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더 떼부릴 수 있는 엄마.. 정상인가요?
내가 좀 게으르긴 하지만, 일 처리 속도가 느린 편은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둔다. 일은 정말 끊임이 없다. 평일에 잠 좀 정상적으로 자고 아이랑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려면 주말에 대부분의 일을 간략하게라도 모두 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미리 말했다.
"나 내일 오전에 일 해야 해. 내일 어디 갈 거야? 어딜 가든 나 못 따라가. 그니까 미리 말해줘."
"아직 안 정했어. 어차피 안 따라갈 건데 뭐 하러 알려고 해."
"못 따라가니까 미리 알려달라는 거지."
"몰라, 내일 정할래."
그리고 대망의 내일.
오전에는 남편이 아이를 돌보기로 했으나, 한 집에 있는 엄마를 가만 냅둘 아이는 거의 없고 복덩이 역시 아침부터 나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워킹맘 특유의 죄책감 센서가 강화된 요즘이라 일단 일하러 카페로 나가기 전까지(집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어제 아이사랑 놀이터에서 빌려온 '푸드코트' 장난감으로 놀기 시작했다.
"엄마, 일하러 언제 갈 거야? 어디로 가는데? 유치원?"
"아니, 카페에 가서 일하다 올 거지."
"안돼, 엄마 못 나가. 집에서 일해야 해. 복덩이도 집에 있잖아."
내가 못 나가면 너도 못 나간다는 심보를 비치는 아이를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남편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어디 갈라고?"
"몰라, 미세먼지도 안 좋다며. 복덩이는 어디 가고 싶어?"
"어~ 수영장 가고 싶어!"
"안됨, 오늘 오후에 예약한 수업 있음, 복덩이 다른 데로 골라야 해."
"흠... 4시 30분 예약이랬나? 그전에 갔다 오면 되지! 복덩아 준비하자!"
"... 뭐? 복덩이 수영장 안 간다고 해야지. 엄마도 안 가는데 복덩이가 가면 어떻게 해?"
"아~ 그럼 아빠랑 복덩이는 수영장 가서 놀 테니까 엄마는 카페 가서 일해도 돼!"
이 말에 결국 내 속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드러누워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보다 더 한 생떼를.
눈이 똥그래진 아이가 나에게서 눈을 못 뗄 만큼의 과한 생떼를.
오늘 수영장을 가겠다는 아이와 오늘은 찜질방으로 가라는 아내의 생떼에서 결국 아이의 손을 들어준 남편에 분개한 나는
"나 진짜 삐졌어. 나한테 말 걸지 마."를
시전 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당황한 아이는 울먹이며 따라 들어와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남편은 쟤 또 왜 저러냐는 말과 함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거다.
내가 분명 말했는데, 수영장 같이 가자고. 몇 주 전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같이 수영장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할 때마다 아직 아니라고 하더니. 이렇게 갑자기???!!!!!
남편에게 삐진 마음이 아이에게도 향한 거다.
참 나도... 어른답지 못..... 하긴 개뿔!!!!!!!!!!!!
나 진짜 삐졌다.
.
.
.
.
.
..... 이런 엄마도 정상인가요?
아, 굳이 답변은 안 들어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이만 마음 수련을 하러,,,,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