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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바이러스의 만남 - 건강에 어떤 영향 미칠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과 불안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건강 문제는 사실 환경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경 파괴와 바이러스의 관계, 더 나아가 기후변화와 건강의 상관 관계에 대해 그린피스 김미경 캠페이너가 건강과대안 이상윤 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상윤 연구원은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이자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활동 중이다.

이상윤 연구원은 노동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고, 대학시절 환경 관련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노동과 건강, 환경, 생태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과 모여 ‘건강과대안’이라는 연구 공동체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이전 감염병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건강 문제가 개개인이나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역사 등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하는 문제이기에 의료인과 연구진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고 발언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도 진행 중입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감염병과 전염병, 바이러스와 신종 바이러스 등 일반인들이 헷갈리기 쉬운 용어들이 많습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전염병과 감염병은 사람간에 전파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간 전염이 되면 전염병, 어떠한 매개를 통해 전염되면 감염병이라고 칭합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간 전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염병이죠. 이와 비교했을때 광우병, 조류독감은 감염병이고요. 감염병이었다가도 사람간 감염이 되면 전염병으로 불리게 됩니다. 

예전에는 사람간의 전염병이 주된 병이었지만 최근에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게 되었고요. 2010년 이후에는 전염병 예방법이 감염병 예방법으로 바뀌는 등 감염병 전체에 대한 대응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나 기사가 눈에 띄는데요, 실제로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기후위기가 감염병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는 두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매개 감염(vector borne)인데요.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의 활동성에 기후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기와 같은 곤충에 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기생 매개체가 살고 있는데, 이런 모기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사람에게 옮기는 병도 증가하게 됩니다.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이 그 예죠. 이 병은 특히 더운 나라들에 많은데요, 이 매개체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의 경우에는 평균 16도 정도의 기온이 필요하죠. 뿐만 아니라 대형 홍수나 가뭄이 들면 이 매개체들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사라지기도 하는데요, 기후위기가 이런 이상기후를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매개체들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더불어 야생동물 등이 옮기는 '인수공통감염병'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듦에 따라 야생동물과 인간이 접촉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철새들의 이동 경로가 변화하기도 하구요. 그에 따라 동물에게만 있던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이러스들은 '신종' 바이러스로 인간이 면역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게 되죠.


두 번째로는  수인성(Water-borne) 감염병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이상기후 때문에 변동이 심해지는 것인데요. 콜레라, 장티푸스 등 세균성 감염병이 그 예입니다. 홍수나 가뭄이 들면 물이 오염되죠. 반대로 홍수가 나면 이 감염원들이 물 안에만 있지 않고 범람하면서 온갖 바이러스와 세균이 창궐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가 이런 이상기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두가지로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주는 영향을 말할 수 있고, 실제적 증거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는 감염병에 영향을 미칩니다. 가뭄이 들면 강에 사는 감염원들이 증식하고, 홍수가 나면 사람들의 생활 공간으로 감염원들이 범람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이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나요?


감염병 증가가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실질적 데이터는 현재도 쌓이고 있는 중인데요, 뎅기열의 경우 전 세계 감염병 학자들이 관련 데이터를 모아서 연구한 결과 감염 사례와 감염 국가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같은 경우 이전에는 전혀 유행하지 않던 지역, 예를 들어 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도 유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요.


한국같이 비교적 덜 더운 국가들도 감염병에 대한 노출이 높아지나요?


물론입니다. 예를 들어 뎅기열은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지만, 지구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모기의 서식 행태가 변화한다면 충분히 발병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어요. 말라리아, 쯔쯔가무시, 살인진드기 등은 이미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들입니다.


바이러스나 감염병 외에 외에도 기후변화가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직접적 영향과 간접적 영향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간접적인 영향이 훨씬 폭이 넓고 건강을 많이 해치게 됩니다.

먼저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일사병, 열사병과 같이 고온으로 인한 건강 영향이 있는데요, 재작년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습니다. 특히 연세가 높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더 위험하죠. 또 한가지, 초대형 홍수나 가뭄, 해일 등 극단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피해가 비교적 알기 쉽다면, 간접적인 영향은 훨씬 범위가 넓고 복잡합니다. 먼저 많이들 알고 계실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있는데요, 이 미세먼지의 원인과 기후변화의 원인이 굉장히 많이 겹칩니다. 온실가스의 배출원이 미세먼지 배출원과 거의 겹치기 때문이죠. 또 아까 말씀드린 수질오염으로 인한 감염병 확산도 간접적 영향에 들어갑니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로 먹거리 체계가 위협받게 됩니다. 현재도 기후변화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질 자체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식중독 역시 증가하고요.

이 모든 문제들이 일어나면서 사회적인 갈등이나 인프라를 위협하는 문제 역시 증가하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의 분쟁이나 대규모 이주 같은 문제들이 사실 기후변화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이주나 분쟁은 큰 규모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거나 질병, 장애를 얻게 만드는데요. 그런 나라들은 의료 인프라도 훼손되고 그로 인한 피해도 상당합니다. 직접적인 영향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가 처한 가장 큰 건강 위기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세계 보건기구도 계속해서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전염병이라는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데요. 이럴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이 사회 취약계층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계층과 거의 동일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후위기의 근본 문제는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불평등과 부조리를 극단화시키는 것입니다. 부자나 자원이 많은 사람들은 기후위기에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이 없거나 기존 시스템에서 배재된 사람들부터 먼저 도태되고 죽음을 맞게 됩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영향이 부자를 피해가지는 않지만, 부자들은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자원이 있습니다. 열사병 피해자 대부분이 에어컨 없는 쪽방에서 사는 노인들이나 폭염에도 야외에서 일해야만 했던 노동 계층들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그에 따른 대응에도 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전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굉장히 심한 사회 중 하나에요. OEDC 국가 중 5위 안에 드는 불평등 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악영향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취약계층이 받는 피해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고요.


한국이 이런 측면에서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사회 문제를 각자도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국가가 안해주니 우리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 해!’ 하면서 개인적인 해결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미세먼지도 마스크를 쓴다던지 공기청정기 구매 등 개인적인 대응을 하고 있고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개인 수준으로 대응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이례적인 상황이죠. 이렇게 개인적 접근으로 해결하는 것의 문제점이, 불평등을 증가시킨다는 점입니다. 정보가 필요한데 이런 정보에 접근하는데는 연령대별, 경제적 수준 등 계층별로 차이가 있고 이 계층의 차이는 쉽게 극복되기 힘들기 때문이죠. 전 사회적으로 근본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방안이 불평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보건 의료인으로서, 이런 힘든 상황을 대하는 희망이 있으시다면?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기후변화는 이미 현실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 변화, 문제에 적응하기 위한 대응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에 대응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분야를 공부 하면 할 수록 해결이 어려워보일 때가 있어요. 문제가 너무 큰 것이 아닐까 싶어 지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봤을때, 불가능해 보였던 것도 가능하게 만든 경우가 아주 많아요.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기보다, 변화의 움직임을 크게 키워야 합니다.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죠. 요새 전세계적으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는데요, 이런 사회적 운동과 사회적 목소리가 더 크고 확실하게 퍼져나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런 사회적 행동이 더 커져야만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각종 재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실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세가지로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과학과 지식을 공부하시고, 바른 지식을 많은 사람과 나누어주세요.

두 번째는 문제의식이 생겼을 때 모여서 다양한 형태로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렇게 문제 의식을 가진 모래알을 뭉치기 위한 매개가 있어야 합니다.


활동하는 사람과 단체가 없으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를 지원해주시고,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상윤 연구원은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이자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활동 중입니다.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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