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아이 마음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우리 아이의 ‘정서적 조짐들’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by 녹색땅

상처받은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보낼까

어느 날, 평소보다 말수가 줄어든 아이를 보며 ‘요즘 좀 피곤한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가요?


아이가 갑자기 가방을 무겁게 메고 다닌다든가, 즐기던 게임을 놓고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든가, 웃음이 줄고 짜증이 늘었다면 그건 단순한 사춘기의 증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시작은 아주 작고 조용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의 마음속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정서적 신호는 말보다 먼저 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말로 꺼내지 못합니다.

특히나 그 고통이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나쁜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건지조차 헷갈려 하며, 말을 삼킵니다.

하지만 감정은 침묵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이의 몸짓, 표정, 말투, 잠자는 자세, 심지어 노트 가장자리에 그려놓은 작은 낙서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이가 이유 없이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지금까지는 없었던 잠꼬대를 하며 웅얼거린다면?


최근 들어 혼잣말이 늘고,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그건 단순한 스트레스의 표현이 아닙니다.

정서적인 위기일 수 있으며, 그것은 '폭력의 시작'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건이 터지고 나면 이미 너무 늦습니다

우리가 뉴스로 접하는 학교폭력 사건들은 대부분 '드러난 결과'에 불과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작고 미묘한 신호들입니다.


실제로 많은 피해 아동들이 "그때 누군가 내 기분을 물어봐줬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합니다.


부모와 교사, 보호자들이 이 신호를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정서적인 울림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위기를 조기에 끊어낼 수 있습니다.


사건보다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이의 감정을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말하지 않는 아이’의 침묵을 해석하는 법

많은 보호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이것입니다.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어떻게 알아요?”

그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침묵을 통역해주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일기장에 '검은 색', '바다 속', '사라지고 싶다' 같은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거나, 혼잣말로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말을 반복한다면, 이것은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자기 존재감의 위기’를 반영하는 정서적 표현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무슨 일이야?”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요즘은 마음이 좀 복잡하지?”

“혹시, 네 마음을 조금 더 알고 싶은데... 괜찮다면 같이 얘기해볼래?”


이런 말로 마음의 문을 살짝 두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의 ‘정서적 방패’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서적 신호를 초기에 포착하고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따뜻하게 읽어내는 사람—그게 부모일 수도, 선생님일 수도, 동네 놀이터의 어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가하지 않고, 함께 있어주는 태도.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세상에 내 편이 있구나”라는 신호를 받습니다.

그 신호 하나가 아이를 폭력의 늪에서 꺼내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따뜻함에도 다시 살아납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작은 따뜻함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폭력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지키는 일도, 아주 멀리 있는 거창한 노력이 아닙니다.


그저 아이의 정서에 귀 기울이고,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 마음에 ‘함께 있어줄게’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바로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예방입니다.



※ 이 글은 ‘아이 마음 읽기’ 시리즈의 첫 번째 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상처받은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보낼까”를 주제로 이어집니다.

아이의 행동 이면에 숨은 정서와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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