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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n 26. 2018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리딩으론 리딩 할 수 없다 

수업하는 학원 책꽂이에 이지성이 쓴 <리딩으로 리드하라> 책이 꽂혀 있다. 


쓰레기다. 


이건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심지어 출판사가 문학동네인 데, 이 책을 담당한 사람 또한 완전 사기꾼이다. 사기꾼 천지다. 


이 책은 인문고전을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책을 나열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소개한 책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고, 단언컨대 인문고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책은 도구, 수단에 불과하다. 책,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것은 책에 담겨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 의미이지 책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인문고전을 읽으라고 한다. 의미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인문고전을 읽으라고 하니 기본적으로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더 기가 막힌 건 해설서는 읽지 마라고 한다. 인문고전은 모두 해설서다. 성경도 누군가가 쓴 해설서고, 논어, 국가도 모두 해설서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흄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설서이고, 들뢰즈는 칸트, 스피노자, 니체 등을 해설하면서 자신의 철학적 토대를 닦았다. 딜타이, 가다머는 해석하는 것이 왜 어렵고 힘든지 완벽한 해석은 왜 불가능한지에 대해 설명하며 해석학을 창안 했다. 경서의 주자주와 세주는 모두 해설서다. 주역도 해설서다.  세상의 모든 책은 세계에 대한 해설서다. 그런데 해설서를 읽지 말라니!!! 그러니 쓰레기다. 


인문고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익히는 공부다. 


어린왕자는 모자처럼 생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본다. 

자신이 원하는 양이 상자 안에 있는 것을 본다. 

어른들은 숫자, 돈, 명령 등 보이는 것만 보지만 

어린왕자는 서로 길들여지는 과정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어린왕자와 만났던 '나'는 어린왕자가 떠난 후 하늘의 별을 보면서 어린왕자의 모습을 본다. 나와 어린왕자 간의 길들임의 과정, 상호작용한 시간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고전을 통해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글자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책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해보자. 인문고전을 읽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이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져야 하고, 철학책을 읽으면 개념이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져야 한다. 인문고전을 읽는 것은 내 눈앞에 직접적으로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본 것과 같은 충격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고, '보이는 것만 보아야 한다'는 이 책은 인문고전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단언컨대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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