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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변화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인천을 떠나 출항한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보내온 편지

친애하는 한국 시민 여러분께,


우리는 어제(10월 28일) 아침 일찍 인천을 떠났습니다. 이별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와 함께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두 번째 방문하면서, 저는 여러분의 나라를 너무도 사랑하게 됐습니다. 한국 사람들, 음식, 서로에게 예의 바른 문화, 음악 같이 감미로운 한국말 등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이탈리아와 비슷한 한국의 혼잡한 교통 상황 조차도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참고로 저는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


한국 사람들, 음식, 서로에게 예의 바른 문화, 음악 같이 감미로운 한국말 등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오픈보트에 참여한 시민 여러분들을 맞이하며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설명하고 있는 로쏘


레인보우 워리어호 방한 중 한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니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이 친구들은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제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정말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온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온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너무도 엄중하고 걱정되는 이유이지요. 바로 부산 인근에 위치한 고리 발전소에 추가로 원전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34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6개의 원전이 운영 중이라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충격인데 여기에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려 하다니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이탈리아 출신입니다. 이탈리아는 이미 두 번이나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에 “반대”를 한 나라입니다. 첫 번째는 체르노빌 사고 직후였습니다. 사고 이후  며칠 동안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밭에서 딴 신선한 채소를 먹는 일이 금지됐었습니다(체르노빌은 이탈리아에서 수천 킬로 미터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두 번째 국민 투표는 너무나 우연히도 후쿠시마 사고 직후였습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프랑스가 제작한 신기술을 도입해서 원전을 건설하려는 야욕에 다시금 불타고 있었을 때였죠. 물론 두 번의 국민투표 모두 90%가 넘는 투표자들이 원전업계의 원전 확대 계획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저는 현재 포르투갈에서 살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약 70%의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생산해 냅니다(네, 맞습니다. “70%”입니다. 대단하죠?).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들은 모두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모두 한국처럼 선진국들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답을 찾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왜 일까요? 저와 제 동료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모두 한국의 상황을 접하고 마주하게 된 의문입니다. 왜 한국 정부가, 한국 산업계, 기술과 과학 분야에서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고 시민들 조차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요?  고리 발전소 앞에서 진행된 서울사무소 활동가들의 평화적 시위는 바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다름없었습니다. 누군가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길 바라면서요.


한국과 같은 국가가 왜 여전히 이렇게 구시대적이며 매우 위험한 원전에 집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여전히 원전과 화석 연료에 집착하고 있을까요?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느껴집니다. 


한국인의 독창성과 근면 성실함이라면, 한국인들은 이미 재생가능에너지 산업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기에 충분합니다. 분명, 높은 수준의 태양광, 수력, 풍력 발전기 등을 생산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다른 유수의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합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석학들조차도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여전히 원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다음에 일어날 지도 모를 끔찍한 사고를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변화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변화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를 방문한 많은 분들이 그린피스가 하는 일을 격려해주시고 원전 확대에 관한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배를 방문한 정치인들도 이런 사항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길 희망해 봅니다. 변화는 한국인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해봅니다. 이런 긍정의 마음은 그린피스 활동가가 되길 원한다면 반드시 지녀야 할 성품이기도 합니다. 이 변화를 함께 만들어 주실 분들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캠페인에 함께 동참해주세요.


너무나 멋진 한국 시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오키나와로 향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로쏘 드림.


오픈보트에 참가한 시민들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노래를 시민들에게 부르고 있는 로쏘


글: 로쏘 필리삐니(Rosso Filippini) / 레인보우 워리어호 갑판원



▶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반대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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