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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정부의 역할

한국은 올 여름 유례없이 오래 지속된 호우와 홍수를 경험했다. 작은 국토가 반으로 갈려 대한민국 북쪽은 끊임없는 호우에 지반침하와 물폭탄을 걱정했고 남쪽은 폭염을 경험했다. 일부 집단은 이 혼란의 시기를 틈타 자신들의 정책이나 이익을 공고화하려 시도했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의 이익을 챙기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지지 않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2020년은 전 세계가 설상가상(雪上加霜)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초반부터 COVID-19라고 명명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했고 여전히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초기 신속한 대응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비대면 방식의 자가격리자 관리를 통해 확진자들이 공동체를 감염시키는 일을 최소화해 왔으나, 8월 15일 법질서와 공공의 이익을 무시한 대규모 집회가 있은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이미 코로나의 두 번째 유행을 맞이한 듯 보인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는 연일 4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었고, 산불까지 일어나 8월 20일 현재 6만2천 명이 대피했다. 산불은 이미 서울 면적의 2.5배가 넘는 숲을 태우고 계속 진행중이다. 폭염은 주변 공기를 끊임없이 데우고, 점점 더 건조해진 공기는 그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갑작스럽게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금은 산불과 합쳐져 파이어네이도(Fire + Tornado)를 일으키고 있다. 파이어네이도는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여 산불 진압이 점점 힘들어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한국도 올 여름 유례없이 오래 지속된 호우와 홍수를 경험했다. 작은 국토가 반으로 갈려 대한민국 북쪽은 끊임없는 호우에 지반침하와 물폭탄을 걱정했고 남쪽은 폭염을 경험했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의 제1 야당은 태양광을 산사태의 원인으로 들고 나왔고 4대강 사업을 홍수 피해 최소화의 원인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산림청은 이번 장마의 전국 평균 강수량이 750㎜로 전국 어디서나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며 태양광과 산사태의 직접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2013년 ‘추가 준설이 없어도 홍수에 대처 가능하다’는 내용과 2018년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는 감사 결과를 두 차례나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뚜렷한 근거도 없이 연속된 재난으로 지친 국민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한국은 올 여름 54일 동안 지속된 전례없는 장마와 폭우, 홍수 그리고 폭염 등 기후위기 재난을 겪고 있다.


캐나다의 정신의학자 도날드 이웬 카메론(Donald Ewen Cameron)은 뇌가 심각한 충격을 받아 기억을 잃고 백지화되는 상태를 만들면 새로운 이념을 주입해 완전히 다른 인간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전에 자신이 반대하던 이념이라도 뇌가 백지화됐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유아 뇌 상태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50년대에 자신을 찾은 환자들을 이용하여 이론의 증명을 시도했다. 뇌를 백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전기충격을 이용했다. 냉전시대였던 당시 공산주의자들을 뇌 백지화를 통해 자본주의자로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게 매우 매력적이었고, CIA는 기꺼이 그의 실험을 지원했다.


그의 실험이 성공했냐고? 성공했다. 무자비한 전기충격과 약물을 동원해 사람의 뇌를 유아기 상태로 퇴행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상을 주입했고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흡사 스릴러 영화같은 이 상황이 의사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실로 끔찍하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저런 비윤리적인 의사에게 그리고 그의 작업에 금전적 지원을 해 주는 이들에게 분노가 폭발하지 않는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여전히 이익집단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가 백지화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의 연속, 코로나 팬데믹, 홍수, 태풍, 전쟁, 테러를 경험했을 때이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멍한 상태가 돼버린다. 이때를 이익집단들은 놓치지 않는다. 바로 이 순간이 우리에게 충격적 상황을 접하기 전 반대했던 모든 것을 뒤집고 원하는 사상을 이식할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산사태의 원인이 태양광이 아님을 제1 야당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재난으로 타격을 입은 순간 태양광 얘기를 들고나온 것은, 호우와 산사태로 재산 피해를 당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충격으로 허우적대고 있을 때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반대하는 자신들의 주장을 그들의 무의식에 집어넣을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잠시나마 병상이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매일 수백 명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태를 보면서 충격에 빠진 지난 8월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유리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이번 여름 발생한 이상기후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국가가 기후위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기후 재난이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전 국민이 연이어 재난을 겪게 될 때, 국가의 정책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끌고가려는 이기적 집단들이 활개를 친다. 재난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자기네 집단의 특권을 공고히 하는 일들이 버젓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 재난 자본주의라 부르고 우리는 지금 그 한복판에 서 있다. 


그래서 공공의 이익을 챙기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지지 않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둘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지금은 기후재난 상황이다.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서 우리는 이 재난의 적극적 공모자이다. 우리 국민이 재난으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그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집단의 침범을 막으려면, 신속하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기후비상사태임을 선언하고, 기후재난의 공모자가 아닌 적극적 해결사가 되기 위한 정책들, 예컨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같은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재난 자본주의의 저속함을 물리치고 재난 속 정부의 역할을 떠올릴 때 모범 사례로 남길 바라본다. 


정부와 국회가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요구해 주세요. 


>> 기후비상사태 요구 함께 하기 <<


글 : 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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