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딴거하자' 캠페인 1라운드를 돌아보며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의 첫 시작은 지난 5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일 코엑스에서 시작된 ‘2015 월드 IT 쇼’의 개막식이 끝난 직후, 그린피스는 “딴거하자”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배너를 걸고, 시민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아톰, 심슨, 아이언맨, 태권 V-를 레드 카펫 위에 등장시켰습니다. 이것은 바로 한국 IT 기업들에 재생가능에너지 접목을 요구하고 시민들에게 IT 분야가 재생가능에너지와 만났을 때 빚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소개하고자 마련된 그린피스의 평화적인 직접 행동이었습니다.
한국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뚱’맞게 들렸을지 모를 그린피스의 요구는 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이 받아들여 실천하고 있는 ‘대세’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그동안 “지구 착취적인” 개발에만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지구 평균 기온 2˚C를 잡기 위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세’가 되었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아 익숙하지 않았던 그린피스의 요구에 몇몇 시민분들은 ‘호롱불을 키고 살라는 거냐’, ‘동굴에서 살라는 거냐’라며 강한 반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그린피스의 메시지에 공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7월 7일 현재, 그린피스가 한국 IT 기업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시민들과 함께 요구하고자 마련한 ‘지구를 살리는 검색’에는 1만이 넘는 참여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롱불’ 또는 ‘동굴’ 속에서 살던 시대와 더욱 잘 어울리는 전력원은 오히려 ‘석탄’입니다. 오히려 재생가능에너지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에너지 기술로, 현재 우리가 전기를 소비하며 누리고 있는 편리함을 포기할 필요 없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대한민국엔 원자력이 있다고요? 하지만 좁은 국토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집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만에 하나 후쿠시마나 체르노빌과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정말 동굴을 찾아 들어가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이 정말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호롱불과 동굴에서 살던 시대를 벗어나 우리도 이제 쿨(Cool)하고 세련된 삶을 살아보자’는 메시지입니다.
세계 유수 IT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익숙했지만 자기파괴적이었던 석탄 중심의 전력생산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최첨단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그린피스와 약속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석탄을 배제한 경제개발 패러다임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 투자자들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산업계와 잇따라 결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석탄이 회사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노르웨이 연금펀드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똑똑한 한국기업이 놓칠 리 없습니다. LG 경제연구소, KT 경제연구소 모두 잇따라 재생가능에너지와 IT 기업의 기술융합이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고, 태양광 시대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고 역설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와 ‘몸’은 다른가 봅니다. 머리는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각 기업들의 몸은 여전히 석탄과 원자력에서 생산되는 전력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사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국내 시장에서만 버젓이 행해지는 국내 기업들의 태만입니다. LG와 삼성은 이미 유럽 각국 정부의 가정용 전력저장장치(ESS) 보급 활성화 정책 등으로 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 하고 있으며, 지난달 6월 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태양광 전시회 ‘인터솔라 2015’에 참가해 ESS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LG는 더욱이 인터솔라 어워드 태양광 부분에서 본상까지 수상했습니다. LG 전자 솔라 BD 담당 전무는 앞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살펴볼 수 없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최첨단 기술인 IT를 선도하고 있는 LG U+는 국내에서 재생가능에너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삼성 SDS도, KT, SK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시장에서만 재생가능에너지 흐름에 반응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그린피스는 한국에서도 그런 노력을 시작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누려야 할 권리와 한국 시민들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더 나은 미래와 환경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매우 당연한 요구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IT 산업계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그린피스는 생각합니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몇몇 IT 분야 종사자분들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린피스의 요구에 ‘충분히 가능하다’, ‘도와주고 싶다’라는 격려뿐 아니라, 그린피스 사무실을 찾아 직접 대화를 나누며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IT 분야 종사자분들과 대화가 촉발되고 새로운 연결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지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7개 IT기업 중 네이버가 유일하게 ‘한국의 제 1 포털 사이트’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린피스와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한 것이죠. 그린피스는 혁신과 지속가능함을 추구하는 네이버의 기업철학이 재생가능에너지 100% 실현을 통해 고객, 투자자, 시민들 앞에 구체적으로 발현되기를 응원합니다.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은 미국에서 6월 11일 선보인 크롬 플러그인 프로그램과 함께 제 2막을 맞이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웹사이트가 어떤 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미국 내 110개 주요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정보가 수집되고 공개되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곧 국내 IT기업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를 위해 그린피스는 2015년 발간된 보고서,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 가요?>에서 평가대상으로 선정되었던 국내 IT 기업들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크롬 플러그인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 기업인, 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원하는 인터넷 사용자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입니다. 8월 말까지 진행될 한국 기업들의 정보 업데이트 작업이 완료되면, 북미 시장의 고객을 포함해 전 세계에게 한국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가 공개될 것입니다.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국의 노력으로 확대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는 이해관계자들이 ‘윈-윈(win-win)’하는 주요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IT 기업도,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 한국의 기술을 자랑스러워하는 한국 네티즌들도, 한국을 동아시아 IT 허브로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도 모두 윈윈 할 수 있도록, 재생가능에너지와 IT 기술의 접목을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사무소들과 함께 지속적인 캠페인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지구는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또 다른 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뿐인 지구가 앞으로도 계속 인류를 품을 수 있는 별이 될 수 있도록 돌보고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딴거하자” 캠페인을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 인터넷과 지구를 사랑하는 네티즌분들과 함께 이 책임을 다 하고 싶습니다.
글: 이현숙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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