년 임기 중 4년을 보냈다.

2007년 2월 현재.

이제 이런 생각을 그는 해 본다. 한국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생각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소통하기 어려워 '갑갑하다' '답답하다'는 말을 그는 이어간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회견은 한 시간 30분 동안 예정됐는데 그보다 한 시간 이상을 훌쩍 넘겼다. 노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질문자로 참석한 기자의 눈은 그의 곁을 맴돌고 있는 쓸쓸한 분위기를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사회자로 나선 김미화 씨가 "자신감 없는 대통령의 모습"이라며 "대통령으로서 힘 있고 정열적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을 정도니, 기자의 느낌만은 아닌 듯하다.

2002년 12월로 되돌아 가보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적잖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국민의 축제로 뽑은 대통령"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토론하는 대통령.jpg [사진=노무현재단]

이제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국민의 지지율은 겨울 수온주처럼 뚝 떨어졌다. 자신과 함께 대통령 당선에 힘을 모았던 여당 정치인들은 그의 곁을 떠나고 있다. 보수언론은 그의 말투 하나하나를 트집 잡는다. 한국 사회 전체가 그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온 나라가 그를 중심에 놓고 압박하고 있다.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그는 4년을 보내고 난 뒤 이렇게 되뇐다. "대통령을 4년 하고 나니까 한국에서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대통령은 국민과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이를 허락지 않는다는 괴리감을 반영한 말이다.

원포인트 개헌론을 두고는 정말 답답했는지 "좋다. 그럼 우리 이 자리에서 왜 개헌이 지금 이뤄지면 안 되는지 토론을 해 보자"며 즉석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아 너무나 답답하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대통령 임기를 1년 남겨놓고 있다. 회견하는 내내 기자는 대통령의 모습에 짙게 밴 허전함과 쓸쓸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원하고 있었던 것일까. 스스로 던져볼 만한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지금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다면 혹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옛날의 제왕적 대통령을 원하는 것일까. 장관도 맘대로 갈아 치워 버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모든 정치권력을 장악, 독단적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원하는 것인가. 그런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배만 부르면 그것으로 족하단 것인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자리를 함께한 기자도 답답하고 갑갑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고독했던 대통령.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