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체가 무엇이냐? 금도끼냐, 은도끼냐?” “메롱, 나 잡아봐라!
어린 시절, 나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게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사에 관심이 온통 쏠려 있던 그 당시의 나는 일본의 한 글자(一)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는, 반일주의자였다. 그 이유는 선생님의 수업 시간의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리라. (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동의하듯, 대부분의 국사학도들에게 일본이란 존재는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하면 '얄미운 이웃'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수업 중 일화 한 가지는 한국이 왜 코리아(Korea)로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생님께서는 “한국이 먼저 국제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Corea로 하겠다고 요청했는데, 일본이 꼼수를 써서 일본(Japan) 바로 다음인 'K'orea라고 바뀌게 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썰(?)은 사실이 아닌 하나의 썰에 불과했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인 헬로키티는 전범회사 산리오의 대표적인 창조물이다. 나의 이런 강한 반일 의식은 고등학생 무렵이나 대학생 때까지도 지속되었다.(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어느 신문을 보니 “헬로키티의 원형은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었다”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화들짝 놀라서 기사를 클릭하니, 웬걸, 키티의 정체는 ‘영국 런던 태생의 여자 아이란다!’ “와, 그동안 감쪽같이 속이고 이제야 자수(커밍아웃)를 한 거야?”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요즘 시대에 AI도 아닌 사람이라니, 대단한 자수(自首) 행위였다. 헬로 키티가 이렇게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은 필자로 하여금 재미난 상상을 하게 한다. 마치 『정의를 찾는 소녀』 라는 책에 등장하는 다람쥐 마을에 사는 '세미'라는 소녀가 윤리와 법과 계급 등 여러 가지의 '도덕적 룰'을 경험하며 가장 이상적인 국가는 어디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데 헬로 키티의 자백은 이게 끝이 아니다. “얼랄라, 가족까지 있어? 여동생이라니, 도라에몽과 도라미도 아니고, 하긴 일본이니까 혈족(血族) 이구나!” 그리 놀랍진 않지만 놀라운 걸!(Jesus Christ)! 예수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나는 12명의 제자들에게 배신 당했는데 너는 뭐 이런 걸 가지고 유난을 떠니?“라고 하실까, 아니면 ”너도 그 동안 생고생이 많았어서 별 생각을 다 하는구나!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라고 하실까? 상상이 됐다.
옛날이라 제목은 잘 기억이나지 않지만, (개그콘서트) 무대 주제가 'is grandmother's there?' 이었던 코너가 있었다. 아마도 '외국어 배우기'나 '외국어로 말하기'였을 것이다. 진행자가 다음과 같은 말로 서두를 시작한다. "오늘 공부할 영어 회화는 'is grandmother's there?' 입니다. 뜻이 뭔가요?" 옆에 있던 원어민 曰, "거기 할머니 계신가요?" 진행자가 다시 묻는다. "저걸 한국식으로 뭐라 말할까요?" 묻자, 잠시 뒤, '이(i) 집(s) 계란말이(grandmother's) 되요?(there)"라고 속사포로 말하는 한국인 개그맨.
나는 순간 빵 터지면서 "천잰데?"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헬로키티의 정체는 사람인데 계란말이를 파는 50살 된 할머니란 말인가? 순간, 나는 50대의 쭈글쭈글한 주름을 가진 노파가 "사실 제가 진짜 헬로 키티 입니다. 그동안 말씀을 못드려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오늘의 결론: 키티는 고양이가 아닌 휴먼이다. 이제부터 키티를 보면 헬로, 키티!가 아니라 헬로, 휴먼!이라고 하자!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고, 일본 놈 일어나니, 조선 사람 조심하라"라던 해방 직후 떠돌던 소문은 팩트이고,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교훈: 사람은 오래살아봐야 진면목을 안다. 나태주 풀꽃1 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