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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T 20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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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버스 Jan 12. 2016

IT 15년 썰 - 1

응답하라 2000

나는 2000년 9월, 학생 사원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원래 계획은 그렇진 않았다. 사실, 매우  '휴학'을 하고 싶었다.

9x 학번 시대는 군대를 제외하고는 휴학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시대였는데,

나는 휴학을 하고 놀고(?) 싶었다.

뭔가 초(그때는 '국'이었지 -ㅠ-)-중-고-대 를 빠짐없이 학교를 다닌 게 너무  범생이스럽지 않나.

(게다가 초-중-고 개근이라는 +_+;; 하아…)


대학 4학년 여름방학, 친구들은 모두 내가 휴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등록금을 부모님께 받고 있던 내가 휴학을 하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은 '휴학기간의  계획서'를 부모님께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4학년 여름방학은 끝나가고 있었고,

계획서 없이 시간이 가고 있던 차(어쩌지!), 병특 중이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누나 일 좀 안 하실래요?"


휴학을 위한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고,

면접관님의 꾐(?)에 빠져 어찌어찌 4학년 2학기를 학교와 회사를 동시에 다니기로 결정이 되었다.

(흠.. 내 목표는 휴학이었음을 기억해보자)


그렇게 시작한 회사의 첫인상은,

- 헛! 회식을 아웃백에서 하다닛. 회사가 이렇게 돈을 펑펑 써도 되는 거야! (대딩의 시각)

- 이 곳은 회사인가 동아리인가. 선배들은 다 대학 선배 같고, 워크숍은 엠티 같고. 사회에 발을 디뎠음에도 위화감이 전혀 없음.

- 잠깐 정신을 놓치면 다들 날 버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미어캣이 되어 주변의 기운을 살펴야 함.

- 같은 층의 동료의 생일은 바로 알 수 있다. 누군가 "00 생일이래요~ 축하해주세요~ 노래  시작~"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케익송을 부름. 근처 가서 박수 쳐주고 케익을  얻어먹으면 된다.

(- 당시 CEO 에 대한 스토리도 쏠쏠하지만 그건 언젠가 몰아서 쓰던가, 허락을 득하고 풀어야겠다;;;)

….. 이런 분위기.


아 그리고, 입사 후 첫 월급날, 모두 월급을 받았는데(당연한;;;) 나에게는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학생 사원은 날짜가 다른가보다' 라며 시간은 흘러 흘러 다음 월급날이 가까워지고...

"저기.. 저 지난달 월급은 언제쯤 나오는 걸까요?"

알고 보니 나는 입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ㅎㅎ (나 그동안 뭐 한 거?)

물론 소급 적용되었고, 아주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땐 회사도 좀 어설펐다. :)


당시에 그렸던 내 자리


개발에 대해 남아있는 첫 기억은, (난 개발자다)

입사하고 얼마 안 지나서, 모든 직원은 1억 PV를 달성한 기념(정확히 뭐였는지 기억 안 남)으로 해외 워크숍을 갔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남게 되었는데,

남겨진 나에게 선배님은 말씀하셨다.  "그동안 펄(Perl)로 ****를 짜 두거라"

그리고 멘붕에 빠지게 되는데... '펄' 이란 무엇일까. 내가 뭘 하면 '펄' 이란 걸 접할 수 있는 걸까.

나의 멘붕을 안타깝게 보던 또 다른 선배님이 책 하나를 던져주셨다.

그리하여, 모두들 괌에서 물장구치는 2일 동안 그 숙제를 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2년 정도 배우는 것을 회사에서는 2개월이면 배운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던 경험이었다.

( 후배들이여, 개발력을 늘리고 싶으면, 어딘가에서든 일을 받아서 해보도록. )


이때도 코드 리뷰는 있었다.

c 라이브러리 단위로 주로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종이 출력물을 가지고 했다.

(귀… 귀엽지;; 흠.. 코드리뷰도 O2O가 되었군...)

코드리뷰를 위해 사내에 한 개발자(누군지 기억남 ㅎㅎ)가 만든 '코드 리뷰용 출력 프로그램' 도 있었는데,

단도 나뉘고 글자도 작고 라인 넘버가 찍혀서 리뷰하기 딱이었다.

주로 가로 2단 출력에 한 페이지에 200줄 정도 코드 출력이 애용되었던 것 같다. (어딘가 찾아보면 그때 유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코드리뷰(당시엔 code  inspection이라고 불렀다) 일정이 공유되면 다들 출력을 해서 A4 한 뭉텅이씩 들고 회의실에 모여서

눈으로 보면서 리뷰를 했다.

줄도 치면서 낙서도 하면서 코드를 미리 공부해갔는데, 그땐 모니터로 코드 리뷰하는 게 영 불편했다.

'역시 코드는 촥촥 넘겨가며 보는 게  정석이지'라고 생각했다. (하.. 왠지 나 되게 늙은 거 같아;; )


흠, Light Development  History를 써보려고 했는데…  이게 뭐지?;;


2000년 당시의 인터넷 사이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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