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바다
치매 할머니가 된 분이가 보리밭을 바라보며 학창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그림책이다. 흰머리가 지긋해진 나이 든 모습.. 치매로 인해 자신의 딸을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과 현실 인식까지도 지워진 상태.. 고래들은 보리 바다를 헤엄쳐서 분이를 학창 시절 소녀였던 시절로 데리고 간다. 마을 아이들과 보리밭에서 달리기 하고 정미소에서 숨바꼭질하던 기억과 아이들이 먼저 가버렸던 기억..
그때의 기억이 분이 에게는 치매가 왔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인가 보다.
어느덧 40살이 넘어가고 흰머리가 하나씩 나기 시작한다. 첫째가 엄마가 할머니가 됐다고 하며 흰머리를 하나씩 뽑아준다. 아직은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내가 치매가 되어 분이처럼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추억은 무엇일까?
할머니 집 마당에 심어져 있던 노란 장미의 톡 쏘는 듯한 향기, 화려하고 강렬한 붉은 꽃 무릇, 북슬북슬 강아지, 앵두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밤 주으러 산에 갔던 기억.. 다슬기가 많이 살았던 시냇가..
분이의 보리 바다와 같은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벚꽃이 만개한 아파트 산책길과 집 뒷산을 아이들과 함께 걸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비에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먼 훗날 아이들은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내가 70살 80살이 되어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본다면 뭐라고 할까? 두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순간은 다시 올 수 없으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라고 말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커가는 이 시간은 먼 훗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겠지..
이번 봄이 지나면 내년에 다시 볼 수 있는 벚꽃이 벌써부터 그립다. 내년이 되면 나는 한 살 더 나이가 들고, 아이들은 한 살씩 더 자라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에 감사하자. 그리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