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처럼 시간을 누리며 산다는 것!

책 한 권이 건넨 위로

by 글다뮤


오랜 기간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다 보니, 내 담당 치료사님과도 끈끈한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분은 책을 무척 좋아하시고, 책과 함께하는 삶을 즐기시는 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치료 시간 중에도 우리는 종종 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루는 내가 유난히 힘들어하던 날, 치료사님이 책 한 권을 건네주셨다.
“지금까지 책 선물을 한 세 번째 사람입니다.”
그 책은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였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었지만, 다시 마주한 모모는 마치 처음처럼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져주었다.


시간을 아끼려다, 시간에 종속되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그 강박이
오히려 우리를 시간의 종속자로 만드는 건 아닐까?


요즘은 특히 시간의 흐름을 많이 느낀다.
나이의 변화 속에서, 시대의 빠른 속도 속에서.

그럴수록 나는 잠잠히 내 영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 시간이야말로 내 안의 빛이 깃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단순히 시계와 달력으로 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삶의 결을 따라 새겨지는 마음의 흔적이다.


모모가 가르쳐준 시간의 의미

모모 속 회색 신사들은 시간을 훔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사람이 되라’, ‘더 많은 걸 가지라’ 속삭이며
삶의 따뜻함을 빼앗아 간다.

하지만 모모는 호라 박사와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그들의 손아귀에서 사람들의 시간을 되찾아준다.


“모모는 시간을 저축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한껏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미하엘 엔데


동화 같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조차 꽉 짜인 시간표 속에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무용해 보이지만, 가장 나다운 시간

나도 오랫동안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그 과정 자체도 소중하다는 걸.

그래서 요즘 나는 매일 산책한다.

비 오는 날엔 우산도 없이 걸어보기도 한다. 많이 오지 않을때는..^^
사람이 적고, 공기가 촉촉한 그 시간에
나는 빗방울 맺힌 잎사귀 하나를 오래 바라본다.

그건 아무 생산성도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가장 ‘나답다’.
그 시간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경청하는 삶, 수용하는 마음

모모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잠잠히 들어주듯,
나는 내 마음의 이야기를 잠잠히 들어주려 한다.

명상을 하며 내 안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좋은 감정이든 불편한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한다.

삶은 늘 낯섦과 변화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피하지 않고 수용할 때,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모든 시간에는 다 때가 있다

전도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삶의 모든 시간은 결국 의미로 연결된다.
때로는 힘들고, 불편하고, 낯선 시간조차도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씨앗이 된다.


모모처럼 살아가기

잘 살아간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는 것.

그 시간이 나를, 그리고 내 삶을 만들어간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모모처럼 살아보려 한다.

주어진 지금 이 순간,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까.

잘잘법 강의 중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