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 가이드>를 통해 확인하세요.
이 글을 읽기 위해 지금 여러분이 눈 앞에 펼쳐놓은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시나요?
세련된 박스에 포장되어 나온 이 매끈한 제품이 만들어진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여전히 전자기기를 만드는 제조 공정은 많은 부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화석연료 전력에 의존하고 있고, 희귀금속을 포함한 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광산의 노동자들은 때론 보호장비도 없이 광산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첨단기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유해성이 확인됐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화학물질이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제조사들은 더 많은 제품을 팔아 이윤을 올리려고, 툭하면 디자인과 기능 일부를 바꿔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고쳐가며 오래 쓰거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없도록, 아니면 아주 힘들도록, 교묘하게 디자인합니다. 탄광과 공장 근로자가 건강을 해치고, 제품 사용자도 소비자 권리를 침해 당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하나뿐인 행성 지구가 입습니다. 유한한 자원이 낭비되고, 채굴 과정에서 회복할 수 없이 오염됩니다. 막대한 온실가스로 지구 온난화도 악화합니다.
알고 계셨나요?
전자기기로부터 발생되는 80% 이상의 탄소는, 여러분이 기기를 만져보기도 전인, 생산단계에서 발생합니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100g의 자원을 얻기 위해, 그보다 340배나 많은 광석을 채굴해야 합니다.
2017년 한해 6천 5백 만 미터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홍콩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양과 맞먹습니다.
이제 제품이 얼마나 얇아지고 카메라 픽셀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와 재활용 원료를 얼마나 썼는지, 오래 쓸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을 채택했는지를 근거로 진정한 혁신을 판별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IT기업들이 전자기기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고 협력사를 포함한 기업의 공급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어떤 기업들이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보다 정확히 판별하기 위해 <2017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 가이드>를 발표했습니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이 시급히 변화해야 하는 세가지 중점분야(1)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2) 자원소비 절감 3) 유해화학물질 제거)를 선정, 약 2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높은 17개의 전자기기 제조사(스마트폰, 태블릿PC, PC)를 평가했습니다.
2017년 가이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 전력 소비량에서 IT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12%입니다. 하지만 IT산업의 전력소비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대중의 요구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더 나아가 협력사까지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1, 2위를 다투는 삼성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커녕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중장기 목표도 없으며, 화웨이와 아마존 등은 협력사의 탄소 배출량을 아예 밝히지도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사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전자기기의 제품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만큼, 지구 자원은 낭비됩니다. 해마다 6천 5백 만 미터톤의 전자폐기물이 쌓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판매일변도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의도적 제품수명 단축 디자인을 포기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품수명 연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재활용 원료 사용량을 늘리고,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페어폰, 델, HP는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이 분야 선두기업입니다. 반면 삼성,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빠른 기기 교체를 유도하는 사업모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품과 생산공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 가이드>가 가장 집중했던 분야입니다. 2007년과 비교해 10년이 흐른 지금, 애플은 PVC와 BFR을 모든 제품군에서 몰아내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소니를 비롯한 다른 여러 기업들은 여전히 2009년과 2010년에 했던 자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조공정에서 유해화학물질 제거는 여전히 시급한 문제입니다. 발암물질, 신경독성물질, 내분비교란물질과 같은 화학물질을 우선순위로 노동자와 환경을 위해 유해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몇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지만 17개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D+로,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쉬운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적극적인 페어폰이 가장 높은 종합점수인 B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다행히 IT업계는 변화를 추구하는데 능한 기업들이 모여있습니다. 제품 사용자인 우리의 요구가 기업의 변화에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이제 다시 외쳐야 합니다. 유한한 지구 자원을 끊임없이 소모하는 방식,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에 의존해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원이 순환하는 모델, 재생가능에너지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라고 말입니다. 바로 거기에 혁신이 있다는 것을 기업들에게 알려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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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개리 쿡/ 그린피스 미국 사무소 IT 분야 선임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