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이인 Sep 12. 2020

[영화] <남매의 여름밤>, <반교:디텐션>

여름의 영화관에서 만난 대만, 뉴웨이브 장르


"좋다가 말았다."

8월의 한국 극장가가 딱 이랬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화 <반도>가 조심스레 개봉했다. 350만 명 이상의 관객에 희망을 본 극장가는 8월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게 흥행 바통을 건네주었다. 두 작품 모두 400만을 모객 하는 큰 성과를 얻었다. 코로나 19, 기후 이상 장마의 빗줄기에도 극장가는 이전의 활기를 점진적으로 되찾는 듯했다.


 화룡점정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 8월 27일 개봉 소식이었다. 모두가 이 시점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거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슬프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코로나 19로 극장가는 와르르 다시 무너져 내려갔다. 참 좋다가 말았다.



킹시국에서도 살아남은

두 편의 독립영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약 30일 정도 되는 이 7월 ~ 8월 중순까지 나는 영화관에 푹 빠졌다. 이 시국에서 살아남는 영화의 불씨를 본 작품들에 마음이 더욱 갔다. 덕분에 7월 분의 넷플릭스, 왓챠 구독료는 그들의 기부금이 되어버렸긴 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그중에서 코로나에도 살아남은 좋은 두 편의 영화에 대해 쓰려한다. 우선 이 영화들은 이웃나라 대만과 모종의 연결점을 갖고 있다. 한 편은 대만의 뉴웨이브 장르를 떠올리게하는 한국영화, 다른 한 편은 로맨스 청춘물을 탈피한 대만영화이다.



에드워드 양이 보이는 신인 감독의 등장

<남매의 여름밤> (2020)



시놉시스와 명대사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 그렇게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의 여름이 시작되고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까지 합세하면서 기억에 남을 온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아버지 집에 오니깐 좋지?
우리가 싸운 적이 있었나?

'올해의 한국영화'라는

어느 감독의 대학원 졸업작품


 이 작품은 작년영화제에서부터 인기가 범상찮았다. 통상적으로 직전 해 영화제에서 사랑받은 작품들이 올해 정식 개봉을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2020년 정식개봉작으로 후보 1순위였다. 그렇듯 독립영화 계에서 바라보면 큰 영화, 상업영화계에서는 작은 영화로 불린 이 <남매의 여름밤>이 올 여름에 개봉했다.


 그리고 곧바로 '올해의 한국 가족 영화'라는 수식어를 다는 등 호평이 죽 이어지고 있다. 영화 팟캐스트로 유명한 김혜리의 필름클럽, 영혼의 노숙자 등 각종 매체에서도 다루고 씨네21 인터뷰와 유튜브에도 출연한다. 각종 미디어에서 자발적으로 이 영화를 찾아 방문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주는 안정감과 안온함이 관객들에게 감각적으로 다가온 지점이 있었다고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고요하게 서술하는 영화가 여름밤에 어울리게 참 내밀하고 신선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윤단비 감독의 첫 장편영화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도달할까 고민이 있었다지만 관객들이 영화가 갈 일을 스스로 만드는 일을 체감했다고 언급했다. 어느 가족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삶이 덧붙여지면서 바이럴이 퍼지면서 감독의 의도가 아닌 관객이 이끄는 세계를 영화가 갖게 되는 걸 보았다는 것이다. <남매의 여름밤>이라는 영화가 스스로 좋은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영화마케팅에서 가장 매력적인 정도正路를 걸어가고 있다.


<남매의 여름밤> 뱃지 컬렉션 - 옥주와 할아버지의 음악 듣는 장면

 그 반증으로 굿즈시리즈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전부터, 보통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팬들을 위한 A3 포스터, 배지 등 각종 굿즈 이벤트들이 있다. 굿즈시리즈가 영화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잇다 보니, 대다수의 영화가 이런 굿즈를 제작한다. 그리고 코로나19이후 영화관 발걸음이 더욱 망설여지는 시점에 굿즈 경쟁이 조금 더 과열된 것이 사실이다. 굿즈를 걸지 않으면 영화관에 오지 않을 관객들의 소비패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2020년에는 매진되지 못하는 영화들이 허다하다. 그런데 <남매의 여름밤>은 예외다. 이단 굿즈 디자이너와 제작자들부터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는 티가 난다. 그래서인지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 뉴웨이브(新浪潮)라는 장르와

유튜브 브이로그의 상관관계


 <남매의 여름밤> 이라는 좋은 영화가 사랑받게 된 것은 물론 다양한 연유들이 있을 거다. 그 중에서 영화 개봉 리플릿에서도 작은 힌트를 얻었다. 리플릿 뒷장을 보면 한국판 뉴웨이브 장르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웨이브(newwave) 가 무엇인지 의아할 수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는 들어봤지만 뉴웨이브는 그에 비해 생소한 키워드다. 그에 대한 힌트를 <남매의 여름밤> 감독인 윤단비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다.


"각자의 여름에 있었던 빛과 촉감이 영화로부터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전적인 이야기까진 아니더라도 제가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네 아줌마들이 떠들던 이야기,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되 일상 속에서 사랑스럽다고 느꼈던 부분을 담으려 했어요. "


 빛과 촉감이 전달되는 이야기. 가감 없는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다. 게다가 살아가는 터전인 공간도 캐릭터로 만들어버리는 연출이 이 영화의 핵심인 걸로 보인다. 여기서 유튜브의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랑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힌트를 얻었다. 갖추어진 스튜디오, 밝고 티 없이 깔끔한 조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전적이며 삶의 색깔이 브이로그의 매력이라고 보이는데, 뉴웨이브는 그런 결을 갖고 있는 영화형식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브이로그보다 뉴웨이브의 출현이 훨씬 이르다. 1980년대 대만에서 뉴웨이브가 등장한다. 뉴웨이브라는 단어는 대만에서 新浪潮 (신랑차오: 신낭만주의 물결)이라고 불린다. 1970년대 자본주의적 경제적 급성장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 제기된 인간소외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영화 속에서 서술되기 시작했던 시기에 발생한 장르이다.

 

보통의 장르물과 같이 특정 사건에 관련하여 가지고 깊게 파고드는 대신, 사람들 간의 대화와 삶 속에서 발견되는 당대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장르다. 뉴웨이브라는 장르가 처음 생겼을 1980년대에도 이미 대만 언론에서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을 남겼다고 기록했다.



뉴웨이브의

대표 감독들


 그런 뉴웨이브(신랑차오) 장르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감독들이 있다. 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에드워드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 스틸컷

 이 감독들은 작은 공통점이 있다. 인공적인 세트 촬영이 아닌 로케이션 촬영을 지향했다는 점, 인간소외에 대한 담담한 그림을 그렸다는 점, 또한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신인과 아마추어를 적절하게 기용하여 활용했는 점이다. 

<광음적고사> (1982)의 스틸컷

뉴웨이브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1982년 <광음적고사> (의역: 광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제목부터 서사의 보편성이 느껴진다. 이 영화는 당시 신인 감독이었던 에드워드 양, 타도우첸, 추안잉, 코 이첸 네 감독이 옴니버스 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갑자기 네 명의 감독이 왜 합심해서 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역사적 설명이 조금 덧붙여져야 한다.

<타이페이 스토리> 의 스틸컷 - 후지필름을 정말 사랑했다는 에드워드 양의 연출이 드러난 장면이다

 대만은 일본문화의 영향을 직접적, 자발적 그리고 긍정적으로 받는 나라다. 그만큼 일본과 대만은 문화적으로 교류가 깊은 사이좋은 국가다. 일본 영화의 문법들이 많이 녹아져 있는 상태에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발전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도 시작되었다. 실제 영화업계는 기존의 영화 검열제도가 검열법의 폐지 수순까지의 수준으로 급속도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 때 일본의 영향을 깊게 받은 이 네 명의 감독들이 왕성하게 신인으로 활약을 시작했다.


그렇게 <광음적고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 성공을 토대로 이후에 <타이베이 이야기>, <공포 분자>, <펭쿠이 섬에서 온 소년> 등 인간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라고 요약하고 싶은 명작들이 포진해있다. 스튜디오가 아니기에 더욱 그 시절, 그 날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2020년이 올해까지도 #에드워드양특별전 등과 뉴웨이브 장르 재개봉 특별전은 각종 영화관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당시의 작품들이 포스터도 모두 리디자인 되어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시대의 한국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았다. 영화의 주소비층인 지금의 20대 여성들에게 어떤 자기계발서들보다 깊은 통찰과 재미를 담아주는 듯 하다.



남매의 여름밤 속의

뉴웨이브


이 장르는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씨네21의 <남매의 여름밤> 온라인 GV 중에서 윤단비 감독은 직접적으로 이 영화를 찍기 이전에 실제 가족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촬영 담당한 미술 감독을 도쿄에서 만났다고 얘기했다.

이소이 토시히로 감독을 만났다는 설명을 하는 중


 둘의 만남의 장소가 도쿄 안에서의 대만 식당이라는 점을 보았을 때, 에드워드 양과 허우 샤오시엔을 자연스레 연상된다. 그리고 그때 윤단비 감독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고 접근을 하였나를 물었다고 한다. 이소이 토시히로 미술감독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사실 내가 미술 세팅을 한다면 이런 공간을 구현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그곳에 처진 발이라던가 메뉴판이라던가 그 공간의 특색이 묻어있는 곳이다. 실제 1년간의 촬영 중에 식물을 1년 내내 기르며 작업했다."


 그리고 그에 덧붙여 윤단비 감독은 내 상상력과 익숙한 공간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처음부터 상상력으로 빚어낸 공간이 아니라, 그런 공간을 찾아내서 특색을 끄집어내려고 한 시도를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씨네21> 인터뷰에서 <남매의 여름밤> 김기현 촬영감독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김기현 촬영감독은 대만의 뉴웨이브 감독들과 오즈 야스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전부 다시 봤다. “식사 장면을 포함해 정적인 공간에서 카메라가 인물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또 가족과 아이들, 죽음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연구하고 이를 <남매의 여름밤>에 녹여내려 했다.”그는 <남매의 여름밤>을 찍으며 “찰나의 시간을 잘 포착한다면 여러 제약 속에서도 좋은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립영화의 힘”을 다시금 상기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감독들의 직접적인 언급이 두 인터뷰에 걸처 나온다. 무언가 90년대생 영화감독과 연출자들에게 뉴웨이브가 장르가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주는 것 같다. 인간의 회복을 우선적으로 소망하는 신인 창작자들의 세대적 특성도 덧붙여질 수 있을 것 같다.



대만의 '요즘 것'들의 역사의식이 반영된

<반교:디텐션> (2019)

<반교:디텐션> 국내 정식개봉 포스터



영화 기본 정보

시놉시스

비가 내리던 어두운 밤, 모두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학교에 남겨진 팡루이신과 웨이중팅.두 사람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 학교를 벗어나려 하지만. 환영과 귀신들이 그들을 괴롭히고 잊고 있었던 끔찍한 비밀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你是忘記了,還是害怕想起來?
너는 잊어버린 거니 아니면 생각하는 게 두려운 거니?



반교는 무슨 뜻인가?

<반교:스틸컷> 국민당 장제스의 얼굴과 대만 국기가 인상적이다.

 역대 중화권 영화는 <와호장룡>, <패왕별희>, <중경삼림> 등처럼  한자를 그대로 읽는 직역을 고수해온 편이었다. 마찬가지로 <반교:디텐션>도 그 공식을 따랐다. 그렇지만 이런 제목들은 직관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교:디텐션>의 '반교'는 학교(學校)라는 단어에서 앞의 배울 학(學)이 반할 반(返)으로 치환하여 사용되었다. 당대의 학교가 가장 학교답지 못했다는 아픈 역사적 비운을 꼬집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포스터에서 드러나는 색채와 이미지로 이 작품이 학교에서 그려지는 공포 스릴러 영화임을 나타내고 있다.



대만의 현대사는

한국의 그것과 많이도 닮아 있다.

<반교:디텐션>의 주인공인 배우 왕정. 역할명은 팡슈에지에.

 사상, 마음, 선택의 자유가 사라진 1950-60년대 계염령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반교:디텐션>.

 이 시대는 중국 공산당에서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국민당 독재로부터의 두 번째 해방으로 얻은 자유를 대변한다. <반교:디텐션>도 대만인들의 민족적 자부심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시대물이다.


 이렇듯 한 국가의 짙은 정치적 메시지가 어떻게 다른 나라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이 영화가 해외에서 반감이 아니라 공감으로 이끄는 데 성공한 데에는 두 가지 현실적인 조건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이 영화의 원작이 성공적인 게임이었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대만의 현대사가 한국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레드캔들게임즈 사에서 만든 게임 <반교:디텐션> 의 이미지

 이 영화의 원작은 2017년 '레드 캔들 게임즈'사에서 만든 호러 게임 <반교>이다. 대만도 한국과 더불어 세계 게임강국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스마트폰 실사용률 조사 순위에 늘 2위가 대만, 3위가 한국이 자리할 만큼 소셜미디어와 게임을 사랑하는 두 민족이다.


 그런 대만의 레드캔들 게임즈 사에서 대만을 세운 국민당의 계엄령 시대에 대항하는 게임을 만들었다. '자유'라는 슬로건을 걸고 말이다. 해서인ㅈ, 중화권의 대만과 홍콩의 젊은 층 위주로 큰 붐이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게임 팬층들도 TAIWAN NO.1 슬로건 때와 비슷한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국가가 지정한 불온서적을 읽고 있는 독서회의 장면

 여기서 두 나라가 게임강국이라는 점과 역사적 동질성을 가진 특성이 만난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30년간의 일제강점기, 1960-70년대 급격한 경제 발전, 독재정권으로 빼앗긴 사상의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항쟁으로 얻은 민중의 함성.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거의 맥락 상통하는 배경 덕분에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었다고 읽힌다.



인상적인 <반교:디텐션>의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

<반교:디텐션> 스틸컷

 이후 2019년 실사화된 영화인 이 <반교:디텐션>은 대만과 홍콩 현지에서 개봉하여 2.6억 대만달러, 한국 돈으로 100억을 웃도는 박스오피스를 냈다. 덕분에 2019년 전체 대만 박스오피스 1위에 제56회 금마장 시상식 5관왕을 한 그야말로 19년 한 해의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땠을까? 8월 13일에 개봉해 8월 말 기준으로 130개 스크린에서 3만 명이 봤다. 코로나 19와 기후 이상 장마시즌이라는 두 악재를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숫자이다.


 2020년 독립영화 중 최고 성공작으로 불리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도 코로나 19 직전 개봉하여 15만 명 관람객 수를 기록했으니, 코로나가 없었다면 10만 관객도 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반교:디텐션>이라는 작품이 극장사가 1/4 토막이 난 시기에 3만 명 관객을 만든 데에는 분명히 게임 <반교>라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것이 브랜드 파워가 시발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양질의 원작이 영화 흥행 공식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슷한 역사 배경, 대만은 학교물, 여름은 공포라는 세 요소가 시의적절하게 맞아 들어가 주어 이 스코어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틸컷. 현대사를 영화화하는데 한국인들은 충분히 익숙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의 스틸컷 - 대만영화하면 생각나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
영화 <애나벨: 집으로>의 스틸컷 - 여름의 공포 영화라는 대중적인 인식

결론적으로, 게임 <반교>라는 탄탄한 브랜드, 유사한 역사 맥락에서 오는 동질감, 대만영화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포영화의 최적정 개봉 시기라는 네 개의 요소가 맞아떨어졌다.



한국 평론가/관객 리뷰

<반교:디텐션> 스틸컷

품이 넓어서 더욱 슬픈 호러의 긴 여운. - 이동진 평론가

한국사가 읽히는 담대한 데뷔작

고등학생이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운 무게, 그래도 기억해

독재 시절의 공포가 숨을 옥죄는 실체로 다가올 때

지옥이 품은 씨앗에서도 희망의 꽃은 핀다 - 이건영

시대와 장르 두 가지를 융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참신하고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도식적인 호러 문법을 기대했다면 기대치만큼 실망할 수 있다.

좋은 공포영화는 항상 공포 그 이상의 무엇인가 존재한다 - 김현민



글을 마무리하며


두 영화는 플롯과 영화의 재미를 전혀 다른 곳에서 취하고 있다. 하나는 사건사고가 파도치고 다른 영화는 잔잔한 호수 같다. 장르도 영 다르고 둘을 같이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 적고 보니 어쩌면 굉장히 자전적으로 묶은 나 개인적인 컬렉션이라고 느껴진다고 한다. 대만이 아킬레스건인 나의 사적인 감정이 영화들에 녹아들어서 가느다란 나의 실로 묶어버린 기분.


그렇지만 연관성과는 별개로 이 두 영화는 정말이지 참 좋은 작품들이다. 무해한 작품들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몇 번을 보게 될 때마다 대만을 기념하고 이 글을 적었던 순간들을 기억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