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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석탄 발전소가 세워진 이유는?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11월의 어느 날, 광화문에 석탄 발전소가 들어섰습니다. 굴뚝에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새겨져 있고,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회색빛 연기는 'MADE IN KOREA' 꼬리표를 달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구칠 것 같습니다. 대체 그린피스가 서울 한복판에 가짜 석탄발전소를 설치하면서까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미세먼지 최악의 날, 광화문에 석탄 발전소가 나타났다


한 주 중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11월 28일, 그린피스는 광화문에 석탄 발전소 모습을 딴 거대한 에어 벌룬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미세먼지 솜사탕'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실제로는 오징어 먹물 가루를 첨가해 만든 솜사탕이라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거뭇거뭇한 색상 때문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죠. 솜사탕을 받아간 사람 중에는 초등학생 또래의 어린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솜사탕을 베어 물면서 물었습니다. "솜사탕을 왜 까맣게 만든 거예요?"


캠페이너가 답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짓는 석탄 발전소에서 이 검은 솜사탕 같은 미세먼지가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도 30년 넘게 이 미세먼지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많은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통받을 거예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솜사탕을 검게 만든 거예요."


그린피스 활동가가 광화문광장에서 지나가는 시민에게 솜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 그린피스


우리 아이들도 묻습니다, "왜 그런 석탄 발전소를 계속 지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특히 서울 어딘가에 최소 70만 평의 부지를 필요로하는 1000MW급 대규모 석탄 발전소가 지어진다는 것은 아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번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와 공원은 발전소 터를 닦기 위해 각종 중장비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가지런한 가로수와 새소리로 가득 찼던 공간이 하루 종일 전쟁터처럼 땅을 부수고 흙을 가는 소리와 먼지로 가득해집니다. 파랗게 높던 하늘이 발전소 굴뚝으로 가려지고 발전소와 가까운 집 주변은 창틀이며 창문이 검은 재로 덮일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찾아가자, 의사는 호흡기 질환의 일종이라며 처음 듣는 병명을 이야기해줍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일시적으로 가리는 것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인도 차티스가르주의 한 남자 아이가 근처 석탄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재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 그린피스


우린 그저 상상으로 그쳤지만, 생각만 해도 답답한 이 상황에 매일의 일상이 노출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지난 10년간 10조 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해 건설한 수십여 개 발전소 주변 지역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석탄 발전소를 왜 계속 짓냐고요?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공적 금융 기관들은 해외 석탄 발전소 건설 지원이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현지에서 석탄발전소 건설 피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일상과 '기후변화'를 여전히 사전적인 정의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지 않아 하면서요.


'석탄 발전소 투자가 경쟁력있다?' 실상은...


최근 미국 에너지⋅자원 분야 싱크탱크인 오일체인지인터네셔널(OCI)은 '세계를 오염시키는 한국의 석탄금융'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 한국의 금융 지원으로 건설된 석탄 발전소가 2020년부터 기후변화 및 공공 보건 분야에서 매년 최대 27조 원(약 25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중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는 15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향후 30년 이상 발전소가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누적될 피해 규모는 "감당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석탄 발전이 비단 환경 문제가 아니며, 현지 국가들과 한국에도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G20 국가들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개발은 내가 아닌 우리, 한 국가가 아닌 지구촌의 존속과 지속성을 위한 것이며 다른 어떤 의제보다 절실하고 모든 국가가 힘을 모아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석탄 발전소가 내뿜는 초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물질은 그린피스가 광화문에서 준비한 솜사탕처럼 달콤하거나 인체에 무해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은 토양, 바다, 대기 중에 퍼져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예상치 못한 피해로 돌아옵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해외 석탄 발전소 투자를 중단할 때까지 기후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 여러분들과 캠페인을 지속할 것입니다.


방콕에서 열린 석탄 반대 시위 / 그린피스


이 위험한 투자를 중단하기 위해 그린피스와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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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마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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