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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ome Nov 15. 2023

명품과 낭만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구찌라는 욕망

인간은 오래전부터 글쓰기, 음악, 그림, 춤, 노래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왔다. 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 생각, 경험을 나타낼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표현에 담긴 내용은 개인의 자기표현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집단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다양한 예술에 대한 열망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창으로 작용한다.


예술의 역사에서 '낭만'은 형태나 경계를 넘어서게 하는 힘이었다, 엄격한 형식적 규칙이나 전통적인 제약은 인간의 자유로운 창의력과 개인적 표현에 대한 열망을 촉발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자신의 내면세계와 감정을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 따라 예술은 전통적인 경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되었다. 이는 예술가의 감정, 정서, 그리고 상상력을 완전히 표현해내려는 시도와 연결된다. 예술가의 작품에는 예술가의 감정과 정서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녹아있다. 아름다운 풍경화부터 생명의 순환을 담은 조각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거친 면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낭만은 예술가로 하여금 사회적 및 역사적 사건들을 자신만의 해석을 반영하게 한다. 예술가는 종종 현실 세계의 이슈들을 개인적인 해석과 결합시키는데, 이는 예술이 복잡한 현실을 보다 소화하기 쉬운 형태의 전환임을 시사한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논평을 통해 대안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국 낭만은 문화와 시대를 넘어서는 연결 고리라 할 수 있다. 고대의 서사시에서부터 현대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모험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동경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유사한 억압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예술은 이러한 자기실현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현실 속에서 이상적인 세상, 또는 더 나은 미래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형상화로 이어진다. 이런 면에서 현실로부터의 일탈이자, 동시에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된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작품은 더욱 예술적이고 개성적인 특징을 갖게 되었다. 이 시기의 예술가들과 장인들은 뛰어난 기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디자인의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제작은 고도의 기술, 시간, 자원을 필요로 했다. 이로 인해 소유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요구되었다. 부유한 상류층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고가의 예술 작품을 구매하거나 때론 예술가를 지원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이는 결국 예술을 단순한 창작의 산물이 아닌 투자와 사치의 대상으로 변모시켰다.


예술계도 점차 엘리트주의적인 성향이 강화되었다. 이는 예술과 대중을 분리시키고 특권 계층만의 전유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예술은 점차 대중에게는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지며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는 사치품으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상류층은 대중보다 더 고상한 자신의 취향을 좋아했고, 예술작품의 소유는 사회적인 우월함을 상징했다.


이러한 흐름은 낭만과 예술이 추구했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것과 같았지만, 사회의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8세기와 19세기에 등장한 산업혁명은 새로운 환경을 제공했다. 산업혁명은 대량 생산, 기술의 발전, 그리고 새로운 생산 방식을 통해 물질적 부의 창출과 분배 방식을 변화시켰다. 이 시기 등장한 중산층은 여가활동이나 예술작품과 같은 상류층의 문화에 관심이 높았다. 이는 상류계층에 한정된 소비시장의 변화를 의미했다. 중산층은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사회의 변화에 맞추길 원했다. 이러한 요구는 결국 새로운 소비시장의 탄생을 예고했다. 명품산업이 본격화 된 것이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탄생했다. 루이비통이었다. 루이비통은 당시 여행용 트렁크와 가방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그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탁월한 품질은 곧 부유한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내구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이 아름다운 제품은 새로운 소비계층인 중산층의 기대와 일치했다. 따라서 명품 루이비통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중산층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상업화와 맞물리며 명품이라는 독특한 소비상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사회적 지위나 부러움의 해소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명품들은 실제로 제품의 품질이 매우 좋았을 뿐만 아니라 미적 수준도 높았다. 그런 면에서 명품은 개인의 정체성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20세기 초 등장한 샤넬은 이러한 현상을 더 강력하게 반영한다. 가브리엘 샤넬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에 주목했다. 이는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및 개인적 변화에 대한 욕구 즉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었다. 여성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패션을 제안했던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구찌는 이탈리아 공예의 전통과 품질을 세계에 알리고자 만들어졌다. 구찌오 구찌는 고급 가죽제품을 제작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었고 이러한 영향은 명품 구찌의 탄생을 촉진했다. 그렇게 구찌는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게 되었다.


프라다도 마찬가지였다. 1913년 설립된 프라다 역시 고급 가죽 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했다. 프라다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최고 품질의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이 브랜드는 전통과 현대의 미적 가치를 결합하여 대중에게 선보였다. 때문에 고객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비록 명품의 등장이 귀족이나 상류층에 대한 부러움을 반영하고 있더라도, 대중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물론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대게 좋은 질은 아니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제품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예술을 촉진했던 낭만의 추구와 무관하지 않다. 낭만의 본질은 결국 개인의 감정, 정서 그리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그러한 과점에서 명품이 추구했던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고 했던 대중들의 선택은 충분히 낭만의 정신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루이비통의 여행용 트렁크와 가방은 여행이라는 모험과 발견의 낭만적인 개념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단순한 실용적 목적을 넘어 여행자의 꿈과 경험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샤넬의 패션은 여성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며, 이는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개인적 변화를 반영하는 낭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구찌와 프라다의 경우,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결합한 접근 방식은 개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낭만이 추구하는 개인의 정체성과 자기표현의 중요성과 맥을 같이한다.


명품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낭만의 핵심 측면, 즉 개인의 감정과 정체성의 표현에 대한 강조를 반영한다. 이는 명품 브랜드들이 단순한 상업적 가치를 넘어서 문화적, 감성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명품의 발전과 낭만의 추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두 분야 모두에서 창의력과 개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통점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명품은 대중화되었다. 어느 덧 대중들은 패션과 액세서리, 뷰티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탄생했고, 이들은 단순히 고급스러움을 넘어서 개인의 정체성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여긴다. 명품 브랜드들 역시 이러한 대중의 욕구를 잘 포착한다. 이들은 고유한 스토리와 감성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감정적 연결을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이러한 전략이 두드러진다.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명품 브랜드들은 낭만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를 전달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르네상스시대와 유사한 사치와 허영과 관련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명품과 낭만의 관계가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의 명품 시장에서는 낭만의 정신이 점점 퇴색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명품 브랜드들이 대량생산을 통해 제품의 품질과 독창성을 희생시키는 경향 때문일 수 있다. 과거 명품은 수작업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그 가치가 결정되었으나, 현재는 많은 브랜드들이 대량 생산을 통해 제품을 출시한다.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제품과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품질이 평준화되었다. 품질의 평준화는 개인의 감정이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단순한 상업적 상품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마케팅 전략의 조작과 과대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현혹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며, 실제 제품의 가치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소비 행태를 조장한다. 실제 많은 명품브랜드는 유명인을 동원해 자신들의 상품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노출시킨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유행하는 '명품 자랑' 현상은 명품이 개인의 감정이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단순한 과시의 도구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유로운 창의력과 개성의 표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또한, 명품 브랜드들이 대량생산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경향도 이러한 변화에 일조한다. 명품은 이제 대중의 소유욕을 충족시키는데 만족하며, 단순한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환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명품이 갖고 있었던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는 점차 희석되었고, 대신 상업적 가치와 대량 소비의 논리가 우세해졌다. 이는 분명 낭만이 추구하는 개별성과 창의성의 본질적 가치와 대비되며, 명품 소비가 더 이상 낭만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대 소비문화의 본질을 드러낸다. 결국, 낭만의 깊은 감성과 예술적 가치에 대한 기대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낭만은 무엇일까? 낭만은 단순한 물질적 소유나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것은 어쩌면 여전히 개인의 감정과 정체성의 진정한 표현에 있을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소비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자신의 독특한 경험과 그로인해 얻어지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가 아닐까? 명품이 평범해지는 것은 어쩌면 표준화와 획일성을 요구했던 우리의 욕구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개인의 창의성과 감정의 진실함을 희석시킨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비교적 명확해 진다. 우리는 다시 자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낭만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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