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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이마트, 감자 농가는 살렸지만

지난해 12월 12일, SNS와 뉴스를 달군 재미난 사건이 생겼습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감자값이 폭락한 강원도의 농가에 방문해 대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성이 부족한 못난이감자 30톤을 구매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흔쾌히 힘써보겠다며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를 통해 900g당 780원에 못난이감자 판매를 시작해 단 3일 만에 완판시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마트 매장 내 모습. © shutterstock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SNS를 적극적인 활용하는 모습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실현하는 모습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못난이감자 판매는 가치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부합하는 가치 지향적인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2019년 이마트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였습니다.


감자 30톤과 함께 팔린 비닐봉지 3만 장

하지만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일부 사람들은 못난이감자의 판매 모습이 마냥 보기 좋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월마트의 채소 코너 사진을 볼까요?

미국 월마트에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 포장지 없이 채소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 shutterstock

이마트가 판매한 30톤의 감자는 900g 단위로 비닐 포장지에 담겨 판매되었습니다. 이를 계산 해보면, 오직 못난이감자 단일상품을 통해서만 약 3만 3천 장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단 3일 만에 이마트를 통해 제공되었으며, 결국 버려졌다는 말이 됩니다. 심지어 비닐포장된 감자 매대 하단에는 별도의 비닐백을 추가로 무료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미국 대형마트 1위 업체 월마트의 경우 감자뿐만 아니라 과일, 야채 등 대부분의 신선식품을 비닐에 담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판매합니다. 자회사인 플립카트(전자상거래 기업)에서는 2019년 전년 대비 포장에 들어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25%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21년 3월까지 모든 포장을 재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유통사로서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최대한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마트를 포함한 국내 및 대다수의 전세계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하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환경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월마트의 주가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인도 자카르타에서 시민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인도 자카르타에서 시민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과 전쟁 중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 제품에 적용 중입니다. 2018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코카콜라, 네슬레 등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로블로(캐나다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등 거대 유통업체가 204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 및 재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은 줄이고, 혁신적인 대안을 도입해 환경을 지키는 일, 단순히 미국의 1위 업체를 따라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비교가 아닙니다. 지구에도 기업에도 플라스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의 플라스틱 사용 실태


매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만 800만 톤. 이는 바다생물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생태계의 고리에서 인간은 스스로 생산하고 유통하고 버렸던 플라스틱을 원치 않는 방법으로 다시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환경, 지구와 인류를 고려한 행동과 정책이 결국은 가치 소비 시대에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9년 10월부터 국내 5대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및 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린피스는 2018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영국·스페인·미국·캐나다·홍콩·대만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감축, 투명성, 혁신, 정책 항목별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이마트 © shutterstock

조사 결과, 이마트는 5대 대형마트 중 고무적인 평가, C를 받았습니다. 특히 타 대형마트와 달리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환경부와 맺은 협약의 목표였던 속비닐 감축 50%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70% 감축)까지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마트 역시 안타깝게도 일회용 플라스틱을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진 않았습니다.


만약 이마트가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없는 매장’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이마트가 당신의 첫번째 플라스틱제로 마트가 될 수 있도록 지금 투표에 참여해주세요. 투표 결과는 마트에 전달됩니다.


글: 김이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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