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원전 사고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사선에 오염된 토양과 물 그리고 그 환경에서 재배된 농산물까지 후쿠시마 지역은 먹거리부터 일상생활까지 오염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험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고자 방사선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후쿠시마 시민단체 ‘다라치네’를 소개합니다.
‘다라치네(たらちね)’는 2011년 11월에 설립된 일본 NPO 단체입니다. 다라치네는 일본어로 생명의 근원을 의미하고, 어머니의 수식어로 쓰이는 표현입니다. 어머니를 뜻하는 표현답게 후쿠시마 이와키 지역의 어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16명의 직원들이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다라치네는 후쿠시마 이와키 지역의 방사능 시민측정실로 건강 검진, 심리상담 그리고 방사선 측정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닷물, 토양과 같은 주변환경과 식수, 식품, 어패류 등 지역 주민들이 섭취하는 식품류까지 폭넓은 범위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주로 측정하는 핵종은 세슘 134, 세슘 137, 스트론튬 90 그리고 삼중수소입니다.
다라치네는 정부나 도쿄전력이 측정을 의뢰하는 전문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설비, 측정 기술 그리고 측정 방법을 확립해왔습니다.
세슘 등 감마선으로 측정하는 핵종은 물론 고도의 측정 기술을 요구하는 스트론튬 90이나 삼중수소 등 베타선 핵종도 측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중수소의 정확한 측정을 위한 설비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액체섬광계수기를 도입하여 국가나 국제기구 수준의 삼중수소 측정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액체 형태의 삼중수소와 생물체 내 유기 결합 삼중수소(OBT)를 모두 측정하는 장비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비해 시민들이 독자적으로 측정하는 데이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말 불행하게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시민의 입장에서 정확하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 합니다.”
다라치네 대표 스즈키 가오루씨는 정확한 측정을 하기 위한 설비를 지속적으로 갖추는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스즈키 대표는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비판하며 오염수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였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삼중수만 강조하지만, 실제 삼중수소와 탄소14를 포함한 64개 핵종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죠”
다라치네는 오염수가 방류될지도 모르는 해안에서 해수와 어패류를 정기적으로 채취해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가까이 있는 해안 4곳에선 바다 깊이 별로 방사능을 측정하고자 해저와 표층을 나누어 채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안 8곳에서도 해수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채취하여 분석함으로써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서 내놓는 데이터와 동등한 수준의 추적성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20밀리시버트(mSv/y) 기준으로 관리되는 지역에 살게 해도 될까요? 20밀리시버트는 비상시에 적용되는 연간 피폭 한도 기준치입니다. 게다가 학교에서 1km 이내 지역에 시간당 5 마이크로시버트(μSv)인 장소도 있습니다 ”
스즈키 대표 질문에 시민들은 일본 정부가 거주를 허용한 연간 방사선량 20밀리시버트(mSv/y) 기준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가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것에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다라치네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은 주변 고준위 방사선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선량계(Hot spot finder)를 이용해 방사선을 측정합니다. 이 기기를 처음 만져본 시민들도 있었는데요. 실시간으로 측정 결과를 보여주자 신기해했습니다.
원전 사고로 피난을 경험한 시민들도 있었는데요. 이들은 오염 정도를 직접 측정하여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마을의 모습은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과 전혀 다릅니다.”
원전 사고 이전 고향을 생각하며 슬픈 모습을 보였으나, 현실을 직시하며 다시 측정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즈키 대표는 앞으로도 원전 사고로 피해를 본 시민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합니다.
원전 사고 당시는 어린 나이였던 이들이 현재 대학생, 대학원생이 되어 다라치네를 견학하거나 조사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로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가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즈키 대표는 방문한 이들을 생각하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픔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 방류와 더불어 녹아내린 핵연료의 잔해를 꺼내는 폐로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 작업이 정말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이 위험한 작업은 누가 하게 되는 걸까요?
결국 그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은 지금의 어린이들입니다.
원전 사고로 인한 고통을 언제까지 되물림 해야하는 걸까요?
다라치네는 어린이와 성인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건강검진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18세 이하였던 시민들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진행합니다. 갑상선, 혈액, 소변, 전신 계수기(Whole body counter) 등을 측정하여 건강 검진 수첩에 기록해 두죠.
어린이 건강검진 대상자들에게 나눠주는 ‘어린이 건강검진 수첩’ 첫 장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이 수첩은 단순한 건강 기록이 아닙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폭이 된 어린이 청소년들이 결혼, 임신,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의 건강을 증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입해둔 문구죠.
스즈키 대표는 시민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합니다.
12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더 큰 피해가 일어나선 안 됩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 의견을 언론과 시민에 알리고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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