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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옆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 후 생긴 변화

인도네시아 반탄(Banten) 마을 뒤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이 보인다. 이 곳의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재로 인한 호흡기 및 피부 질환을 앓고 있다.

외출 전 오늘의 대기오염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핸드폰 화면에 <나쁨>이 뜨면 답답한 마음 먼저 듭니다. 그런데 매일의 대기오염이 일상인 곳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석탄재로 오염된 검은 소금을 바라보며 삽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사는 곳의 공기가 맑았으면 합니다. 너른 공원이 있고, 길은 깨끗하고, 치안이 좋다면 더욱 좋겠죠. 반대로 내 집 옆에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각장이 들어서거나, 화학공장이 들어선다면 ‘왜 하필 우리 동네에?’라는 마음이 먼저 들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일어날 때를 가리켜 님비(NIMBY), 지역이기주의라고 합니다. 


현상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볼까요? 한국은 수출 강국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K-POP, K뷰티 등을 해외에 수출하죠. 그런데 꼭 자랑스러운 상품만을 수출하지는 않습니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 한국은 ‘석탄발전소’로 더 유명합니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낙인돼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석탄발전소. 그런데 이곳으로는 계속해서 수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짓기 싫은 시설을 다른 나라에 건설하는 건 또 다른 이기주의 아닐까요?

석탄을 실은 바지선이 인도네시아 마하캄강으로 들어서고 있다 / 그린피스
경쟁력이 있으면 폭력배도 수출할 것인가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다시 묻습니다. 

"그래도 수출인데, 우리나라가 경쟁력있는 산업을 하는 게 잘못된건가요?"


지난달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국회의원은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수출을 지원하는 무역보험공사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경쟁력이 있으면 폭력배도 수출할 것인가요?" "우리나라에 나쁜 걸 왜 다른 나라에는 짓냐"고요. 


석탄발전소를 "글로벌 진출의 성과"라고 치켜세우는 이면엔 대기오염으로 매년 조기사망하는 수천명의 사람들과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슬픈 일상이 외면돼 있습니다. 게다가 대기 오염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 또한 간과되어 있습니다.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오염물질은 전 세계를 떠돌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줍니다. 


지난 달 발표된 그린피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건설했거나 건설 예정인 13개 석탄발전소로 인해 연간 3천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2013년 이전에 지어진 발전소와 앞으로 건설이 완료될 발전소의 영향까지 더해진다면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 발전소들의 수명은 평균 40년.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석탄발전소가 들어서고 지역 주민에게 생긴 변화
인도네시아 반탄(Banten) 마을 뒤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이 보인다. 이 곳의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재로 인한 호흡기 및 피부 질환을 앓고 있다. / 그린피스

석탄발전소가 들어선 후, 지역민들의 생활은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고 염부들은 검은 소금밭 위를 헤맸습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했지만 어부들의 배는 깊은 파도의 힘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찌레본에 1기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2천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지역에 기업과 정부의 자본이 풀리면서 주민들의 입장은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대책위원회에는 단 100여명의 주민만이 남아있습니다. 석탄발전소 이전의 공동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13개의 석탄화력 발전소는 연간 31만 2천톤에 달하는 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여기엔 수은,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역민들은 이로 인해 뇌졸중, 폐암, 허혈성심장병 등의 질병에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양국에서 무려 282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신경독소 물질인 수은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WHO 권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농도의 수은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죠.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수은은 토양과 하천, 그리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먹이사슬의 가장 상위에 있는 인간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수은 중독과 각종 공해병을 일으키죠. 이래도 석탄발전소가 우리나라의 자랑할만 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지난 10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시민단체들 주최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인도네시아에 더 이상 석탄발전소가 들어서지 않도록,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지원하는 한국 공적금융기관들에게 투자 중단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17개 단체들의 이름으로 직접 서한도 보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 그리고 청와대에요. 


이 모든 것이 아직도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이렇게 한번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 한복판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다고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이 석탄발전소를 짓는 회사, 그리고 이 사업이 가능하도록 투자한 은행과 국가에 당장 건설을 중단해달라고, 우리도 그렇게 외치게 되지 않을까요?

서울 도심 전경 / 그린피스

그린피스와 함께 우리 세금이 현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나아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산업에 투자되지 않도록 정부에 요청해주세요. 


여러분의 서명은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정부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위한 정책 및 법률 개정 활동 등에 사용될 계획입니다.


글: 최은서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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