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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테슬라 이길 수 있을까?

전 세계 전기차 각축전이 예상되는 2021년. 첫 주자는 현대차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아이오닉5'입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적용해 화제입니다.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현대차가 앞으로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지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확인해 주세요.


2021년 2월 23일, 어두컴컴한 티저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아이오닉이 현대차의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탈바꿈한 후 처음 출시된 모델입니다. 무엇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해서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무엇인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사실 현대차에서 처음 만든 기술은 아닙니다. 테슬라의 경우 이미 2009년에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었으며, 그 외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폭스바겐의 MEB(Modular Elektro Baukasten·모듈 방식 전기구동 매트릭스 구조), 토요타의 E-TNGA(Electric-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메르세데스-벤츠의 MEA(Modular Electric Architecture) 등 자사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 곳들이 꽤 존재합니다. 전기차를 진지하게 만드는 회사라면 전용 플랫폼을 갖고 있는 것이죠. 플랫폼 개발은 안정적인 배터리 확보와 함께 미래 전기차 사업의 열쇠로 여겨집니다. 폭스바겐의 E-모빌리티 담당 임원 토마스 울브리히는 "MEB 플랫폼은 폭스바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비틀에서 골프로의 전환에 버금가는 기술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주로 기존의 내연기관차에서 엔진과 구동축을 제거하고 배터리, 모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개발은 전기차 특성에 걸맞은 뼈대를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늘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물려받다가 맞춤 정장을 입은 격입니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무거운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놓고 전륜, 후륜에 전기모터를 배치하는 안정적인 구조를 이룹니다. 전용 플랫폼을 통해 이에 꼭 맞는 틀을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전기차에 필요한 기술 적용도 쉬워집니다. 적절한 무게 분산으로 안전성도 증가하며 실내 공간 활동도 편리해집니다. 물론, 전기차 생산량을 대대적으로 늘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전용 플랫폼은 필수적입니다.


전기차에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이 좋아집니다. (본 이미지는 내용과 상관 없음)


현대차 vs 테슬라 관전 포인트: 어떤 비전이 있는가?


여전히 내연기관차 산업을 끌어안고 '속도 조절'을 외치는 자동차 기업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지난 수십 년 간 디젤, 가솔린차로 사업을 영위하며 시장을 독차지했던 곳들입니다. 이들은 당장의 이윤에 몰두한 결과 미래를 이끌어 갈 획기적인 변화나 기술을 만들어내지 못 했습니다. 그 사이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열고 산업의 판도를 뒤집은 테슬라는 이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팬데믹의 여파로 자동차 산업이 얼어붙은 지난해, 테슬라는 코로나19 이전에 설정한 판매 목표 50만대를 달성했습니다. 2018년 판매량 약 25만대에서 2년 만에 두 배 성장을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이자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테슬라의 사명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세계적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배출가스 없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전기차를 만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기차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어떨까요?


현대차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파생 모델 포함 12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총 연간 56만 대를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56만 대라는 숫자만 두면 대단히 많은 숫자 같습니다만 작년 현대차의 총 판매량은 374만 대. 올해는 416만 대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전기차 전국시대에 이 정도가 과연 야심찬 목표일까요? 작년 12월, 현대차는 또다시 전기차와 수소차 판매 비중을 2040년까지 전체의 78%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미국 캘리포니아 등 세계 곳곳의 내연기관 판매 금지 시점은 2035년 안팎이고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선언이 시장을 선도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현대차가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비전을 실행하려면 보조금에 맞춰 적당히 전기차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판도를 뒤집는 게 중요합니다. 내연기관차의 개발 및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기차 전환에 전면 투자하고 정부와 시장을 독려할 때 진정한 미래차 선도 기업의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기차(Ion)분야에 특출(Uniq)난다는 아이오닉만으로 세계적인 미래차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본 이미지는 내용과 상관 없음)


제너럴모터스의 변신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올해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광고가 주목을 끌었습니다. 광고는 노르웨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노르웨이에 질수 없으니, GM의 전기차가 간다(We are coming, Norway)고 도전장을 내미는 내용입니다. 노르웨이는 작년 판매된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54%)이 전기차였습니다. GM이 광고로 허풍을 떤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1월 28일, GM은 설립 112년만에 전기차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35년부터 전 세계에서 디젤, 가솔린차 판매를 중단하고 204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GM의 탈내연기관 발표 배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기후위기를 부정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과거를 지우고, 기후 리더십을 되찾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앞으로 친환경 인프라에 2조 달러, 약 2,3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중 대부분이 전기차 전환에 쓰인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모든 공공기관 차량 300만대를 전기차로 바꾸고 전기차 충전소도 50만 개 더 구축합니다. 전기차 세제 혜택은 물로 전기차 생산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에 없던 속도로 전기차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얼마 전 전 세계가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전기차 전환도 22배 빨라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심화된 기후위기로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만, 사실상 미국 기후정책의 핵심은 자국 일자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으로 1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국 내 충전, 부품 제조 등 전기차 관련 산업을 키우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는 전기차 산업의 성장으로 27만 6,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발생하였으며 전기차 외 전기 대중교통,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연관 산업이 활성화되었습니다. 2019년엔 미국 자동차노조(UAW)도 선제적인 전략을 펼치면 전기차 생산 및 관련 부품 생산에서 좋은 일자리를 다수 만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줄어드는 일자리 역시 크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실제 고용 감소 폭은 1%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제작과 조립 등의 부문에서 고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고용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자동차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뉴턴의 가속도의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운동하는 물체의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하고 작용하는 힘에 비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테슬라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확실히 질량이 큽니다. 관성으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좋든 싫든 이미 시장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기업들이 가속도를 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작용하는 힘"이 무엇인가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먼저 내연기관차와 작별하는가, 얼마만큼 전기차 전환에 투신하는가를 보면 10년 뒤에 해당 기업의 생활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아이오닉5의 콘셉트카는 1974년 출시된 현대 브랜드 최초 모델인 포니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약 반세기 전 포니로 시작된 현대의 도전 정신이 아이오닉5에 깃들어 있다고 봐도 좋을까요. 현대차가 탈내연기관에 앞장서 글로벌 미래차 기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위급한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응급실로 향할 때 방향만큼 중요한 것이 속도입니다. 인류 최대의 위기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탈탄소 정책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진정한 전기차 시대를 열어 주세요.


>>친환경차 캠페인 함께하기<<


글: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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