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송은 대략 100년 전 철학자다. 그를 만난 건 '시간'에 대한 관심 때문인데, 어떻게 10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며, 천재적이다. 근대 과학적 방법론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고 그 귀결점이 베르그송에게는 '시간'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데, <사유와 운동>은 기존의 철학이 시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책이다.
우리가 측정하는 선(線)은 운동하지 않지만 시간은 운동성이며, 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지만, 시간은 발생하고 있는 것이며, 더구나 모든 것을 발생하게 끔 하는 것이다.
- 베르그송, <사유와 운동>
시간은 주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발생'하고 있는 어떤 것이라는 사고의 전환, 인식의 전환이 이 책 서론에 등장한다. 과학은 공간과 시간을 하나의 하나의 실체로서 객관적 산물로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등장 이후로 시간은 에너지의 함수이며, 그에 따라 모든 존재는 계의 고유한 시간 안에 존재한다. 그러니 시간 속에서 존재는 끊임없이 생성, 발생하며, 시간은 생성과 발생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시간을 누벼야 한다.
통섭을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병렬적으로 공부하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진정으로 통섭해서 공부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듯하다. 통섭적 공부를 하고 싶다면 단언컨대 베르그송을 추천한다. 그가 1907년에 발표한 <창조적 진화>에서는 비록 상대성 이론에 대한 오해가 있지만 그럼에도 자연과학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가 깊이 있게 들어 있다. 제논의 역설에 대한 사유, 진화론에 대한 사유, 상대성이론에 대한 사유를 볼 수 있다. 자연과학적 소양이 있지만 인문학에 관심 있거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자연과학적 소양을 키우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