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수업 첫 시간에 리하 작가님께서 새벽 기상과 더불어 매일 아파트 계단을 오르신다고 하셨다. 몇 년간의 우울의 터널을 빠져나오며 실천하게 된 두 가지라 말씀하셨다.
나도 오늘부터 계단 오르기를 시작했다. 1일 차다.
전업주부가 된 지 7개월째 접어들었다. 실업자가 됐을 때의 황당, 당황, 어이없음, 불안 등등의 감정들은 잦아들었고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이 정리되었다. 남편과 같이 일어나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집안일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7개월간 매일 반복되는 생활, 늘 같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전업주부의 생활이 이어졌다. 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는 약간 무기력해졌다. 매일 같은 생활 속에 나 스스로를 뿌듯해할 어떤 성취감도 가질 수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직장인이었을 때 창의적인 생활을 하며 성취감을 팍팍 얻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씻고, 자는 지금과 비슷한 다람쥐 쳇바퀴 생활을 하였지만 적어도 그땐 어젠 6바퀴 돌고, 오늘은 7바퀴 돌았네~라는 차이는 가졌다. 그리고 월급쟁이들의 가장 큰 성취감은 월급이 아니던가! 7바퀴 돌았는데 5바퀴 돌았다고 평가받아서 무지하게 억울했어도 그 억울함은 월급통장의 잔고로 퉁쳐지곤 했다.
하지만 월급날이 없는 전업주부가 된 후 이 쳇바퀴는 늘 같은 숫자에서 도무지 올라가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없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나에겐 나 자신을 뿌듯해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창의적인 요리나 아름다운 인테리어. 먼지 하나 없이 빛나는 실내와 상추와 대파 키우기. 요런 것들을 실천하며 나름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관심 1도 없는 분야다. 억지로 애써봐야 스트레스만 쌓이고요.
성취감을 어떻게 얻을까 궁리 중일 때 리하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계단 오르기가 떠올랐다. 계단 오르기는 사소해 보이지만 홈트의 일종이다. 홈트를 일주일 이상 성공해본 적이 있었던가! 너튜브에 있는 운동 영상을 따라 하려고 보다 보면 어느새 남이 운동하는 것을 흐뭇하게 감상만 하게 되지 않던가. 그러다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놀아나서 3시간을 너튜브에 갖다 바치는, 홈트란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런 실천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홈트의 일종인 계단 오르기를 매일 실천한다면? 매일 14층을 오른다면? 성공한 날은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한 달 뒤 전부 동그라미로 채워진 달력을 본다면? '한 달 동안 해냈구나~장하다 뽀닥!' 이라며 성취감이 막막 들 것 같다! 억지스럽지만 뭐 어떠랴. 내 성취감은 내가 만든다.
일단 목표는 소박하게 한 달이다. 오늘부터 1일. 시~~~작!!!
에세이수업의 선생님이신 리하작가님의 브런치에서 계단오르기의 기적의 효과를 만나봅시다!
https://brunch.co.kr/@yeon0517/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