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메의 시를 덮다 : 그리스인 조르바 중
말라르메의 시집 한 권을 들고 천천히 읽었다.
처음엔 고요하고 정제된 언어가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문장들이 내게서 멀어져 버린 느낌이 들었다.
핏기도 냄새도 없는 시.
완벽하지만, 생명은 없었다.
마치 박테리아 한 마리 없는 증류수처럼 맑지만, 영양분은 하나도 없는 물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인간의 본질은 그렇게 매끈하지 않다는 것을.
사랑과 살, 고통과 절규로 이루어진 그 거칠고 불순한 것들 속에 진짜가 있다는 걸.
언어는 때로 인간의 고뇌를 관념으로 승화시키며, 살아 있는 진실을 추상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때의 예술은 생명을 잃고,
그 지적 유희는 문명의 쇠퇴로 이어진다.
조르바는 내게 물었다.
“너는 삶을 살아봤느냐, 아니면 글로만 배웠느냐?”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책을 덮었다.
완벽한 문장은 잠시 내려놓고, 불완전한 삶을 마주하기로 했다.
[ 책 속에 스며든 음악 : Waltz for Debby — Bill Evans ]
https://youtu.be/wCINvavqFXk?si=plmSOsuUjUScT7dE
이 곡은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설이자 감성의 대명사인 Bill Evans가 연주한 곡 중 하나
서정성과 내면의 흔들림이 잘 담겨 진 곡으로 추천한다.
잔잔한 3/4 박자의 왈츠 리듬 위에 피아노의 섬세한 터치가 겹쳐지며 “언어가 닿지 못한 영역”처럼 마음 깊은 곳으로 스며든다.
아름답고 정제된 선율, 그리고 그안에 스며든 아련함과 인간적 결핍이 느껴지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