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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학생이 잡는다!

해외 대학 에너지전환 학생 운동 사례

세계가 화염에 싸인 듯 뜨겁습니다. 사람을 녹여 버릴 것만 같은 폭염의 원인은 기후변화입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노력으로 기후변화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해외 대학 사례를 소개합니다.


2배 더 강력해질 폭염에서 희망 찾기


분화구에서 솟구치는 용암 같은 열파는 우리 일상을 뜨겁게 덮쳤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최대 폭염은 160명의 삶을 앗아갔고, 6만여 명의 온열 질환 환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시속 100~230km에 달하는 화염 소용돌이가 그리스와 캘리포니아를 덮치는가 하면,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는 물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생긴 폭염이 2배나 더 자주, 강력하고 오래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기후변화를 완화할 방법을 찾지 못 하고, 열파에 적응하지 못 하면 열파로 인한 사망자가 2080년까지 2000%(1971~2010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어른과 아이가 열기를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린 채 걷고 있다 / 그린피스


무시무시한 기후변화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전 세계는 에너지 전환을 지목했습니다. 에너지를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파격적으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2017년까지 176개 국가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도입했고, 2203개 지방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사용 목표를 세우고 이행하는 중입니다. 산업계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2014~2018년 현재 13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선언했습니다. 교육계와 종교 단체에서도 에너지 전환이 활발합니다. 일례로 영국에서 5500개 교회가 연합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선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학 총장 500여 명이 <미국대학 총장 기후협약>에 가입해 캠퍼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0'으로 줄일 것을 약속했습니다.


차세대 리더 대학생의 활약도 돋보입니다. 독일이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개념을 만들고 지금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것도 1970년대에 대학생이 탈원전 운동을 이끈 덕분이었습니다. 대학생 에너지전환 운동이 활발한 미국 환경단체(Environment America) 캠페이너 브론테 페인(Bronte Payne)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생은 사회 변화를 이끄는 리더입니다. 오래전부터 인권, 노동, 환경 등 진보적 가치를 위해 싸운 대학생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 5월 독일에서 그린피스 청년 모임 AG가 고어레벤 마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 그린피스


대학생 힘으로 100% 재생가능에너지 캠퍼스를 열다


미국 내 전국 규모의 학생운동 단체 공익연구그룹(SPIRG)은 미국 환경 단체(Environment America)와 연대해 고등교육기관에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100% 재생가능에너지 캠퍼스'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산시켰습니다. 2018년 현재 19개 주 65개 대학에서 대학생 수천 명이 캠페인 리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코넬 대학(Cornell University) 외 5개 대학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결실을 이뤄 냈습니다. 교육의 메카로 알려진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5개 대학 햄프셔(Hampshire), 애머스트(Amherst), 스미스(Smith), 윌리엄스(Williams), 보도인(Bowdoin)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각 학교에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공동 구매 전력 계약을 맺었습니다. 햄프셔 대학은 이미 100% 재생가능에너지 캠퍼스 조성에 성공했고, 스미스 대학은 교내 전력의 7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학생이 대학의 에너지 정책을 바꾼 것입니다.


2009년 뉴질랜드 랑기토토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기후변화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만들고 있다 / 그린피스


애머스트 대학 총장 비디 마틴(Biddy Martin)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은 미래 인재를 양성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대학이 기후변화 해결에 앞장선다면, 대학가는 물론 지역사회 곳곳으로까지 에너지전환이 퍼질 것입니다." 대학은 사회 진보, 고용 창출 그리고 과학기술 발전의 중추이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는 6년 연속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기관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대부분 대학은 에너지 다소비 기관이지만, 에너지 소비만큼이나 대응 방식이 중요합니다. 교내 온실가스 감축에 힘쓰는 대학들은 에너지전환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교육과 연구도 활발히 합니다. 그러니 대학생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노력에 참여하면서 환경의 가치를 저절로 익히고, 관련 직종으로 진출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기후리더십네트워크에 가입한 488개 대학은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19% 가량 감축하는 성과를 이뤄 냈고, 이것은 석유 16억 리터를 절약한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에너지 다소비 기관 서울대학교의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근 10년 사이 70% 이상 증가한 12만6000톤(관악, 연건 캠퍼스 포함 총 16개 기관)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관악 캠퍼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85%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서울대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참나무 1000만 그루와 서울시 관악구 전체 면적과 맞먹는 규모의 산(참나무 1000만 그루 상당)이 필요합니다. 교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면, 기후변화 해결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3년 9월 스위스 한 고등학교에서 180명의 학생이 학교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다 / 그린피스


대학생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계획을 세운 하버드 대학


올해 초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은 2050년까지 교내에서 소비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과연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하버드대학 총장 드류 파우스트(Drew Faust)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파트너십과 협력, 지속적인 관여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교수 레베카 헨더슨(Rebecca Henderson)은 이렇게 말합니다. "100% 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세운 대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대열에 합류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기술 발전과 경제 개혁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2008년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연구진, 교수진으로 구성된 온실가스 위원회를 꾸려 교내 온실가스를 30% 감축하는 로드맵을 세웠습니다. 에너지 효율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등 실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이행해 2016년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목표 달성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것은 총 감축량의 33%로, 교내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의 확대였습니다. 2008년부터 8년 동안 교내에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매스, 지열 발전 시설 18개를 설치하고, 2009년에는 인근 풍력발전소와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외에도 하버드 대학은 연구 팀이 새롭게 개발한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기술을 직접 테스트하는 실험실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130만 달러(한화 약 150억 원) 상당의 기후변화 솔루션 펀드(Climate Change Solutions Fund)를 조성했습니다. 총 52개 연구 팀이 이 기금으로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한국 대학도 재생가능에너지를


대학은 더 나은 미래를 열 무한한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실이자 작은 사회입니다.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도 포함해서요. 기후변화에 리더십을 보이는 대학을 나온 대학생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처 방법을 더 많이 학습했을 것입니다. 대학의 정책과 운영 방식은 지역사회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대학생과 함께 노력한다면, 미래 세대는 물론 지금의 과학자, 엔지니어, 정책 결정자, 각계각층에서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나설 것입니다.


글: 이유니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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