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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T 20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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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버스 Jan 24. 2016

IT 15년 썰 - 3

국민 축제 

- 사전 안내 : 이번 글에는 아쉽게도(?) 개발 얘기가 1도 없다 -


15년 전, 2001년 6월 16일, 우리 회사는 과천 서울랜드를 통째로 빌렸다.

그리고 3000만 회원들을 서울랜드로 초대했다.


여러 카페들의 신청을 받아서 함께 두 달여에 걸친 준비를 해서 축제를 열었는데,

밴드, 힙합, 재즈댄스, 락, 인라인, 뮤지컬, 검무, 마술, 헤나, 피규어, 그래피티, 프라모델, 공예, 헤나, 캐리커쳐, RC, 게임, 코스프레, 사물놀이 등등… 

서울랜드에 있는 많은 공연장과 거리가 카페들의 개성 있는 콘텐츠들로 꽉꽉 찼다.


꼬꼬마였던 나는 행사 스탭으로 자원했고,

원색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서울랜드 우하단 구역에서 어슬렁거리는 일을 맡았다.

누군가 무엇이든 물어보면 성심성의껏 대답하면 되는 일이었다.

전 국민을 초대한 엄청난 파티의 호스트가 되는 기분, 언젠가 또 느낄 수 있을까 :)


그리고 이 날, 내 삶에 작은 변화를 주는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바쁜 시간은 적당히 지나간 늦은 오후 쯤...

나는 서울랜드 중앙무대(뒤에 커다란 지구본 있는…)에서 진행되는 메인 공연을 멀찍이 보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한 댄스 카페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 오호라~ 팔딱팔딱 포크댄스 같은 거군. 나도 같이 팔딱팔딱 뛰고 싶다 '

이런 정도의 감흥?


스윙추던 시절에 그렸던 춤추는 커플


그 춤은 '스윙  댄스'였고, 한국에 소개된 지 1년밖에 안된 한국에서는 새로운 춤이었다. (지금은 매우  대중화된 듯)


그리고…

하;; 나무토막 같은 나의 인생에 '춤'  이란 게 엮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결국 나는 그 공연을 했던 동호회에 가입해서 수업을 받았고...

심지어  그 다음 해에는 100명의 제자를 가르치기에 이르는데;; (왠열 -ㅠ-)


스윙하던 시절에 했던 낙서

다시 생각해봐도 어떻게 내가 시작할 용기가 났는지 신기하지만, 

지금은 '사람에게 팔다리가 있는 이유는 춤을 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나는 춤을 전혀 못 춘다. '스윙댄스' 만 && 음악과 파트너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ㅎㅎㅎ)




다음 해인 2002년 6월 15일에도 서울랜드에서 2회 다음의 날 행사가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행사 스탭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카페 동호인들과 함께 서울랜드 길거리에서 음악 틀어놓고 춤췄던 기억이 난다.


그보다 2002년에는 더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었다.

(뭐긴.. 월드컵이지..)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다들 기억하겠지만, 시청 앞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화면을 설치해서 대규모 인원이 함께 보는 장관이 벌어졌다.


잠실야구장에서도 전광판으로 경기 생중계를 했는데, 그 행사에 다음이 후원을 하고 티켓 배포를 했다.

그때 아마 다음과 퓨마(스포츠 브랜드)가 같이 후원했었다.

월드컵에 흥분해서 당시에 그린 붉은악마 (음성지원 : 음메에에~)

관람을 하려면 역시 티켓을 출력해 가기만 하면 입장이 되었는데,

엄청난 줄을 기다려야 했고, 무료였던 표가 현장에서 암표로 매매까지 되었다.

(3만명이 정원인 야구장에 사람들이 꽉 찼고, 그러고도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해서 급히 야구장 밖에 전광판을 추가 설치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16강에 가고, 8강에 가고, 4강에 가고...

(하~ 지금 생각해도 ㅜ.ㅜ)

예상치 못한 선전에 야구장도, 주관사도, 우리도 재빨리 다음 행사를 진행시키려고 정신없었다.

4강은 정말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시합 전 공연 가수 섭외 등 초치기로 준비하느라 정말 바빴다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 당시 전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시합을 보러 갔다.

업무시간이 남아있는 건 중요치 않았다(?). 팀장님은 잠실로 어서 가라고 우리를 몰아냈다 ㅎㅎ


꼬꼬마 때 그린, 태극기 1


어쨌건 내 주위 동료들은 업무시간 상관없이 다 잠실에서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가방을 챙겨서 사무실을 나오며 느꼈던 분위기,

설레임과 긴장감이 섞인 모습으로 삼삼오오 자리를 뜸에 따라 기분 좋게 휑해져 가는 오피스 풍경, 

그 이미지가 지금도 기억난다.


월드컵에 흥분해서 당시에 그린, 태극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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