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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교사에서 심리상담가로, 두 번째 삶을 시작하며

by 녹색땅

안녕하세요. 브런치스토리에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된 '녹색땅'입니다.

닉네임은 제가 푸르른 땅을 정말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어요ㅎㅎ


네이버 카페에 가끔씩 칼럼을 올렸었는데요.


학생 부모님들이 참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브런치스토리 작가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간략하게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이들 심리'에 대한 글을 연재하게 된 이유,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 목차 등을 소개하겠습니다.



1. 교사에서 심리상담가로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30여 년을 재직한 뒤 정년퇴직을 했고,

지금은 청소년 심리상담가로 제 인생의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교직 생활 동안 저는 오랫동안 학교폭력 담당 학생 주임을 맡았습니다.


단순히 학생 지도를 넘어서, 학교폭력, 또래 간 갈등, 가정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가장 먼저 접하는 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의 다툼을 해결하는 데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아이들의 감정과 심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3명이 있는 무리는 꼭 한 명이 소외를 당할까?’

‘왜 친구가 많은데도 외롭다고 할까?’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그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행정과 생활지도의 틀 안에서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항상 규정 안에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퇴직을 앞두게 되면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공부를 해보자. 아이의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퇴직 후, 저는 바로 심리상담 관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기초 상담 심화 과정을 들었고,

이후 청소년 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관련 학회와 기관에서 이수 과정을 밟았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이론 공부와 실습, 그리고 상담윤리 교육까지 모두 마친 뒤,

현재는 정식으로 등록된 상담소에서 청소년 상담을 맡고 있습니다.



(포토샵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어렵네요..ㅎㅎ)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같은 길을 걸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상담가로서 하는 일은 아이의 마음을 옆에서 천천히 함께 걷는 일입니다.


가르치는 것과는 또 다른 울림이 있는 이 길에서, 저는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결국 마음의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을요!




2.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

상담가로 활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한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상담실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는 문고리를 한참 쥐고 있다가 천천히 의자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도 고개는 깊이 숙여져 있었고, 손은 옷자락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어떻게 불러줄까?”

“오늘은 어떤 하루였니?”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지만 아이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주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죠.

그렇게 한 시간 동안 거의 침묵 속에서 상담이 흘러갔습니다.


두 번째 만남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끔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표정도 감정도 단단히 닫힌 듯 보였고, 저는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이었던 날,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힘들 땐, 꼭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다고 안 해도 돼. 그냥 가만히 있어도 나는 네 옆에 있을게.”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이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흐르는데도 손으로 닦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진짜 너무 힘들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상담가의 자아가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너무 늦지 않게 그 아이의 마음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도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들고 오는 무표정,

질문에 대한 고개 끄덕임,

상담실에 제시간보다 더 일찍 와서 문 앞에서 기다리던 모습,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무언의 도움 요청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상담 기록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아이는 말이 없지만, 아주 큰 목소리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 아이는 지금, 아주 서툴지만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말해주고,

상담실에 들어와 가장 먼저 “오늘은 별일 없었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 속엔 이제 ‘그냥 지나가도 되는 하루’가 생겼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아이를 통해 저는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다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안엔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가 엉켜 있을 수 있다는 걸요.

어른들이 먼저 알아차려야 합니다.


강하게 혼내기보다, 그저 옆에 있어주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은 항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

그 조용한 언어를 읽어내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는 걸 저는 이 아이를 통해 다시 배웠습니다.



3. 앞으로 연재할 글 목차 미리보기

앞으로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아이들의 내면과 정서를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들은 교사로서의 오랜 경험과 상담가로서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아이의 말과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어른들이 조금 더 정확히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자 합니다.


연재 예정 글 제목 및 주제 소개

1. 학교폭력, 아이의 마음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연재확정)

사건보다 앞서 있는 ‘정서적 조짐들’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2. 상처받은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보낼까 (연재확정)

무표정, 짜증, 침묵… 아이들이 보내는 ‘마음의 구조 신호’


3. 갑자기 무기력해진 아이, 말이 줄어든 아이 (연재확정)

일상의 변화로 읽는 정서 이상 징후들


4.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의 공통된 특징 (연재확정)

비교, 눈치, 자기 비난…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심리 구조


5. 실패에 과도하게 불안한 아이, 왜 그럴까? (연재확정)

“틀리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마음속 불안


6. 정서조절을 못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꾸지람이 아니다 (연재확정)

‘감정’보다 먼저 다뤄야 할 ‘신뢰감’의 회복


7.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부모의 질문법 (연재확정)

무심코 던진 말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8.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는 아이, 정말 괜찮은 걸까? (연재확정)

내향성과 은둔 사이,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9. 또래 관계에서 자꾸만 밀려나는 아이 (연재미정)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가 보내는 감정의 언어


10. 왜 우리 아이는 친구와 쉽게 싸울까? (연재미정)

사회성 문제 vs 자기방어 메커니즘,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11. 사춘기, 반항은 감정 표현의 다른 이름입니다 (연재미정)

말보다 강한 태도에 담긴 '이해받고 싶은' 욕구


12. ㅍ아이의 분노를 다루는 어른의 자세 (연재미정)

화를 내는 아이보다, 받아들이는 어른의 ‘감정 기술’이 먼저입니다


13. 마음이 자라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연재미정)

치유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기다려야 보이는 회복의 순간


14.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 (연재미정)

실제 상담 장면을 바탕으로 구성한 사례 중심 에세이


15.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의 진짜 의미 (연재미정)

이해하려는 태도가 먼저일 때, 비로소 대화가 시작됩니다


연재확정이라고 되어 있는 글은, 이미 카페에서 발행한 적이 있는 글입니다. 그 글을 재구성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연재미정이라고 된 글은, 아직 쓰지 않아서, 그 주제가 바뀔 수 있는 글입니다.


이 외에도,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선생님으로서 미처 몰랐던 감정 지도법”,

“마음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멘탈 관리법” 등에 대한 글도 차곡차곡 풀어낼 예정입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담실 바깥에서도 ‘마음 돌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이 되도록 정성껏 쓰겠습니다.


4.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

아이들은 참 조용히 무너집니다.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말도 없이, 아주 천천히 무너집니다.


그러면서도 늘 ‘괜찮은 척’을 하고, ‘웃는 척’을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많이 반복하는 말은 “그냥요”입니다.


“왜 그런 기분이 들어?”

“그냥요.”


저는 그 ‘그냥요’라는 말 안에 담긴 복잡한 마음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마음을 알아채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매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정년퇴직 후 상담가로 활동하며 저는 매일같이 이런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 상처가 오래되어 아픈 줄도 모르는 아이,

그리고 관심을 원하면서도 누군가 다가오면 더 움츠러드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마음을, 저는 글로 전해보려 합니다.


이야기가 아니라 ‘신호’를 쓰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이건 우리 아이 이야기 같다”,

또는 “내가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 아이의 말투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전히 배움의 길에 있습니다.


교사로서도, 상담가로서도 완성된 사람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이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상담실 문 너머에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진 마음의 진동을 한 줄 한 줄 꺼내어 브런치에 담겠습니다.


부디 이 마음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어떤 부모님, 어떤 선생님, 혹은 한때 어린 아이였던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닿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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