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외 석탄 발전 투자의 선두 주자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 이 세 나라의 탈석탄을 위한 그린피스의 노력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전 편의 베이징사무소 캠페인 소개에 이어 일본사무소의 노력과 성과를 소개합니다. 세계 석탄 발전 시장의 큰 손인 일본의 민간 금융권은 바로 그 큰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걸까요?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다수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그런 일본이 향후 5년 동안 자국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 20여 기를 새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2019년 말 "일본은 석탄 등 화석 연료 발전소를 선택지로 남겨둘 생각이다"라고 언급했죠. 고이즈미 환경상은 "환경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발언했지만 일본 정부는 정작 환경 관련 국제 합의를 따르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여줘 국제 사회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행보를 통해 현재 일본이 석탄 발전 유지 기조를 당분간 이어 갈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해외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합니다. 일본은 중국의 뒤를 이어 전 세계 해외 석탄 투자 사업에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나라입니다. 일본은 민간 금융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3대 메가 뱅크'로 알려진 '미쓰비시 UFJ 금융 그룹(MUFG)', '미즈호 금융 그룹(Mizuho)', '미쓰이스미토모 금융 그룹(SMBC)'은 세계 석탄 발전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손들입니다. 그린피스와 국제 환경 단체들이 2019년 세계 석탄 발전소 동향을 분석한 'Boom and Bust 2020(붐 앤 버스트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이 3개의 은행들은 방글라데시, 몽골, 베트남에서 총 4.7GW 규모의 5개 신규 석탄 발전소에 자금을 댈 계획입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 3개 은행이 세계 주요 전력 회사에 지원한 금액은 80억 달러(한화 약 8조5000억 원)를 초과했습니다. 투자 규모 순으로 중국과 일본의 상위 7개 은행이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전 세계 해외 석탄 투자의 절반을 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 3개 은행이 세계 120대 석탄 발전 사업자에게 투자한 금액은 350억 달러(한화 약 37조4000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미즈호 그룹과 미쓰비시 그룹은 해당 기간 투자 규모 기준으로 무려 세계 1, 2위를 기록했죠.
그린피스는 일본 민간 금융사와 그 주주들을 상대로 탈석탄 투자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2018년에는 일본 3대 메가 뱅크의 석탄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Swimming against the tide; Japanese banks and climate change(흐름의 역행; 일본 은행과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은행의 2018년까지의 해외 투자 규모와 함께, 중국 주요 전력 회사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하여 은행에서 투자한 150여 곳의 석탄 발전 관련 회사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그린피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석탄 발전 사업이 법률적, 환경적, 그리고 재정적 위험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은행 투자자들이 석탄 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은행에 자세한 투자 정보 공개와 재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이 활동을 주도한 그린피스 일본사무소는 한국, 미국, 독일, 인도네시아, 필리핀, 총 5개 사무소와의 협업으로 각 은행의 해외 지점이 위치해 있는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진행하고 미디어를 통해 은행의 석탄 투자 문제를 부각하며 전방위적 공세를 이어 나갔습니다.
이러한 그린피스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가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3개 은행 중 한 곳인 미쓰이스미토모 금융 그룹이 '석탄 발전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우리의 재정 정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언급하며 석탄 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한 것입니다. 곧이어 일본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니폰라이프'와 가장 오래된 생명 보험사인 '다이이치라이프'도 석탄 투자 중지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5월, 미쓰비시 금융 그룹 역시 신규 석탄 발전 투자를 제한적으로 중지하고 이미 자금 지원 검토에 착수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는 끝이 아닌 시작이기에 해당 기업의 선언이 말로만 그치지 않도록 그린피스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일본의 많은 금융사가 이렇게 석탄 발전 투자를 철회하기로 한 데에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석탄 발전 투자를 저지하기 위한 그린피스와 시민들, 그리고 투자자들의 압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단가입니다.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랙커 이니셔티브가 올해 3월 발간한 'How to waste over half a trillion dollars(1조 달러의 절반을 낭비하는 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모든 주요 전력 시장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석탄보다 저렴해진다고 전망했습니다. 더불어 각국의 정부와 투자 기관들이 신규 석탄 발전 건설 계획을 취소하지 않을 시 6,000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서도 전 세계에서 투자가 결정된 석탄 발전 설비 규모는 2010년 이후 80%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반대로,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비율은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상황이죠. 일본 금융 기관 또한 세계 전력 시장의 빠른 변화에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블룸버그NE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재생가능에너지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 석탄 발전 투자에 여전히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적 금융을 다루는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 석탄 발전소 투자에 약 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여전히 해외 석탄 투자를 확장하려는 계획만 밝히는 한국의 공적 금융 기관들과 이를 허용하는 한국 정부의 행보가 매우 우려됩니다. 손실이 자명한 해외 석탄 발전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결국은 국가 경제 위기에 도화선이 될 위험한 투자입니다. 이미 그 무서운 징조가 보입니다. 현재 대기업 두산중공업은 석탄 발전 사업에 매몰된 결과, 초유의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 원이라는 대규모 공적 지원금을 받게 됐죠.
기후위기를 앞당기고 경제 폭탄이 되어 가는 해외 석탄 발전 투자, 정말 '이제 그만!'할 때입니다. 한국 정부가 당장 해외 신규 석탄 발전소 투자 중단을 선언하도록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1편 보러 가기: [멈춰라! 해외 석탄!] 전 세계 1위 해외 석탄 투자국, 중국을 막아라
>>캠페인 서명하기<<
글: 양연호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