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부는 약 9개월 뒤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계획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해야 할까요?
2022년 7월 22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해안 1km 바깥 지점까지 해저터널을 준공하여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계획입니다.
도쿄전력은 최종적으로 바다에 버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시민들은 어떤 물질이 얼마나 수십년 간 바다에 버려질지 확인할 방도가 없습니다. 기시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통해 오염수의 안전을 관리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우리 시민들과 바다 생태계 안전을 기시다 정부와 IAEA에 맡길 수 있을까요?
그린피스는 지난 3년 간 전 세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상세히 분석해 폭로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함께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할 최대 9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최인접국인 한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할까요?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대응은 더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질문 주신 내용을 토대로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알아야 할 00가지를 소개드립니다.
1. 기시다 정부와 IAEA는 오염수를 ‘마셔도 문제 없을 만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일까요?
기시다 정부와 IAEA는 “오염수 처리 기준을 음용 수준에 맞췄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목표는 목표일 뿐, 현재까지 음용 수준에 맞춰 오염수 처리를 성공시킨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기준은 문서상에만 존재할 뿐, 기술적으로 입증된 바 없습니다.
또, 음용 기준 처리 실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종 방류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밝혀야 하지만 도쿄전력은 최종적으로 바다에 버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향후 최소 30년 간 방류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과 수준을 검증할 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검증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2. 앞으로도 더욱 많은 양의 고독성 오염수가 만들어진다는 게 사실인가요?
130만톤 오염수 방류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원전 사고로 핵연료가 녹아내린 3기의 원자로가 있습니다. 원자로에 남아 있는 핵연료의 열을 조절해 추가 폭발 위험을 막기위한 냉각수 투입이 오염수 발생 원인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2050년까지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목표한 도쿄전력이 폐로를 위해 원자로에 더 많은 물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핵연료 제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란 점입니다.
그린피스는 2021년 보고서를 발표하고, 폐로 과정에서 원자로에 그대로 남아 있는 플루토늄, 우라늄과 같은 고독성 알파 핵종들이 대거 오염수에 포함될 것을 경고했습니다. 기시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이 오염수의 양과 독성을 높이는 연관성을 인지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남아 있는 핵연료의 양은 초르노빌 원전보다 약 2배 가량 많습니다.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은 앞으로 초르노빌 원자로의 핵연료 제거에 약 100년이 소요될 것으로 밝혔습니다. 핵연료 양이 2배 많은 후쿠시마 원자로 3기 폐로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그린피스가 오염수의 양이 앞으로 100년 가량 더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입니다.
3. 삼중수소만 처리하면 오염수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도쿄전력의 주장처럼 방대한 양의 물을 희석하면 농도가 옅어져 생태계와 인체 피해가 없을까요?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를 제외하고도 세슘, 스트론튬 등 삼중수소 외에도 생태계와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63개나 더 포함돼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의도적으로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국제사회와 소통해왔습니다. 이는 오염수 처리를 위해 운영 중인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세슘, 스트론튬과 같은 위험한 방사성 물질 처리에 취약하다는 점을 외면하는 처사입니다.
방사성 물질은 소금처럼 물에 희석되지 않습니다. 모든 방사성 물질이 각기 다른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반감기를 거치며 방사능이 줄어듭니다. 도쿄전력이 목표한 삼중수소 농도를 맞추려면 약 3억 톤의 물이 필요한데, 농도가 줄어들 뿐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그대로 바다에 배출됩니다.
삼중수소와 같이 ALPS가 처리할 수 없어 총량이 그대로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 중 또 하나가 바로 탄소14 입니다. 이들 물질은 다른 원소와는 달리 생물체의 몸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성분인 탄소, 수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생물에게 잘 흡수되는 성질을 지닙니다. 이 물질들에 장기적으로 노출될수록 생물체 내 잔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유전적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 최신의 연구 결과입니다.
4. 오염수가 방류되면 한국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까요?
작년,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를 통해 칭화대 연구진이 밝힌 결과에 따르면, 오염수는 방류 7개월 만에 한국 바다로 유입됩니다. 가장 즉각적인 피해는 국내 수산업계의 경제적 손실입니다. 국내 어업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도 수산물 소비자가 현저히 줄어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 원전 사고 이후 현재까지 후쿠시마 인근 바다의 어민들은 여전히 어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원전 사고 이후 약 50개의 국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고,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약 10개 국가가 금지 조치를 유지 중입니다. 일본의 전국 어업 연합회가 ‘오염수 방류시 일본 어업은 괴멸한다’며 기시다 정부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이 바다를 공유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후쿠시마 어업계의 위기는 곧 국내 어업계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5.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 정부의 입장, 명확한 것 아닌가요?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과 ‘동의할 수 없다’는 다른 의미입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계속 추진하면 국제법적으로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지난 3년 간, 한국 정부는 국내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통해 꾸준히 ‘방류할 오염수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개’ 요청해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또, 정부는 IAEA와 투명하게 오염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허나, IAEA는 원자력발전소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국제기구로, 해양 생태계나 시민들을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보호할 목적을 가진 주체가 아닙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오염수 방류의 환경 영향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만 주장합니다. 따라서 지금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근본적으로 저지하거나 한국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실질적인 대책이 아닙니다.
6. 그린피스가 국제해양재판소를 통한 잠정조치 청구를 한국 정부에 제안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엔해양법협약은 현재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68개 이상의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 중인 해양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국제법입니다. 유엔해양법은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1982년 해양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유엔해양법협약을 채택하고 사전 예방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해양에 투입되는 폐기물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환경 보호를 위해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근거로 사안의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 잠정 조치의 이점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많은 국가들이 제3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최종 승소한 WTO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관한 소송 에 여러 국가들이 한국의 제소에 동의하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 참여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수집된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세요!
글: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