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은 석탄발전소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멈추기 위해 그린피스가 달려온 길을 소개합니다.
그린피스는 작년부터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를 막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습니다. 한국이 투자한 석탄발전소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더 심각해져만 갑니다. 보다 하루빨리, 이들의 삶을 원상으로 복구하고, 온실가스 배출 산업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현재의 정책을 바꾸기 위한 그린피스의 노력은 올해도 진행 중입니다.
모두가 한 해의 시작에 숨 가쁘던 지난 1월 3일, 매일경제 1면에는 이런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작년 9월부터 새해까지 그린피스와 뜻을 함께해주신 분들의 소중한 서명을 정부에 전달하는 순간이었죠.
그린피스는 2018년 9월부터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석탄발전소는 온실가스를 일으키는 가장 큰 배출원 중 하나이며, 사람에게 치명적인 대기 오염물질을 내뿜습니다.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30년 이상 운영되며 끊임없이 검은 연기를 배출합니다. 하지만 그린피스가 해외 석탄 투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공적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해외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2조 원에 달합니다. 국내에는 더 이상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해외 투자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도와준다는 명목하에서요. 하지만 해외 현지의 주민들은 석탄 발전소를 원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주민들은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을 앓기 시작했고, 생계를 위해 일구던 밭과 염전, 그리고 바다가 환경 오염으로 망가지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습니다.
무려 14,758명의 시민분이 해외 석탄 투자를 멈춰달라고 서명해주셨습니다. 여러분께 약속드린 대로 신문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로 저희와 함께해주신 시민분들의 의지를 정부와 관계 부처들에게 전달하며 마감한 새해의 첫 달이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필리핀, 태국, 케냐, 영국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환경단체가 먼 길을 떠나 한국에 모였습니다. 한국에 해외 석탄 투자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한국 산업은행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석탄에 대한 투자를 재고해달라고 외쳤습니다.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는 대부분 공적 금융기관을 통해 진행됩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그리고 산업은행 세 곳이 대표적입니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산업은행 앞에 모인 이유는 산업은행이 녹색기후기금(GCF) 이행기구이기 때문입니다.
GCF가 뭐냐고요? GCF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국제 기구입니다. 유엔 산하에 있죠. 산업은행은 GCF 이행기구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저개발 국가들을 도와야 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기관으로, 한국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죠.
산업은행이 투자를 고려 중인 석탄 프로젝트 중에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사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와 9·10호기가 지어질 수랄라야(Suralaya) 지역은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입니다. 이 날 시위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악시(AKSI)의 마르하이니는 “한국이 투자한 석탄발전으로 이미 인도네시아의 대기 오염은 엄청나게 심각하다”며 “자와 9기와 10기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요청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도 말했습니다.
한국이 해외석탄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국내외 목소리가 뜨거운 가운데,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해외석탄 금융 지원 규모 전 세계 3위였던 한국이 이제 2위로 그 순위가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결코 축하할 일은 아니죠.
소식이 들린 건 지난 3월, 그린피스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시에라클럽(Sierra Club)과 함께 ‘붐 앤 버스트 2019: 국제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나라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중국 바로 다음이죠. 한국도 중국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에 기여한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뒤를 잇는 국가는 바로 일본입니다. 한, 중, 일 3개 국가가 지난 2013년부터 해외석탄발전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550억 달러(약 64조 원)에 이릅니다.
보고서에는 “국내에서의 석탄 의존도는 줄이려 하는 정책과 달리, 한국은 개발 중인 해외 석탄발전소에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나라”라는 씁쓸한 평가가 담겼습니다.
그린피스가 해외 석탄 투자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가 원해서 석탄발전소를 지어주는 게 아닌가요?” 였습니다. 전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이를 제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석탄발전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너무나 많은 석탄발전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이 투자를 고려 중인 새로운 석탄발전소가 들어설 자바-발리 지역은 실제 발전량의 40% 이상이 남아돕니다. 인도네시아 전력청이 전력수요 증가량을 과다예측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주민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오랫동안 어업과 염업에 종사해 온 주민들의 생계에도 큰 피해가 가고 있습니다. 물이 오염되면서 주변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날아온 석탄재가 소금에 달라붙어 더 이상 내다 팔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찌레본 지역에 들어선 석탄발전소 1기로 인해 매년 발전소 인근 수십 킬로미터 안에서 거주하는 주민 800명이 조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인도네시아에 투자 및 건설 예정이거나 운영 중인 찌레본 2·3호기와 칼셀 발전소까지 총 3개의 발전소까지 더하면 매년 약 2,300여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누가 원해서 인도네시아의 석탄 산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노벨상 후보에 올랐던 국제 부패방지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이에 대한 새로운 답을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블러드 다이아몬드 문제를 세계에 알렸던 단체이기도 합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위트니스의 비리 조사 보고서는 인도네시아의 고위 공직자들이 소유하고 있던 석탄 사업을 통해 부당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것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이는 수년간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조사 결과로,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추가적인 증거들을 차례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특히 앞서 발표된 두 개의 조사 보고서는 지난 4월에 열린 인도네시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했던 산디아가 우노(Sandiaga Uno)와 해양부 장관 루훗 빤자이딴(Luhut Pandjaitan)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두 정치인의 공통점은 바로 ‘석탄’ 기업을 소유했던 적이 있으며, 그 기업의 거래 혹은 매각 과정에서 의심스럽고 불투명한 자금 이동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정치인은 모두 이에 대한 해명이나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석탄 비리가 석탄 산업 전반에 퍼져있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평판 피해는 석탄에 투자한 한국에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린피스는 글로벌 위트니스가 한국에 방문한 기간 동안 함께 일하며 문제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 석탄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날까지, 그린피스가 하고 싶은 일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올해 저희는 한국의 석탄발전소 투자로 고통받는 지역들에 더 깊이 들어가 보려 합니다. 모두 작년부터 지금까지 저희 캠페인에 성원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올해, 꼭 한국이 해외 석탄발전을 중단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한신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캠페이너
한국의 석탄 투자를 멈춰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