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새로운 시작의 첫날

2025년 11월 13일, 헤이리

by 티애

아침이 와서 나는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작은 데크로 내려갔다. 밤사이 내린 이슬을 닦아내며 차가운 나무의 결이 손끝에 전해오는 순간, 하루를 맞이하는 작은 의식이 시작해 본다.

어제부터 시작한 새로운 습관. 아침일기.

펜을 들고 첫 줄을 쓰고 나니, 마치 오래 막혀있던 샘물이 터지듯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벌써 한 장을 다 채웠다. 이러다 하루 종일 이 작은 일기에만 매달릴 것 같다는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났다.

첫 장이라 그런지 묘한 기대감이 든다. 이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만날 나는 분명 지금과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예감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열두 번째 기다림의 의미

나는 45살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싶은 나이에 아직도 난임센터를 다닌다.

벌써 열두 번째. 열한 번 기대하고 또 열한 번 실망하며, 주사 자국으로 시퍼렇게 멍든 아랫배는 내 간절함의 지도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생리가 시작됐다.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글쎄, 나도 모르겠다.

오늘 의사 선생님은 말씀은 의학적으로는 절대 포기란 없다고. 다만 환자들이 먼저 몸과 마음이 지쳐서, 또는 현실적인 이유로 멈춘다고 하신다.

나는 마음먹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 멈추면 포기지만 끝까지 가면 다른 이름이 붙는 길.

혼자서라도 그 끝을 보고 싶다.



모든 것을 떠안으려 했던 시간들

그동안 나는 참 많은 일들을 벌여왔다.

리와인드 대표로 아이엠그리너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플라스틱 없는 일회용품을 꿈꾸며 달려왔고, 이제는 그리너오브젝트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작은 브랜드이기에 모든 것이 내 몫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새벽에도 잠이 깨면 주문을 확인하며 조급한 마음에 시달렸다.

난임 치료로 부어오른 몸, 예민해지고 가려운 피부, 그리고 점점 무거워지는 마음.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나는 길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침일기를 쓰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안정'을 정작 나 자신은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천천히, 소중히, 나답게

그래서 이제 달라지기로 했다.

나부터 시작해서 내 브랜드까지도. 단순히 결과만을 쫓기보다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는 삶을.

조급해하지 않고 더 멀리 바라보며, 모든 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천천히. 나답게.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시간은 더 이상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니까.

오늘도 산부인과에서 채혈, 소변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주 자궁경 수술 예약까지. 진료실을 나오는 길에 문득 나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져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늦어도 포기하지 않기로.



90일 안에 기적이 있을까.

나는 이곳에서 90일간 작은 실험을 기록해보려 한다.

매일 아침일기를 쓰고, 이 지친 몸을 소중히 돌보며,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나누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70%의 하루들이 모여 100%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까.

그 과정에서 그리너오브젝트가 단순한 친환경 제품을 넘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되는 브랜드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혹시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당신이 있다면, 함께 걸으면 좋겠다.

실패와 성공이,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는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나이가 몇 살이든, 어떤 도전을 하고 있든, 우리는 혼자가 아니길.

이제 새로운 시작의 첫날입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데크에서 쓴 첫 번째 아침일기가, 어떤 작은 기적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