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편집장 역의 메릴 스트립은 아침마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당시 영화를 볼 때만 해도 까다로운 편집장의 성격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아침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출근했다. 2020년 겨울, 다니던 회사가 폐업하면서 전업주부가 되기 전까지는.
독박 외벌이 남편의 수입으로 살림을 꾸려가다 보니 자연히 나를 위한 지출이 줄어들게 되었고, 그중 첫 번째가 스타벅스 커피였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잔 4,100원. 하루 두세 잔이면 커피값으로만 만원 전후.
각종 세금에 식비, 교통비, 대출금 등등... 숨만 쉬어도 나가야 할 돈이 산더미인 도시생활에서 커피값으로만 한 달 30만 원을 쓴다는 건 내게 사치였다.
영화 속 그녀는 6,000원이 넘는 커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몇 잔이나 소비한다.
이제 그 장면은 원하는 것을 맘껏 소비하는 부자와 그렇지 않은 나를 보여주는 한 컷으로 남는다.
대중적이지만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스타벅스가 전업주부인 나에게 부의 지표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