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의 아마존 일지 ① - 그린피스 한국 캠페이너는 왜 아마존에 갔을까요’에서는 아마존의 아름다움과 왜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에서 일하는 제가 지구 반대편 아마존까지 가야만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의 HD현대 그룹(구 현대중공업 그룹)에 속한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한 굴착기가 아마존 불법 금 채굴 현장에서 환경 파괴와 원주민 인권 침해에 쓰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설기계인 굴착기가 아마존 불법 금 채굴에 활용이 되면서 채굴로 인한 아마존 파괴의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원주민 보호구역 안에서 매년 채굴로 파괴된 평균 면적은 이전 10년 평균보다 3배 확대되었습니다.
이렇게 피해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성인 3명이 40일간 해야 하는 작업량을 굴착기 1대로는 하루만에 끝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21년까지 브라질에서 채굴로 인해 훼손된 면적이 21만 2,504 헥타르인데 이는 서울시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크기입니다. 이 중 90% 이상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더 문제인 것은 아마존 내 채굴이 원주민 보호구역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주민 보호구역은 브라질 헌법에 의해 일체의 개발행위가 금지된 곳입니다. 하지만 범죄조직과 연관된 불법 채굴 업자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원주민 보호구역 내에서 금 채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천년간 아마존을 지켜온 원주민의 삶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습니다.
위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아마존 내 브라질 행정구역인 아마조나스주, 호라이마주, 파라주에는 야노마미, 문두루쿠, 카야포 원주민 보호구역이 있습니다. 이 세 곳의 원주민 보호구역이 아마존 불법 채굴 면적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공조사 첫번째 날 방문한 곳은 바로 문두루쿠 원주민 보호구역이었습니다.
비행 중 비행기 안에서는 소음으로 인해 서로 말을 들을 수가 없어서 헤드셋을 쓰고 서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헤드셋을 통해 다시, 동료 호믈로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울, 현대 굴착기야!”
저 멀리 굴착기 한대가 땅을 파고 있는 장면이 제 눈에도 들어왔습니다. 망원경을 꺼내 확인해보니 HYUNDAI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굴착기 였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그린피스 브라질 사무소는 야노마미·문두루쿠·카야포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7회에 걸친 항공조사를 통해 총 176대의 굴착기가 불법 금 채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굴착기 제조사 브랜드별로 구분한 결과가 아래에 나온 표입니다.
HD현대 그룹(구 현대중공업 그룹)의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한 굴착기가 176대 중 75대로 전체의 43%를 차지해 점유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2·3위와의 점유율 차이도 큰 압도적인 1위입니다.
어떡 하다가 HYUNDAI의 굴착기는 한국 반대편인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불법적인 환경 파괴에 동원되고 있는 것일까요? HYUNDAI는 자신들이 만든 굴착기가 불법적인 아마존 금 채굴에 쓰일 것을 몰랐을까요? 그리고 굴착기가 투입된 채굴로 인해 아마존 우림이 파괴되고, 유독성 수은으로 강이 오염되고, 아마존 원주민의 삶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 것을 지금도 모르고 있을까요?
그린피스 브라질 사무소와 서울 사무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몰랐다고 보기 힘듭니다. 또한, HD현대건설기계는 아마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금 채굴로 인한 심각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HD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해서 설립되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에 중남미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브라질 남부 리우데자네이루 주 이타티아이아에 건설장비 공장을 준공합니다. 현재는 HD현대건설기계 소유인 이 브라질 공장에서 연간 약 3천대의 건설장비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최신뉴스에 의하면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해 중남미 지역에서 역대 최대 매출 4,9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건설장비 판매량은 총 3,850대였고, 이 중 굴착기는 2,900대를 차지했습니다. 브라질 공장 현지 맞춤형 생산으로 물류비용을 최소화 한 것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래 지도에서 현대의 건설장비 판매 대리점 위치를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그린피스 조사에서 점유율 TOP 3(Hyundai, LiuGong, Caterpillar)를 차지한 굴착기 판매 브랜드의 아마존 내 세 개 주(아마조나스, 호라이마, 파라)의 대리점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총 6개의 현대 중장비 판매점이 세 곳의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굴착기가 불법 금 채굴 외에도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지만, 이건 분명 이상합니다. 굴착기는 토목·건축·건설 현장에서 땅을 파는 굴삭작업, 토사를 운반하는 적재작업, 건물을 해체하는 파쇄작업, 지면을 정리하는 정지작업 등의 작업을 행하는 건설기계인데 위 대리점이 위치한 지역들은 토목·건축·건설 수요가 거의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연방 경찰 전문가 카이저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파라 주 이타이투바 시에는 굴착기 전문 판매점이 여러 개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건설 산업이 없습니다. 이 도시에서 주택보다 높은 유일한 건물은 병원 뿐입니다.”
게다가 보통 굴착기는 대여해서 씁니다. 그런데 아마존 불법 금 채굴의 중심적인 도시(그래서 별명도 ‘금덩이 도시’입니다.)인 이타이투바에서 2013년에서 2019까지 판매된 현대 굴착기는 무려 600대에 달합니다. HD현대건설기계가 2021년 7월에 브라질산 중남미 굴착기 누적 판매대수 1,00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으니, 이타이투바 시에서 팔린 굴착기가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HD현대건설기계가 브라질에서 생산해 판매한 굴착기의 최소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금 채굴에 판 굴착기가 HD현대건설기계의 브라질 내 굴착기 매출의 중심이었던 것입니다. 저 많은 굴착기가 대여도 아닌 구매로, 건설 수요라고는 거의 없는 아마존에서 판매가 되고, 그로 인한 매출이 굴착기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HD현대건설기계가 몰랐을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범죄자가 대형마트에서 산 칼로 사람을 헤쳤을 때 마트에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상황은 이와 다릅니다.
이런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하루에도 칼을 사용한 범죄로 사람이 여러명 죽어나가는 슬럼가가 있습니다. 너무 위험해서 사람들은 그 근처에 가지도 않습니다. 그 인근에는 총으로 사냥을 할 곳도 없고, 슬럼가 사람들 외에는 일반 사람들의 출입도 거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한 총기 판매 기업이 이 슬럼가 입구에 총을 파는 가게를 여러 개 내서 총기 허가도 없고 신용불량자인 사람들에게 고가의 총기를 할부로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서 수백 정의 총기를 팔았고, 그 결과 슬럼가에서 총이 사용된 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해 이제는 하루에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다면 과연 그 총을 판 가게는 수 많은 생명의 죽음에 책임이 없을까요? 게다가 그 기업이 총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 들였고, 해당 슬럼가에서의 총기 판매액이 그 기업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 한다면 그 기업은 이 범죄에 도의적인 책임이 없을까요? 또한, 그 기업이 평소에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불법 총기 사용으로 인한 범죄를 사회에서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던 기업이었다면 어떨까요?
그린피스는 HD현대건설기계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역할이 아닙니다. 만약, 브라질 환경법 상 불법 금 채굴로 인한 파괴에 중장비 제조업체들의 법적 책임도 있다면, 이는 브라질 정부(연방환경청과 연방 검찰)와 HD현대건설기계 간의 문제입니다.
그린피스가 원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자산인 생태계의 보고 아마존의 보호와 수천년간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켜온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며 지속 가능한 삶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아마존 내 불법 금 채굴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환경청과 연방 경찰을 통해서 불법 금 채굴의 단속을 강화해야 합니다. 연방 검찰청은 불법 금 채굴 가치 사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채굴업자, 채굴업자에게 돈을 댄 범죄 조직, 중장비 제조업체, 중장비 판매점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중장비 제조업체는 브라질 정부와 협력하여 불법 금 채굴업자에게 중장비가 팔리지 않도록 기술적 접근과 제도적 접근을 함께 해야 합니다. 판매 되는 중장비를 등록하게 하고, GPS 기술2을 활용하여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내에 중장비가 들어갈 수 없도록 감시하고 규제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HD현대건설기계가 이러한 협업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아마존 파괴의 조력자가 아니라 아마존 보호의 조력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HD현대 그룹이 만든 환경 및 윤리 경영 사례는 다른 중장비 업체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고, HD현대 그룹이 약속한 ESG 경영 비전에도 부합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2023년 4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금 채굴로 인한 아마존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고 현대의 중장비가 동원되고 있는 현황을 보여주며 HD현대 그룹과 HD현대건설기계가 아마존 파괴의 조력자 역할을 중단하고 아마존 보호를 위해 브라질 정부와 협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같은 날 그린피스의 보고서아마존 파괴의 조력자: HYUNDAI 중장비가 동원된 금 채굴로 인한 아마존 우림과 원주민 공동체 파괴>를 한국어·영어·포르투갈어로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 보고서를 브라질 연방 검찰에도 제출했습니다. 브라질 검찰이 이를 기반으로 중장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법원에 공익 민사소송을 제소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어떤 정부나 기업에서도 일절 후원을 받지 않고, 오직 여러분과 같은 시민 개인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캠페인을 펼치며 환경 범죄를 일으킨 기업이나 정부를 강력히 압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환경단체로서 국경 없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국가의 사무소들이 함께 힘을 합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으로 지구를 위한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존과 지구 전체의 미래를 위해, 그린피스를 후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