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 쓰레기 건식 사료화 시설 방문기
어느날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먹고 남은 음식물을 담아 봉투 입구를 오므리면서 문득, ‘이건 쓰레기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방금까지 내가 먹던 음식이 금세 ‘쓰레기’가 되는 시차가 새삼 기묘했던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되는 방법 중 하나가 ‘사료화’인데, 내가 버린 이 쓰레기를 어떤 동물들이 사료로 먹는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버려도 될까?’ 주저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마요네즈를 들고 싱크대 앞에 한참 서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플라스틱이나 캔, 유리 같은 쓰레기가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되어 사용된다는 건 자원을 순환시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지만, 내가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다른 동물에게 먹여서 처리한다는 사실 앞에서 죄책감 비슷한 마음이 일렁이기도 하고, 이를 ‘자원 순환’이라 설명하는 것이 그리 탐탁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사료로 만든다는 걸까요? 궁금증을 가득 안고 서울시에 있는 음식물류 폐기물 공공 처리 시설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해 시설 개요에 관해 설명을 듣고, 공정 과정을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5,256,000t, 하루 14,400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됩니다(2017년 기준).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업체는 203개, 이 중 퇴비화 처리가 40.6%로 가장 많고, 사료화는 32.2% 정도입니다. 2005년 폐기물관리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것이 금지되고,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을 분리해서 배출하는 ‘종량제’가 2013년 시행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 런던협약(비행기나 선박에서 나오는 쓰레기 투기를 규제해 해양오염을 막기 위한 협약. 1972년 런던에서 체결되어 1975년에 발효되었다.)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면서 음식물 쓰레기에서 탈수 분리해낸 탈리액(음폐수)을 해양에 배출하는 것이 금지되자, 이 음폐수를 바이오 오일과 바이오 가스로 에너지화하는 방법도 개발되어 사료화 시설에서 다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처리 계통도 출처: ㈜리클린
시청각 자료를 통해 처리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시설로 수거-운반된 음식물을 호퍼에 모두 쏟아낸 후 파쇄 선별기를 통해 음식물이 담겨 있던 비닐봉지를 찢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닐이나 이쑤시개, 뼈 등 이물질이 1차 걸러지며 음식물은 작게 파쇄됩니다. 스크류 프레스에서 압착되어 압력밥솥과 같은 진공 쿠커로 이동한 음식물을 찌며 살균 처리를 합니다. 디스크 건조기에서 4시간가량 100℃ 이상의 고온으로 건조한 후 바로 냉각 건조기에서 식히는데, 이는 음식물에 섞인 비닐 같은 가연성 이물질에 불이 붙으면 큰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자력 선별기로 금속 조각들을 골라내고, 드럼 선별기로 마지막까지 남은 이물질을 걸러내면 고운 가루 입자의 ‘단미사료’가 만들어집니다. 이 시설에서 하루에 약 50t의 단미사료가 만들어지는데, 도매 업체에 판매되어 사료 생산 시설에 공급됩니다.
본격적으로 안전모를 착용하고 시설로 들어갔습니다. 수거해 온 음식물을 쏟아 놓는 호퍼 앞에 서서는 곧장 ‘아-’하는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에 섞여선 안 될 컵라면 용기부터 플라스틱 포장재, 스티로폼 등 ‘이물질’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물질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제거하느냐에 따라 사료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이 좌우되겠지요. 음식물 사료화 시설에서 만드는 사료는 「사료관리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며 중금속 등 유해한 물질이 있는지 사료 성분 검사를 하기에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이물질을 제거하고 성분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규모가 큰 공공시설 외에 영세한 민간 처리 업체에서는 봉지를 찢거나 이물질을 걸러내는 자동 선별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노동자가 일일이 손으로 비닐을 찢고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는 설명에 아찔해졌습니다.
▲최종 걸러진 이물질들
또한 이런 처리 과정과 시설에 대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안내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쓰레기 처리와 배출방식에 관한 책임은 「폐기물관리법」 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내가 사는 지역의 주민센터에 문의해야 알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계약한 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내가 버린 음식물이 퇴비화되는지, 사료화되는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생분해성 음식물 쓰레기 거름망’ 제품에 대한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습니다. 몇몇 업체는 하수구 거름망에 더럽게 쌓인 음식물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되는 이 비닐 거름망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퇴비화가 가능하므로 음식물과 함께 버려도 된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사료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처리 시설에서 최초에 봉지를 찢는 파봉작업을 하기 때문에 생분해든 아니든 이물질로 간주되어 그냥 버려집니다. 즉, ‘옥수수로 만든 생분해성 거름망’이라는 홍보는 언뜻 같은 음식물 성분이니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①어떤 조건에서 생분해된다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실 확인이 필요하고, ②현재 우리나라 음식물 처리 시스템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관리체계를 선진화하며 자원화 방법을 다양화시켜 퇴비나 사료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음식물 쓰레기를 20% 감량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통계 상 음식물 쓰레기 양은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마트에서 잔뜩 장을 보고 돌아와 모든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은 후 시간이 한참 지나 화석같이 얼어붙거나 흐물흐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채소를 꺼내며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의식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던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사람의 부엌』이라는 책에서 저자 류지현 씨는 ‘냉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의 앎은 닫힌다’고 적었습니다. 식재료를 다양하게 보관하는 지혜가 사라진 ‘냉장고의 부엌’은 결국 쓰레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관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식재료가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9% 정도 됩니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중 57%는 유통이나 조리과정에서 나오고, 30%는 먹고 남긴 음식물, 4%는 먹지 않은 채 그냥 버려지는 음식물입니다. 발생 원인에 따른 해결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하겠지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도 증가하고, 처리에 대한 지역적 불평등도 존재합니다. 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도 물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은 없습니다. 제 키만한 톤백에 최종적으로 걸러진 이물질(비닐 조각들)이 가득 담겨 있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작은 비닐 조각이라도 섞이지 않도록 잘 버려야 겠다’, 그리고 ‘최대한 적게 버리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지금 당장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다른 종에게도 전가하지 않는 정의로운 처리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전하진 않을 수 있지만, 꾸준히 의식하고 행동하며 문제를 알리는 수밖에 없겠지요.
요리 과정이나 후에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비법, 식재료를 잘 보관할 수 있는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종종 만들어야겠습니다. 남은 음식물을 태양과 바람으로 잘 말려서 온전히 퇴비로 순환시켜 ‘음식물 쓰레기 독립’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상상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