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오냐 키운 아이 이렇게 자란다

by 뽀닥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완벽한 줄 알았다. 오만한 아이였다. 늦게 결혼하셔서 얻은 첫딸이라 아버지가 오냐오냐 키워서 성격이 저 모양이라고 어른들이 수군댔다. 그런 것 같다. (저승에 계신 아버지 의문의 1패)

오냐오냐 자란 나는 오만한 대학생이 되었고,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기에 나와 다른 모든 것을 비난했다.

“ 00이 화장한 거 봤어? 눈썹을 왜 저렇게 그리지?” , “ 낮술 좀 마시자니깐 강의 절대 안 빠질 거래. 쟤 사회성 문제 있는 거 아냐? “ , “ 걔는 라면을 안 먹는대. 입맛 완전 이상해!”

나는 맞고 너는 틀렸던 시절이었다.


그런 나를 변화시킨 건 모녀의 교환일기를 엮은 책 '너의 자궁을 노래하라'(조문경, 이혜수 지음)에서 엄마가 딸에게 해 준 말 한마디였다.


“머리 냄새가 많이 나는구나!”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너는 머리 냄새가 나는 아이다.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 참! 나는 머리 냄새가 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저자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결함을 이해하라 말했고, 나는 '넌 짜증을 자주 내'라는 친구의 말이 기억났다. 나는 짜증이 많은 아이다. 짜증을 내고, 라면을 좋아하고, 화장하지 않고, 강의를 빼먹고 술을 마시러 간다.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결함으로 비칠 것이라 생각하니 더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린 게 아니게 되었다. 나의 오만함은 그렇게 깎여 나갔다. 그리고 깎여나간 오만함은 다른 감정들로 채워졌다. 나는 남들의 말과 행동을 살피고 눈치를 보게 되었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를 자주 말하게 되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만들어졌지만 분명한 건 (주변을 살피는) 예전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만했던 어린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된다. 나는 운이 좋았다.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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