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했던 작년까지는 일요일에 비가 오는 것이 정말 좋았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커피 원두를 꺼내 드륵드륵 갈고 따뜻하게 한잔 가득 채워 빗소리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내복 차림으로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이 행복함으로 다가오는 일주일을 견딜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올해는 비가 무척 많이 내려서 커피를 드륵드륵 갈고 멍~때리며 앉아 있을 시간이 많았지만 왠지 작년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똑같은 비, 똑같은 커피지만 백수의 주말은 직장인의 주말만큼 귀하지 않아서다. 귀하지 않은 것엔 감동도 적다.
행복은 결핍에서 온다.
탐욕스러운 돼지의 말로가 비참한 이유는 결핍에서 행복이 온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