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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수산물 이제 그만, 후쿠시마 어부의 외침

©Ryohei Kataoka/Greenpeace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년을 맞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3월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올 상반기부터 30년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전달하여, 초국가적인 오염 문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시민은 후쿠시마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계신 오노 하루오씨 입니다.


후쿠시마현 신치마을 쓰루시하마 항구에서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 오노 하루오씨 ©Ryohei Kataoka/Greenpeace


후쿠시마 어부, 오노씨 이야기 

후쿠시마현 신지 마을에 있는 쓰루시하마 항구에서 60년 넘게 어부로 살아온 오노 하루오씨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쓰나미로 마을 전체가 파괴되었고 그의 집도 떠내려갔습니다. 어부였던 오노씨의 남동생은 배와 함께 쓰나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노씨의 일상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후쿠시마의 어업은 여전히 ‘시험조업’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저장하고 있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업을 위해 어선이 정박된 쓰루시하마 항구 (2023년 1월) ©Ryohei Kataoka/Greenpeace


오염수 해양 방류로 본격적인 어업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오노 씨에게 어업이란 3대째 이어온 가업입니다. 60년간 거의 매일 조업을 해왔지만 사고 이후에는 한 달에 최대 10일만 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사고 여파로 조업이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희망을 가졌습니다. 어패류의 방사능 모니터링 결과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어종에서 검출 한계치 이하의 수치가 나오고 있고, 생선 가격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과거엔 기존 가격에 비해 4~5배 비쌌던 정어리와 광어의 가격이 12년이 지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어업이 활기를 다시 찾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런 일본 정부의 결정에 오노씨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후쿠시마현 수산물이 팔리겠어요?” 

소비자들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팔리지 않는 수산물을 도매상과 중매상은 더 이상 거래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어업은 또다시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오노씨는 호소합니다.


오노 하루오씨가 조업한 물고기를 확인하고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보상금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보상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앞으로 3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요?” 오노씨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무려 30년 이상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소 30년 간 어업에 미칠 피해에 대해 어업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삶의 가치를 돈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보상금을 받더라도 어업인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가업을 이어 나갈 후계자도 사라질 것입니다. 어업과 관련된 기술이나 문화도 이어지지 못하겠죠. 

게다가 수산물의 제철은 각기 다르고, 대량으로 잡히면 가격이 내려가는 등 가격 변동도 있습니다. 1톤을 잡았을 때 10만엔일 때가 있고, 100만엔일 때가 있습니다. 쌀처럼 한 가마니에 시세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보상금을 준다는 것인지 오노씨는 의문이 든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의 경매를 준비하고 있는 오노 하루오씨 ©Ryohei Kataoka/Greenpeace


후손들에게 바다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오노씨를 비롯한 후쿠시마현의 어부들은 조상 대대로 지켜온 바다의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오염수가 방류되면 자녀와 손자들은 더 이상 바다의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어느 날 지인 어부의 아들이 제게 물었죠. 어부가 되어도 괜찮겠냐고요.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오노씨는 평생 어부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지만, 오염수 방류를 앞둔 지금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대대로 이곳에서 조업하며 바다를 가꿔왔습니다. 지금 오염수 방류를 막지 않으면 머지않아 왜 바다에 쓰레기를 왜 버렸냐는 원망을 듣게 될 것입니다.”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면 후쿠시마 어업과 어업인들은 미래를 잃게 됩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오염수 방류 시설인 해저터널 상부의 기둥 4개가 작게 보인다(사진 중앙) ©Ryohei Kataoka/Greenpeace


바다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줄입니다. 

“바다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그래서 바다를 더럽히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되죠. 바다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줄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오염수 해양 방류까지 이어진다면 더 이상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갈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 바다가 더럽혀지면 어떡하죠?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관리하며 해양 방류를 하겠다는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방류가 안전하다면, 오염수를 관리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요?”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안전하게 진행하겠다고 주장하지만, 태평양도서국 포럼(PIF) 과학자 그룹의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오노씨와 같은 어민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원양어업은 멀리 이동하여 조업하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 직후 받는 영향이 적겠지만, 연안 어업은 항구나 육지 근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영향이 큽니다.

이로 인해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의견도 항구와 어민들이 있는 곳과 다른 지역 사이의 의견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현의 후타바와 오쿠마 마을은 항구나 어민(어업협동조합)이 없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왜 하필 바다냐고요! 다른 방법도 있잖아요? 왜 우리한테만 계속 고통을 떠넘기느냐고요.” 오노 씨는 억울한 눈물을 글썽인다. ©Ryohei Kataoka/Greenpeace


후쿠시마 오염수, 멈추고 보관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오염토는 중간 저장시설에서 30년간 보관하는데, 왜 오염수는 바다로 흘려보내는 건가요?” 오노씨는 모순적인 일본 정부의 방침을 지적합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이뤄졌을 때 어업인의 대표인 농림수산부 장관과 후쿠시마현의 우치보리 지사가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당사자인 어업인들의 목소리가 일본 정부에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멈추고, 보관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오노씨는 해양 방류 외의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염수 발생원을 멈추고, 입증된 내진성을 가진 대형 석유 비축 탱크 등에 오염수를 옮겨 보관하고, 더 고도화된 방사성 핵종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등 실현 가능한 다른 방법들을 검토해야 합니다.


오염수 탱크 너머로 보이는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와 사진 아래쪽은 중간 저장시설의 컨베이어벨트와 오염토 저장시설이 보인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어부로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오노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위해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본 정부가 이미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발표한 상황에서 이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힘’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 참여로 그린피스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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