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는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점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10개월 가까이 총 7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발표한 IAEA는 그동안 일관적으로 일본 정부의 계획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전체 오염수 중 70%의 양이 재처리 되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도쿄전력이 요청한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ALPS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도쿄전력이 ALPS에 대해 보고한 내용에 대해 평했을 뿐입니다. ALPS가 3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삼중수소 이외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쿄전력의 계획대로 된다면 생태계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오직 3종의 생물(도다리, 전복, 미역)만 ALPS 처리 후 오염수에서 생육했고, 3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농축됐을 때의 영향을 평가할 수 없도록 설계됐습니다. 또, 이 3종의 생물종이 전체 해양 생물종을 대변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IAEA의 일반안전지침 8호와 9호에 기술된 방사선 방호 원칙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방사선 방호 원칙은 국제사회가 오랜 논의를 거쳐 약속한 기준으로 의도된 방사선 피폭은 정당화, 최적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가 주는 이익이 방사선 피폭 등의 피해보다 커야지만 정당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또, 정당화가 이루어져도 방사선 피폭 선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오염물질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IAEA는 도쿄전력이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안전 점검 범위에 일반안전지침 8, 9호가 포함하지 않았고, 방류의 정당화, 최적화는 온전히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고 보고서에 명시했습니다.
IAEA는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선택하도록 권장해 왔습니다. 2013년 IAEA는 제2차 후쿠시마 제1원전 사찰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문제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통제된 해양 방류의 재개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AEA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 태스크 포스가 짜여지기 전부터 이미 이러한 권고를 내놓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최종 보고서를 통해 IAEA가 오염수 해양 방류가 안전할 것이라고 결론 지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한국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IAEA 최종보고서 발표일에 맞춰 시찰단 결과를 발표하며, 노골적으로 IAEA, 일본 정부와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해 입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태도’인가요? 한국, 태평양 연안국과 같은 인접국은 오염수 해양 방류로 얻는 이익이 없습니다. 피해만 큽니다. 이때마다 IAEA의 안전 지침을 위반하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IAEA 회원국으로서 왜 이 부분을 문제시하지 않은 걸까요?
2019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35만 2021명의 시민이 그린피스를 통해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에 동참해주셨습니다. 앞서 2020년 그린피스는 시민 8만 명의 오염수 반대 서명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일본과 한국 시민들의 반대 서명을 직접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그린피스는 35만 2천 2십 1명의 시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신문 광고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신문 광고 퍼포먼스는 그린피스가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입장을 묻고, 관련 캠페인을 다수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직접적인 의견 전달이 어려울 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린피스는 1996년부터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011년 원전 사고 발생 11일 만에 후쿠시마 현장을 찾아 방사선 조사를 실시하고,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은 지역의 시민들이 위험해 처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작년까지 약 12년 간 약 50회 이상의 현지 방사선 조사를 진행하고, 총 12개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019년 1월,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전 세계 최초로 폭로하고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2020년 두번째로 발표한 오염수 보고서에서 다핵종제거설비(이하 ALPS)로 처리하지 못하는 또다른 방사성 물질 탄소14의 존재를 처음 외부에 알렸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청구하여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는 방안을 최초로 기획 및 제시하고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4월 13일, 스가 전 총리가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공식화해 그린피스는 언론 활동을 극대화했고, 바로 다음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 국제법 대응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대응이 길어지며 시민들의 피로감도 증가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우리 시민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이 지속될 수 있길 희망했습니다. (이날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여기서 왜 나와?, 만약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방류된다면?)
오염수의 방류는 결국 후쿠시마 원전이 폐로될 때까지 장기화 될 수 밖에 없지만 폐로와 오염수 방류의 연관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을 설계하고 건설한 GE원자력에너지의 수석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사 사토시 사토와 원전 폐로 기술을 분석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더 위험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수가 생성된다는 시사점을 낳았습니다.
오랜 기간 끝없이 이어진 서포터, 후원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로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협업도 이어졌습니다.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소속 과학자들은 도쿄전력이 제공한 ALPS 처리 후 오염수 데이터를 최초로 분석해 한국 대중에 공개했고, 후쿠시마와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에서 생물의 방사선 피폭 영향에 대한 논문을 130건 이상 발표해온 저명한 생물학자 티머시 무쏘 교수도 삼중수소와 관련된 최신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모두 국제법적 대응이 필요한 때에 소중한 기틀이 될 자료들 입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에서 향후 진행될 방사선 영향 평가의 준비에 착수할 것입니다. 2016년 후쿠시마 해저 조사 이후 거의 10여년 만에 이뤄질 두번째 해양 방사선 조사에는 다양한 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과 최신 기술이 도입될 것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기 전까지 우리는 방류 반대 활동을 이어가고, 우리의 의견을 한국 정부에 개진해야 합니다. 국제법 대응이라는 직접적인 방안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과학적 의문이 많은 오염수 방류 행위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비이성적인 결정을 기억해야 합니다.
맹목적인 안전을 약속하며 방류가 일어나기 전부터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의 물을 마시고, 우려와 문제를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을 ‘괴담 유포자’로 폄훼한 정치인들의 종착지를 지켜봐야합니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선택적 과학을 내세워 방사성 물질의 위해성을 축소하며, 우리나라 원전 밀집 지역에서 질병과 경제적 피해에 고통 받는 주민들의 호소를 무참히 짓밟은 일부 학자들의 발언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결국 하나의 세력인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으로 둔갑된 원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험한 시민들의 행동과 선택은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초르노빌 원전 지역에 대한 방사선 조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린피스는 약 60년 전 진행된 핵실험으로 여전히 고통 받는 태평양 도서국 등 원전이 남긴 재난의 참상이 있는 곳으로 향할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수많은 캠페인 성과를 쌓아온 그린피스의 역할입니다.
앞으로도 그린피스의 캠페인 활동에 많은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