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볼 때는 몰랐다. 등산 중에 만난 나무들은 초록잎 하나 없이 헐벗어 여전히 계절은 겨울의 끝자락인 듯 보였다.
하지만 밑에서 올려다본 산은 메마른 가지가 그대로 드러났던 한겨울의 뾰족함과 다르게 보송보송했다. 마르고 거칠어 보였던 산을 새끼 고양이처럼 솜털 보송보송하게 만든 것은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 덕분이었다.
가을에 열매를 맺기 위해 봄에 꽃이 피어야 하고,
꽃이 피기 전에 새싹이 먼저 나온다.
지금껏 어리고 푸른 잎이 봄을 여는 줄만 알았다. 알고 보니 잔가지가 봄의 시작이었다. 봄이 오고 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일 년이 되었다.
나도 잔가지 하나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