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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버스 Dec 31. 2023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뇌의 신비에 대한 철학적 발견

인생책으로 꼽는 '두뇌실험실'의 라마찬드란 박사의 책이다.

배송 와서 뜯었을 때, 놀랐다. 기대밖으로 너무 얇아서 :)

하지만 많은 것을 담은 책.


이번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공감각(Synesthesia)이었다. (제일 처음 언급한 사람은 19세기 프린시스 골턴)

공감각은 감각을 뒤섞는다. 예를 들어 특정 음계는 색깔을 떠올린다. C#은 파란색, F는 빨간색. 숫자도 색으로 인식한다. 5는 빨간색, 6은 녹색으로 느낀다. '은유'는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일 텐데, '체다치즈는 날카롭다'라는 표현이나 멕베스가 삶에 대해 '꺼져라 꺼져 덧없는 촛불아'라고 표현하는 것이,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감각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실제로 예술가, 시인, 소설가들에게서 공감각이 7배나 더 많이 나타난다. 공감각은 200명 중에 한 명이 느끼는 감각적 현상으로 신경적 기초가 뇌에서 발견될 수 있고, 은유처럼 마음의 알기 쉬운 영역에 대한 설명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공감각자이다.

구름 모양 도형과 톱니 모양 도형을 보여 주고 하나는 '부바' 또 하나는 '키키'와 연결시키라고 하면, 98%의 사람이 구름과 '부바'를 연결시킨다고 한다.


라마찬드란은 한 스텝 더 나가서, 언어도 이 공감각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공감각의 교차양상 추상화가 시각적 모양과 청각적 묘사 사이에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글의 탄생과정을 떠올리게 했다. 문장구성의 계층적 트리구조에 대해서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진화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하고 있다.

나중에는 우리가 언어라고 부르는 메커니즘으로 융화되어 갔으나, 처음에는 다른 목적으로 진화된 많은 메커니즘들이 우연히 상승작용을 일으켜 결합된 것이 언어라는 것이다.

매우 그럴듯한 설명인듯하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을 상황과 사람들에 대해 간접체험과 이해를 할 수 있게 해 주어, 이런 드라마는 참 감사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겪는 경험을 다양한 CG로 표현해 내고 있는데 아마도 가장 유사한 느낌으로 재현했을 것이다. 안쓰럽고, 마음 아프고, 보면서 회차가 끝날 때마다 '다들 견딜 만큼만 아프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보통 삶의 스트레스로부터 시작된 사례들인데, 뇌의 물리적 손상으로 발생하는 증후군들도 만만치가 않다.


V4라는 색깔 영역이 손상되면 색맹이라는 증후군이 생기고, MT라는 운동영역이 손상되면, 책을 읽고 색도 보지만, 얼마나 빨리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볼 수 없다. '운동'만 감지 못한다는 것이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예를 들어 길을 건널 때 자동차의 번호판은 보지만 얼마나 빨리 다가오는지 감지할 수가 없고 번쩍번쩍 순간의 이미지로만 보인다. 와인을 따를 때도 얼마나 따랐는지 감지하기가 어려워 넘치도록 따른다.


맹시 환자(blindsight), 무시 환자(neglect), 부정(denial, anosognosia) 환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코타르 증후군(Cotard's Syndrome)은 더욱 특이한 경우다.

코타르 증후군은 모든 감각이 감정중추와 단절되어 있어, 세상의 모든 것에 감정적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환자가 그와 같은 완전한 감정적 고립을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것이고,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기 위해 이성이 왜곡되기에 이른다. 살아있음을 알려주려고 바늘로 찔러 피가 나는 것을 보여준다면, 환자는 놀라워하면서, 자신을 살아있다고 인정하지 않고 죽은 사람도 피를 흘린다고 결론을 내린다. 망상적 집착이 발전하면 모든 반대 증거는 왜곡된다.


환상사지를 비롯, 더 다양한 사례들은 '라마찬드란의 두뇌실험실'을 보는 것으로.


* 라마찬드란의 예술의 10가지 보편원리

1. 피크이동 2. 그룹 짓기 3. 대조 4. 격리 5. 지각문제 해결 6. 대칭 7. 우연적이고 일반적인 관점에 대한 혐오 8. 반복, 리듬, 질서 9. 균형 10. 은유

아하! 즐거움


* 자아의 특성

- 연속성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감정을 동반

- 자아의 일체성 혹은 일관성

- 구체적 감각 혹은 주인의식

- 우리 자신의 행동과 운명을 맡고 있는 자유의지

- 본성상 반성할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


* 라마찬드란의 연구 포커스

- 예외적인 신경학적 케이스들(증후군)을 많이 다루면서, 단 한 건이나 두 건에 해당하더라도 그로 인해 뇌의 작동원리가 밝혀지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음

- 아직도 미지의 세계에 놓여있는 뇌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할 최상의 도구가 진화론적 관점(진화신경정신의학 Evolutionary neuro-psychia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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