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성장 소설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다. 절판된 책이지만 책 외형도 너무 이쁘기도 하고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책의 충분한 가치가 느껴지기도 해서 중고로 구입을 하고 읽게 된 책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Olive Kitteridge) 는 겉으로는 미국 메인주 작은 해안 마을의 일상을 담은 단편집이다. 그저 조용한 한 마을의 가족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하다가 점점 읽어갈 수록 각 에피소드에서 발견되는 주제들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복잡함, 가족간의 얽히고 섥힌 사랑과 상처, 소외된 이들의 영혼의 굶주림, 나이 들어가는 삶의 쓸쓸함,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이해와 연결을 다루고 있다.
소설속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십대에서 칠십대까지 각 연령대의 인물들을 통해 나는 읽는 동안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어른으로 성장을 한다는 것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기도 했다. 내 어릴적 아버지로 부터 받은 상처를 통해 나와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관계들과의 갈등과 상처와 애정관계 속에서 또 나와의 연결성을 찾아보게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참 묘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가 예리하고 가슴 속 깊이 나의 상처와 두려움도 건들이며 파고 들기도 한다. 나 스스로에게도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느끼길 바란다
매일의 사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은 나 또한 많이 듣기도 하고 해온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존중하라고 한다. 매일의 일상을....
단 한번도 나는 매일의 일상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구나. 뜨끔했다.
저자가 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주제들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소설을 통해서는 가장 먼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부, 부모와 자녀, 이웃 사이에서 주인공 올리브는 거친 듯 직설적인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과 잦은 갈등을 겪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상처와 오해로 인한 여러 갈등 상황이 반복되기는 하지만 그녀의 밑바탕에는 사랑과 이해를 갈망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불완전한 사랑과 관계 속에서 순간 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삶은 어찌보면 각자 자기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철저히 고립되어 자기만의 고통을 최선을 다해 견뎌내고 있을 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통해 자기만의 고통을 안고 고독함을 견뎌내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잠시 연결되는 그 한 순간들이 있기에 삶을 지탱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무겁게 다가온 주제가 인생 후반의 상실감에 관한 내용이다. 그 상실은 꼭 배우자만이 아니다. 나의 젊음도, 기회도 건강도 다 해당되는 것이겠다.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내면적 결핍과 외로움,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인생에 대한 성찰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냥 날 여기 버려두지만 말아요
난 혼자 죽고 싶지 않아요
인간의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확 느껴지는 대사가 가슴의 정곡을 콕콕 찌르는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참 복잡하고 모순이 가득하다는 것을 또 느끼게 된다. 특히 올리브를 통해서 말이다. 그녀는 가혹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또한 그녀는 진실을 말하지만 불편하다. 그렇기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람을 선하다 악하다 한쪽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이 소설 전반에 인물을 통해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나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나또한 선한 면과 악한면도 가지고 있다 생각된다.
결국 이 소설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핵심 주제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고독 속에서도 잠깐의 연결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불완전함 속에서조차 사랑은 존재한다"
이 주제가 다양한 단편 이야기 속에서 변주되어 되풀이 되는 듯 하다.
올리브가 만삭의 배를 움켜잡고 담배를 태우는 두번째 며느리 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세상 모든 이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애쓴다
이말에서 울컥하게 된다. 지금 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해서 말이다.
어디 나 뿐이겠는가? 누구나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 서로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고 애쓰고 있는 우리를 서로 친절하게 바라보고 대하도록 하자. 내게 주어진 사소한 하루의 일상들을 존중하며 살아가자! 불완전한 우리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이렇게 내 삶에 적용할 점을 생각하며 책과 함께 한 글을 마무리 한다.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어 있구나. 한번 봐야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