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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정원 파란 Jul 03. 2024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보랏빛 연산호가 흐드러지는 서귀포 문섬 '만남의 광장'

서귀포 문섬 본섬과 새끼섬 사이에는 수심 5~10m 정도의 얕은 수심에 아기자기한 수중여 몇 곳이 있다. 수중에 입수한 다이버는 모자반과 감태 군락이 빽빽한 수중여 사이를 헤치며 돌아가며 문섬 바닷속을 만끽한다. 문섬 불턱 앞 ‘숨은여’를 끼고 넘으면 문섬 ‘만남의 장소’와 ‘꽃동산’에 다다르고 이곳에서 수중 직벽을 타고 남쪽으로 오르면 다시 문섬 새끼섬으로 돌아갈 수 있다. 미로처럼 숨겨진 장면마다 제각각 바닷속 세상이 그곳에 있다.

장맛비 속,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6월 산호탐사대

매년 3~6월 사이, 서귀포 문섬의 봄은 ‘바다숲’의 계절이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문섬 본섬과 새끼섬은 모자반 ‘몰망’과 미역이 가득했다. 태양광이 비치는 수심 10m 정도까지 감태 군락이 건강하고 빽빽하게 하늘거린다. 모자반, 미역, 감태 등 대형 갈조류는 홍조류, 녹조류와 더불어 자리잡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다숲 사이로 자리돔, 점동갈돔, 줄도화돔, 세줄얼개비늘, 주걱치, 벤자리 무리가 빼곡하다. 제주 서귀포만의 독특한 해양생태계를 만든 것은 해조류 ‘바다숲’이다.

흰테두리가 또렷한 흰가오리, 노랑지느러미가 매력적인 육동가리돔, 바다처럼 위장한 넙치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화산섬 제주 곳곳에도 침수 소식이 들린다. 제주 동쪽, 우도 마을길도 세찬 강물처럼 빗물이 몰려 쓸려간다는 소식이다. 서귀포항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빗속이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고 수온은 다이빙하기에 적당한 21℃이다. 6월 산호탐사대는 문섬 ‘만남의 광장’의 산호 탐사를 시작하였다. ‘만남의 광장’은 수심 10m 정도인데, 문섬 새끼섬에서 이어진, 다이버를 위한 굵은 가이드라인 로프는 이곳에서 북쪽과 서쪽으로 갈라진다. 북쪽은 수심 20m까지 큰산호말미잘과 흰동가리가 있는 ‘니모 포인트’로, 서쪽 로프는 수심 15~17m까지 길이 50m 정도 이어지고 인공어초 서너개가 박혀있는 ‘꽃동산 포인트’로 안내한다.

서귀포 문섬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금빛나팔돌산호

6월, 문섬 ‘만남의 광장’은 산호정원이며 꽃동산이다. 새끼섬 북서쪽 수심 5m 지점으로 입수하면 감태 군락,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 꽃밭을 만난다. 5m 높이의 수중 직벽을 타고 내려가니 흰가오리 한 쌍이 놀라며 벗어나고, 큰 광어 한 마리는 두 눈을 굴리지만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 수중여와 수중어초 틈틈이 대형 자바리가 웅크리고, 가슴과 등지느러지를 펼친 쏠배감펭은 먹이를 노리고 있다. 노랑과 까망 가로줄이 또렷하고 주둥이가 툭 튀어나온 50cm 크기의 육동가리돔 한 쌍이 돛과 같은 노랑 등지느러미를 맵시있게 펼친다. 황줄깜정이, 벵에돔, 벤자리, 부시리 무리가 한 순간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맵시산호와 줄기를 감싸고 기생하는 갯지렁이류

문섬 꽃동산에 어른 걸음걸이 정도의 썰물 조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의 연산호 군락은 서로 경쟁하듯 먹이를 잡으려 폴립을 활짝 열었다. 서쪽으로 이어진 로프 끝으로 가면, 서귀포 최대의 자색수지맨드라미 서식지에 다다른다. 검붉은수지맨드라미의 몽글몽글하고 눈 쌓인 듯한 하얀 폴립과 달리 자색수지맨드라미는 폴립이 빳빳한 모양이고 전체적으로 보라색이다. 자색수지맨드라미는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다. 문섬 만남의 광장과 꽃동산의 자색수지맨드라미 군락은 서식지 크기와 개체 건강성을 보면, 제주 남쪽바다 천연기념물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중 첫 번째가 아닌가 싶다. 세대를 이어 보전해야 할 서귀포 문섬의 귀한 자연유산이다.

보랏빛 연산호, 자색수지맨드라미
폴립이 하얀 검붉은수지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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