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도네시아 청년,
지구를 위해 한국에 오다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한 드위 사웅(Dwi Sawung)은 우주를 공부하다 우리가 살 곳은 지구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 단체 왈리(WALHI)의 캠페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9월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린피스는 글의 시작에 앞서,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팔루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안녕의 말을 전합니다.


흔히 인도네시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발리와 같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작은 섬들이 즐비한 천혜의 자연환경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해 이익을 얻고,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사웅은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 피해로부터 인도네시아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또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10년 전 환경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 사웅이 지난달 한국을 찾았습니다.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그리고 환경. 이 셋은 대체 어떤 연결 고리로 묶여 있는 것일까요? 그린피스가 사웅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 모두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인도네시아 왈리 활동가 드위 사웅이 한국을 방문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그린피스


Q.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사실 한국은 가까운 나라입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앞에도 한국 음식점들이 많아 김치 등의 한식이 익숙해요. 한국 드라마나 K-POP, BTS 같은 한국의 아이돌도 인도네시아에서 무척 인기가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9월에는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이 다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기업과 자와 석탄 발전소 9, 10호기 신규 건설 MOU를 체결해 실망을 안겨준 만남이었지만요.


Q. 한국을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도네시아는 산업 개발의 많은 부분을 외국의 투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엔 환경과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개발도 있습니다. 한국의 공적 금융 기관들이 투자하고 있는 찌레본 석탄 발전소처럼요. 한국 정부와 사람들에게 더는 인도네시아에 석탄 발전소를 지원하지 말아 달라는 고통받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러 왔습니다.


Q. 석탄 발전소를 지원하지 말아달라니, 무슨 말인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소 중 대다수가 외국의 투자로 건설됩니다. 한국도 발전소에 투자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한국 정부가 지원한 발전소들이 운영되면서 발전소 주변 지역의 어린이들을 병들게 하고 어부들은 생계를 잃었습니다.


석탄재가 섞인 소금 / 왈리


Q. 생계를 빼앗다니, 어떻게요?


석탄 발전소가 지어진 지역 중 하나인 찌레본(Cirebon)은 레본(rebon, 작은 새우)이 유명한 곳입니다. 동네 이름도 여기에서 따왔죠. 그래서 발전소가 지어지고 난 뒤 즉각적으로 피해를 본 것은 어부들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육지에서 2~3km만 바다로 나가면 물고기가 충분히 잡혔습니다. 하지만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각종 화학 약품과 폐수가 물을 오염시켰고, 결국 어부들은 더 먼바다까지 나가야만 합니다. 발전소 건설 후 반년 쯤 뒤, 지역 어부들과 육지 2~3km 범위 내에서 6시간 동안 낚시를 시도해서 겨우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죠.


Q.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생계에도 영향이 있겠네요.


물론입니다. 게다가 찌레본 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이어 오던 염전에서는 까만 소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석탄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재 때문입니다. 염전을 일구던 주민들은 실업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건강 피해입니다. 발전소가 들어선 후 아이들과 노인들은 끊임없이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폐 질환 환자들을 따로 분류할 정도이죠. 한국의 투자로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찌레본 마을의 비극 ㅣ 위험한 석탄 투자 feat. 우리 세금 ㅣ 그린피스


Q. 한국의 공적 금융 기관이라고 하면 어떤 곳들을 말하는 건가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의 국책 은행들입니다. 이 기관들은 한국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찌레본에 세워진 찌레본 발전소 1기와 2기, 그리고 칼리만탄에 세워진 칼셀-1발전소에 투자했습니다.


Q. 다른 국가들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석탄 발전에 투자하는 곳이 있나요?


인도네시아에 석탄 발전소를 짓는 국가는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중국과 일본은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한국만 공적 금융과 사기업들이 신규 발전소 건설에 오히려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산업 개발의 많은 부분이 외국 투자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투자가 중단되면 인도네시아에 발전소는 더 이상 건설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제가 꿈꾸는 새로운 인도네시아의 모습입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한국 내 신규 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선언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실현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반쪽짜리이지 않을까요?


Q. 하지만 석탄 발전으로라도 인도네시아에는 전력이 필요하지 않나요?


석탄은 사양 산업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역을 병들게 하고 자연을 오염시켜 크게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석탄 산업을 절대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연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인도네시아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나라입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총생산 전력의 23%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1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중앙 집권적인 전력 시스템이 닿지 않은 곳에서 이미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섬 원주민들에게 양수 발전 등 설비를 지원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 소비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 환경을 해치는 석탄이 아닌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원합니다.


Q. 최근 발생한 지진과 해일로 수만명의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진이 덮친 팔루(Palu) 지역의 주민들과 연대해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지진과 수해가 종종 있는 인도네시아지만,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자연재해의 피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석탄 발전소로 인해 대기 오염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지역 주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무척 참담하고 걱정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국 정부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의 석탄 발전소 투자를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 국민의 세금을 인도네시아의 도시들을 병들게 하고, 어부들의 생계를 빼앗고 이상 기후를 일으키는 발전소에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하며 별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별은 지구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 세계가 함께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 유일한 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우리와 함께해야 합니다.


"스탑 바투바라(석탄을 중단하라)!"


지난달 30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서울 남산에 레이저 빔을 쏴 메시지를 새기는 액션을 하고 있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 세금이 현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나아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산업에 투자되지 않도록 정부에 요청해주세요.


여러분의 서명은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정부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위한 정책 및 법률 개정 활동 등에 사용될 계획입니다.


>>서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네시아 어촌, 소년 조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