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일. 뜻밖의 행운 (군산)
그날의 하늘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완벽했고 바람도 적당히 살랑거려서 숙소를 나서는 길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자야키 하야오 감독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떠오르는 구름에 절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헤르메스의 은총을 받는 자. 저인가요? ㅎㅎ
뜻밖의 즐거움 하나.
본격적으로 군산여행을 하기 전에 군산에 계신 지인의 공방에 들리기로 합니다.
“장미꽃 줄까요?”
“네? “
“여행 왔어요? “
“네. 그런데 이 장미를 주신다고요?”
“차를 대는데 자꾸 장미들이 걸려서 정리 중이거든요. 여행 중이면 좀 그러려나?”
전날 밤에도 보면서 ‘너무 예쁘다’를 연발했던 장미가 만발하던 그 집입니다.
“오! 아녀요. 주세요. 어젯밤에도 여기 지나면서 장미가 너무 예쁘다 했는데 이런 행운이. 너무 고맙습니다. 아는 지인이 근처 공방을 해서 가져가면 될 것 같아요. “
예쁘고 탐스런 장미를 한 아름 잘라 주십니다.
여행길에 받는 장미라니.. 신기하고 즐거운 시간. ^^
그 장미는 공방의 꽃 병에 예쁘게 꽂혀 또 다른 그림이 됩니다.
뜻밖의 즐거움 둘.
공방에 들려 점심을 먹고 이제 드디어 혼자 걷기 여행이 시작됩니다.
맨 처음 간 곳은 ‘마리서사’라는 서점.
1920년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에 시간을 덧입혀 서점으로 꾸몄다고 합니다.
상당히 따스하고 아늑한 느낌의 서점으로 공간도 예쁘지만 서점지기님의 메모들이 붙어있는 책들의 소개를 읽는 재미도 상당했고 궁금해지는 책들도 새롭게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어 매우 한산했어요. (내부사진촬영 금지입니다. :-))
어떤 한 책을 집어 들고 반쯤 읽었을 무렵 (얇은 책입니다. ㅎㅎ)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다가오셔서 오래 있을 건지 물어보십니다.
“아.. 지금 나가야 할까요?”
“아. 아니에요. 제가 지금 자리를 비우고 곧 다른 분이 올 건데 5분 정도 텀이 생길 거예요.. 편안하고 느긋하게 읽으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전 괜찮아요. 조금 더 있을 것 같아요. ^^”
잠시 후 그분이 나가시면서 “그럼 편안하게 읽으시고 가게도 잠시 봐주세요. ^^“라고 하십니다.
봐달라는 말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지고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공간에 그것도 책냄새로 가득한 곳에 혼자서 느긋하게 앉아 책을 읽으니 아..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들고 있던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을 무렵 마침 다른 분이 오십니다.
책도 읽었으니 다음 행선지를 향해 나설 때네요.
선물로 줄려고 찜해두었던 책을 한 권 사서 서점을 나옵니다.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